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 세우고 홈페이지 실명 삭제…매 맞는 공무원 방지책 될까
인천지법은 지난 17일 인천시청 공무원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심사 탈락하자 인천시장실을 방문·항의하려다, 이를 제지하는 인천시 공무원 정강이를 발로 걷어찬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부산지법은 지난 20일 법원에서 공무원을 폭행한 B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서류 열람·복사를 요청했지만, 당일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화가 나 공무원 2명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지난달 5일에는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9급 공무원 D씨가 자동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행정안전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전국 공무원이 잇따라 민원인에게 인격 모독이나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공무원 보호 방안을 추진한다. 행정안전부는 25일 “반복적으로 전화하거나 욕설하는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악성 민원인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민원처리법 4조에 따라 민원실 입구 등에 폐쇄회로(CC)TV·비상벨을 설치하고, 민원 전화를 녹음한다. 또 일부 지역엔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휴대용 영상음성기록 장비(웨어러블 캠)로 상황을 녹음해 사후 분쟁에 대비한다. 이밖에 비상대응팀을 구성·운영하거나 민원창구에 안전가림막을 설치해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 98.9%는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위법행위를 당하면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가 온라인 국민소통창구인 ‘소통24’에서 지난 8∼15일 진행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17.4% 국민은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 원인이 ‘처벌 미흡’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어 ‘민원공무원에 대한 존중 부족’(14.1%), ‘위법·부당한 요구’(12.8%), ‘범죄행위에 대한 인식 부족’(11.8%) 순이었다.
이와 같은 위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선 설문 대상자 대부분이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98.9%·중복응답)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욕성 전화와 정당한 사유 없는 반복 민원, 과도한 자료요구 등 업무방해 행위는 ‘제한’(81.4%)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99% “민원인 폭행에 법적 대응해야”
이와 관련, 전국 지자체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직원 정보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부산시는 산하 16개 자치구 가운데 10개 지자체가 부서와 담당 업무, 전화번호만 표기하도록 했다. 중구·서구·영도구 등은 성을 포함해 아예 담당자 이름을 지우고, 직위 표시도 없앴다.
전북특별자치도도 홈페이지에서 직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사무실 문 앞에 붙은 직원 배치도에서 사진을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송상재 전북자치도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악성 민원을 근절하려면 상담 시간을 제한하고 공무원 개인 정보 유포를 금지할 수 있는 입법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는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응대를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폭언·욕설·폭행·기물파손 등 위법행위 발생 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악성 민원 대응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김포시를 비롯해 인천 서구·미추홀구·부평구, 대전시,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등 30여개 지자체가 홈페이지에서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비공개로 바꿨다.
다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홈페이지가 아니라도 다른 창구를 통해 얼마든지 담당 공무원의 신상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무원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한 민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노력하겠다”며 “다음 달 초 민원 공무원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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