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와 그늘, 가족된 밀알…“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아”
2011년 당시 마흔일곱이었던 감부수(60)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둘째 딸을 만났다. 출산의 기쁨은 잠시. 이듬해 아내는 극심한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했다. 다른 가정과 재혼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마음이 무너질 듯했지만 남은 두 자식을 위해서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웃들의 농업을 도우면서 생계를 꾸려갔다. 한 달간 땀 흘려 모은 돈은 6000탄자니아실링(3185원). 이마저도 못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어렸을 적 주방에서 쓰러져 화상을 입었습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팔과 청각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남들보다 일을 못하니 돈도 벌 수 없었어요. 저 때문에 아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일을 시작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국민일보와 월드비전, 한국교회가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 닷새째인 26일(현지시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발로의 한 마을에서 만난 감부수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돈이 없지만 첫째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 번은 무작정 보냈다”면서 “하지만 학교 측은 교복과 준비물 등이 없다며 아이를 거부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들딸인 바리키(14)와 바이올렛(13)을 번갈아 보며 울먹였다.
나뭇가지를 대충 세워 만든 집은 감부수 가족의 경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진흙으로 허술하게 지어진 이웃들의 집보다도 훨씬 열악했다. 1평 남짓한 이곳이 그들의 주방이자 거실, 침실이었다. 아이들의 옷은 군데군데 찢어졌으며 흙먼지로 뒤덮였다. 가난이 가져온 삶의 무게가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무거워 보였다.
곰곰이 이야기를 듣던 김상수 광안중앙교회 목사는 “사전에 월드비전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지난달부터 바리키와의 결연을 시작했다. 오늘은 이 사실을 전하러 왔다”며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리키에게 한국에서부터 들고 간 가방과 축구공 등을 선물했다. 또 집을 새로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야기를 들은 감부수는 마음 한편에 묵혔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서였을까. 그는 눈물을 흘리곤 한참을 제자리에서 뛰며 기뻐했다.
김성권 대양교회 목사는 다발로 다른 동네에서 엘리스 코디(12)를 만났다. 조혼을 시키려는 아빠에게 도망쳐 나온 코디는 지난해 3월부터 친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김 목사는 “코디는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칭찬을 건네자 코디는 “감사하다”며 미소지었다.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코디는 헤어 디자이너라고 했다. 그는 “머리나 화장 등으로 꾸미는 걸 좋아한다”며 “제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기에 꼭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지만 코디는 학교 문턱을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굶지 않기 위해 할머니를 도와 농장에서 일하고 집안 살림까지 도맡느라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목사는 “나에겐 두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있다”면서 “이제 코디 네가 우리 집 넷째 딸”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훌륭한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많이 있어 성장할 기회가 많은데 우리 딸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한국으로 초청하겠다. 포기하지 말고 꼭 학업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을 맺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된 바리키와 코디의 형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탄자니아 다발로 현지 사역자들은 현지 유치원·초등학생 78%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월드비전은 탄자니아 다발로 지역을 2022년부터 돕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교육사업을 비롯해 건물건축 교육과 식수, 보건 사업 등을 진행한다.
월드비전 한국 방문팀은 학교 환경 개선 사업장 가운데 한 곳인 멤베학교를 방문했다. 학교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포함한 총 1132명이 다닌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점심시간이었던 오후 12시, 학생들은 나무 그늘 앞에서 옥수수죽을 먹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흙먼지가 날렸지만 괘념치 않았다. 교실이 총 8곳 밖에 없어 외부에서 밥을 먹는 건 이곳 아이들에게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마리 모하메드 마가티 교장은 “교사 10명과 자원봉사자 4명 등 총 14명이 1100여명을 모두 교육한다”며 “평균 200여명이 교실 한 곳을 사용하며 100여명이 화장실 한 곳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김상수 목사와 김성권 목사는 이곳 아이들에게 공과 의류 등을 선물했다. 같이 축구시합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공을 차는 내내 아이들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월드비전 한국 방문팀은 이들의 웃음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했다.
“가난과 결핍 속에서도 항상 웃는 아이들을 보니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도 기쁘실 것 같습니다. 밀알의 도움이 차곡차곡 모여 아이들의 그늘로 거듭나길 바랍니다.”(김상수 목사)
“열악한 환경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축복하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어렵고 험한 탄자니아 땅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이 피어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성도님들의 관심 바랍니다.”(김성권 목사)
다발로(탄자니아)=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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