'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토록 유쾌한 노년, 日센류 열풍

전수진 2024. 4.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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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엮어낸 후루카와 쇼코(古川祥子), 이다 아야코(井田 綾子), 후쿠자와 마미(福澤真美) 씨. 출판사 제공

피할 수 없는 데 피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 나이를 먹는 일이다. 이왕 나이 먹는 거, 유쾌하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고령화의 길로 먼저 접어든 이웃나라 일본에 힌트가 있다. 이른바 '실버 센류(川柳)'를 짓는 이들이다. 센류는 5·7·5조의 음율로 이뤄진 정형시로, 짧은 문구에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 풍자를 곁들이는 게 묘미다. 센류 중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감성을 담은 장르를 실버 센류라고 한다.

실버 센류 전문 공모전도 있는데, 일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가 2001년부터 매년 주최하고 있다. 이중 일부를 엮은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으니, 제목이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포레스트북스)이다. 심장이 두근거려 사랑인 줄 알았더니, 심장 부정맥이었다는, 웃을 수만은 없지만 웃음보가 터지는 센류다.

시니어 세대만 실버 센류를 쓸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실버 센류의 감성과 해학, 메시지를 담았다면, 미래의 시니어 세대가 쓴 센류 역시, 실버 센류다. 이 장르의 저변이 넓어질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 표지.


책에 담긴 실버 센류 일부를 소개한다.

'생겼습니다/노인회의/청년부' 부터, '비상금/둔 곳 까먹어서/아내에게 묻는다'에 이어, '만보기 숫자/절반 이상이/물건 찾기' 등 다양하다. 시니어 세대만이 쓸 수 있는 센류엔 나이듦을 직시하고 포용하는 여유와 재치가 가득하다. 실버 센류 시인들은 대면 및 전화 인터뷰가 어려운 관계로, 이 책을 엮은 일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담당자 3인을 공동 인터뷰했다. 후루카와 쇼코(古川祥子), 이다 아야코(井田 綾子), 후쿠자와 마미(福澤真美) 씨다. 다음은 이들과 공동 이메일로 진행한 일문일답 요지.

실버 센류만의 특징을 꼽아본다면.
"센류라는 것은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5·7·5조의 리듬에 앉힌 것으로,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의 형태다. '실버 센류'라는 것은 고령사회와 고령자 분들이 매일의 생활 등에 관계되는 내용을 적는 것인데 본인들 뿐 아니라 세대를 초월해서 유머러스한 작품이 많다. 고령자분들 뿐 아니라 많은 분들에 에너지를 주고, 사랑을 받고 있다."

공모전을 20년 넘게 꾸려오고 있는데.

"우리 협회에선 시니어 분들이 넉넉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여러 정보를 전해드리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 시니어 분들이 노후 시기를 즐겁게 보내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협회 설립 20주년 기념사업으로 2001년 (공모전을) 시작했다."

고령화는 멈출 수 없는 추세다. 사진은 지하철 역의 시니어 승객. 연합뉴스

Q : 한국의 시니어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일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실버 센류 중 2012년부터 포푸라샤에서 단행본을 정기적으로 발간을 해오고 있는데, (일본 내에서도) 언론 보도가 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져가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버 센류'란, 늙었다는 것에 대해 유머러스한 태도로 접근해서 모두 웃거나, 마음이 누그러지거나, 읽은 후 어쩐지 힘이 나게 된다. 사는 나라가 다르다고 해도, '실버 센류'라는 것을 읽고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은 같다는 점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 일본도 한국도 고령화는 계속되며 노후의 고민이나 불안은 있지만, '실버 센류'를 읽으며 늙어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면 힘을 내서 계속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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