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멜론’ 노란 참외의 비밀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최근 과일 가격이 폭등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과와 배 가격이 198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하죠. 참외도 출하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합니다.
참외 생산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우리나라 참외 재배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경북 성주군에 비가 자주 내린 탓인데요. 성장에 가장 중요한 일조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노란 참외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뼈아픈 소식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참외 하면 떠오르는 ‘노란 참외’가 다른 나라에서는 사실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영어 명칭도 Korean Melon, 즉 ‘한국 멜론’이라고 불린다고 하죠. 사실상 또 하나의 한류 상품인 겁니다.
참외가 한국 멜론이라 불린다는 게 이상해 보이겠지만 분류학에 따르면 참외는 오이의 일종입니다. 더 세분화하면 멜론의 변종이고요. 어원을 따져봐도 오이보다 단단하고 커서 ‘참오이’라 부르던 것이 세월이 흐르며 ‘참외’가 됐다고 합니다. 조상님들은 오이와 참외가 유사한 식물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원래 멜론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에서 자라던 토종 식물이었지만 인류의 이동과 함께 전파됐는데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간 품종은 지금의 멜론이 됐고, 인도를 거쳐 동아시아로 오면서 기후와 풍토에 맞춰 참외가 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통일신라 시대에 들어왔다는데요. 1000여년 넘게 조상님들이 드시던 참외는 멜론과 유사한 녹색 참외였습니다. 가끔 보이는 조선참외나 개구리참외 등 녹색 껍질을 가진 참외가 바로 우리나라 토종 참외 후손입니다.
이런 사실이 믿기지 않겠지만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草蟲圖) 그림 중 ‘참외와 메뚜기’ 그림에도 명확히 참외가 녹색으로 그려져 있답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노란 참외가 대세가 됐을까요. 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 일본에서 참외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노란색에 흰 세로줄이 들어간 ‘은천(銀泉)’참외로 개량된 게 시초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차메’로 불려
1957년에 우리나라가 이를 들여와 성주에서 재배, 이후 지속적으로 개량했는데요. 1975년에는 당도를 높인 신은천참외가 등장했고 1984년에는 러시아산 야생 참외와 은천참외, 멜론 유전자를 조합해 개량한 금싸라기 은천참외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현재 이 계통의 개량 품종 20여종이 국산 참외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에선 거듭 발전해온 반면,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수입이 늘어난 멜론의 부드러운 식감과 단맛에 밀려 참외는 그만 자취를 감춥니다.
이런 사정으로 오랜 기간 국제 식품 분류에 우리나라 참외가 포함되지 않아 수출이 곤란했는데요. 2016년 드디어 국제품질규격위원회로부터 일본 은천참외와는 완전히 별개 품종이라고 인정받았고 명칭 또한 Korean Melon으로 공인받아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이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선 예전에 참외를 ‘마쿠와우리’라고 불렀다지만 자취를 감춘 지 오래돼 이제는 한국 참외를 수입해 팔면서 이름마저 우리말 참외를 음차한 ‘차메(ケャメ)’라고들 부른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또 하나의 성공적인 한류라고 할 만하네요.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참외 재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과일 한류의 꿈은 고사하고 우리 식탁에서 맛볼 기회조차 줄어든다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빨리 극복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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