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디옥교회처럼 우린 하나”… 이주민·한국인 함께 예배 드린다

조승현 2024. 4. 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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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신목회열전] <17> 신치헌 울산 시티센터교회 목사
신치헌 목사가 지난 22일 울산 시티센터교회에서 청소년부 말씀활동지를 들고 다문화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치헌(40) 목사는 본래 해외 선교사를 꿈꿨으나 결국 국내에 남았다. 2012년 울산교회 영어예배부 사역자로 부임해 이주민 사역을 하면서 이 땅의 이주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부르심에 순종했다. 그는 이주민 선교와 다문화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미국 고든콘웰신학교로 유학을 갔고 선교학을 전공했다. 미국 교회를 통해 도시 선교와 이주민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됐다. 졸업 후엔 울산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다 울산에서는 최초이면서 이주민이 절반인 시티센터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도시 중심에서 안디옥교회를 꿈꾸다

시티센터교회 교인들이 지난달 31일 울산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시티센터교회 제공

‘시티센터’ 이름처럼 교회는 울산 중심부에 터를 잡았다. 문화와 상권, 관계 형성의 중심지다보니 도시 선교를 위해서는 전략적 요충지다. 지난 22일 만난 신 목사는 “교회 위치를 두고 기도를 많이 했고 교회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 끝에 하나님께서 마련해주신 교회가 지금의 시티센터교회인데 주소도 ‘울산광역시 중구 성남동 중앙길 91(구원)’이다”고 반색했다. 이어 “시내 중심을 택한 이유는 멀리 사는 이주민 형제자매들도 대중교통으로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접근성과 주중에는 누리지 못한 여가 생활을 제공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석 교인은 아이들까지 60여명이다. 교인 비율도 이주민(EM·English Member)과 한국인(KM·Korean Member)이 반반이다. 필리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출신국가도 다양하다.

이 교회의 특이한 점은 예배를 세대와 문화권에 상관없이 통합해 드린다는 점이다. 한국어로 설교할 때면 스크린엔 영어 자막을 띄우고 영어로 설교할 땐 반대로 한국어를 자막으로 띄운다. 예배가 끝나면 곧바로 ‘기적의 원띵(One Thing)’이라는 이름의 나눔 시간을 갖는다. 사용하는 언어별로 모여 오늘 들은 말씀 가운데 ‘기’억나는 한가지, ‘적’용할 것 한가지를 모국어로 나눈다.

신 목사는 “팬데믹 때는 세대와 문화권에 따라 예배를 따로드리기도 했지만 우리교회에선 EM과 KM 모두 함께 예배드리는 걸 선호해 통합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교회 중 하나인 안디옥 교회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복음 안에서 하나 되는 모습이었는데 유대인만의 교회도 헬라인만의 교회도 아닌 그리스도인의 교회였던 안디옥 교회처럼 우리 교회도 여러 문화권에서 모인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함께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교회를 꿈꾸고 있다”고 짚었다.

더디더라도 함께 가는 교회

제자훈련 현장. 시티센터교회 제공

신 목사의 목회 철학은 ‘더디더라도 함께 가기’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기’이다. 시티센터교회 예배는 각각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다보니 일반적인 예배보다 오래 걸린다. 또 여러 문화권 사람들이 함께하는 환경이기에 불편한 점도 많고 교회 성장도 더디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 목사가 이런 목회를 지향하는 이유는 뭘까.

시티센터교회의 비전은 ‘소속하기, 믿기, 복이 되기(Belonging, Believing, Blessing)’이다. 교회 내 모든 구성원이 인종이나 국적, 언어나 문화에 관계없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중심되는 신앙 공동체, 그리고 도시와 열방에 복이 되는 선교적 공동체를 지향한다. 정죄하고 판단하기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다름을 알고 서로 존중하는 공동체라는 의미다. 신 목사는 “서로 맞춰나가야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더디고 불편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서로 배우며 성장한다”고 말했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 사마리아와…

성도들의 찬양 버스킹 모습. 시티센터교회 제공

시티센터교회에는 이별이 잦다. 이주민의 특성상 한국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들이 많다. 5년 4개월간 외국으로 돌아간 교인만 30여명이다. 교인 수 만으로는 결실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신 목사는 뜻밖의 현장에서 결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울산교회 영어예배부에서부터 함께 예배하던 필리핀인 제이슨(38) 강도사가 결혼하자 전 세계에 퍼져있던 시티센터교인이 그의 결혼식에 모였다. 영국인 세실(50)씨는 신 목사를 만나자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울산에 있을 때 방황하고 방탕한 삶을 살다 우연히 교회에 오게 됐습니다. 당시 목사님의 사마리아 여인에 대한 설교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나는 현재 영국에서 성경공부 그룹을 3개 인도하고 있고 중보기도팀에서도 봉사하는데 나를 통해 많은 사람이 복음을 듣고 주님께 오고 있습니다. 터닝포인트가 목사님이었습니다. 목사님이 그때 그 설교를 하지 않으셨다면 내 인생은 지금처럼 행복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의 목회 계획은 함께 동역하는 제이슨 강도사를 중심으로 경주에 예배당을 개척해 필리핀 네팔 인도 등에서 온 근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신 목사는 “계속해서 복음으로 이주민 성도들을 양육해서 본국으로 파송하고, 또 복음의 DNA를 가진 교회들을 국내와 해외에 지속적으로 개척함으로써 도시와 열방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소원이며 비전”이라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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