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UVELLE VAGUE

김지회 2024. 4.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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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혁신을 가져온 누벨바그와 샤넬 아이코닉 핸드백의 교집합.

1950년대 후반 누벨바그는 무너져가는 프랑스영화 산업에 반동을 일으킨 운동이다. 이름처럼 ‘새로운 물결(New Wave)’을 이끈 영화운동은 급진주의 성향이 강했던 장 뤽 고다르, 섬세한 감수성을 보여준 에릭 로메르 등 진보적인 감독들이 전통을 따르지 않는 당돌한 인물을 사실적 연출로 카메라에 담으며 시대를 움직였다. 이 대열에 함께했던 감독 끌로드 를루슈 역시 영화 〈남과 여〉(1966)를 남기며 반향을 일으켰는데, 각자 배우자를 잃은 남녀가 아이들의 기숙학교가 있는 마을에서 만나 사랑의 감정을 키우는 줄거리다. 명작은 시대와 상관없이 영감을 주듯 이 영화에서 출발한 샤넬 2024 F/W 쇼는 도빌과 영화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먼저 쇼는 이네즈 & 비누드가 흑백으로 촬영한 영화 〈남과 여〉의 일부 장면에서 시작했다.

“실례지만 남은 방 있나요?”원작에서 남자 주인공인 장-루이 트랭티냥이 던진 질문을 페넬로페 크루즈가 하며 쇼장에 웃음이 돌게 했던 장면뿐 아니라 도빌 해변으로 가는 차 안, 레스토랑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사랑에 빠진 모습을 담았다. 물론 필름 속 주인공은 이 둘만은 아니었다. 웨이트리스로 출연해 시선을 사로잡은 모델 리안 반 롬페이, 그리고 샤넬의 클래식 11.12 백이 로맨틱한 순간마다 함께했다. 저예산으로 3주 만에 촬영해야 했던 원작 영화에서 배우 아누크 에메는 실제 자신의 옷으로 스타일링해 눈길을 끌었는데, 그녀의 룩에 자주 등장한 아이코닉 백을 필름에서도 표현한 것. 아누크 에메뿐 아니라 잔 모로 · 델핀 세리그 · 제인 폰다 등 당시 자유와 해방을 구현한 누벨바그 영화 속 배우들은 실제로 샤넬 아이코닉 백을 자주 들었고, 이는 가브리엘 샤넬이 명민하게 포착한 디자인 의도가 잘 맞아떨어졌음을 증명했다.

“가방을 손에 들고 다니다 잃어버리는 데 지쳐서 스트랩을 달았어요.”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남성복에서 디테일을 착안한 가브리엘 샤넬은 어깨에 걸칠 수 있는 메탈 체인을 백에 더해 여성의 손을 자유롭게 하고, 마부의 재킷에서 영감받아 마름모꼴 퀼팅으로 백을 보호했다. 몸의 해방을 중요시한 그녀였지만 단지 실용성에만 집중한 것만은 아니었다. 오트 쿠튀르 의상처럼 그 자체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백을 만들고자 한 그녀는 소재에 다양한 변화를 줬는데, 장갑에만 사용하던 부드러운 램스킨뿐 아니라 저지와 벨벳, 트위드 등 옷에만 쓰던 소재로 가방을 만들어 고정관념을 깼다. 여기에 안팎이 모두 아름다워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백 내부를 감싼 가닛 레드 컬러의 레더 라이닝, 모나리자의 미소를 본뜬 백 뒷면의 스마일 포켓 등 섬세한 디자인으로 여심을 자극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클래식은 끊임없이 이어져왔지만 변화하는 흐름 속에 가브리엘이 남긴 유산은 누벨바그 시대에 멈춰 있지 않았다. 칼 라거펠트는 퀼팅의 볼륨감을 극대화해 아이코닉 백을 재해석하는가 하면, 버지니 비아르는 여성 시점으로 데님 룩부터 수트, 드레스까지 스타일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컬러와 소재로 아이코닉 백에 변화를 줬다.

특히 2024 F/W 시즌엔 아누크 에메의 룩을 떠오르게 하는 코트 룩에 파스텔컬러부터 옐로 · 핑크 등 컬러 포인트를 주는가 하면, 트위드 룩엔 같은 소재와 패턴으로 한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만들고 실키한 드레스엔 가장 클래식한 블랙 2.55 백을 매치한 것이 눈에 띈다. ‘낮엔 비밀을 보호하고 밤엔 신비를 담는 백’이라는 수식어에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버지니 비아르. 두 손을 가볍게 하고 걷고 뛰며 자신을 재창조하라고 말하는 가브리엘의 정신은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백에 혁신을 가져온 체인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진 모습으로.
두 손을 가볍게 하고 걷고 뛰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창조하라는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은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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