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해외 수출 ‘지원’도 좋지만, 아동·청소년에게 더 필요한 것은 [아동·청소년과 ‘책’③]

장수정 2024. 4. 2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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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책 안 읽는 시대…문화 조성이 중”

지난 2022년 이수지 작가가 ‘어린이책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아동문학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그림 작가 부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금이 작가가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국내 아동문학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아동문학에도 ‘K’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요즘, 적절한 지원을 통해 쏟아지는 관심을 영리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의 현지 거점학교 등에 한국 그림책을 보급하고, 온라인 플랫폼인 ‘위키피디아’와 유튜브에 한국 작가를 알리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었다.

ⓒ뉴시스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61회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는 소개하는 아동작가 수를 지난해 6인에서 올해 18인으로 대폭 늘리며 한국의 아동작가와 대표작을 해외 독자 및 출판 관계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또한 한국 아동도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해외 출판인들 또는 독자들과의 ‘연결’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환경 마련’에 방점을 찍어 ‘미래’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수지, 이금이 작가의 사례를 보면 긴 시간 꾸준하게 활동하며 실력을 쌓은 분들”이라며 “결국 작가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 토대가 갖춰진다면 좋은 작가들도 꾸준히 나오게 될 것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어린이 책잔치’ 등 지역축제를 비롯해 어린이 도서관 또는 도서관 내 어린이·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어린이’에 초점을 맞춘 지원이 없진 않았지만, 더 나아가 아동과 청소년들이 책을 더욱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를 위해서는 어른들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독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지 작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그림 작가 부문상을 수상한 이후 ‘책의 미래’에 대해 “책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지를 알게 된다면 매체에 잡아먹히지는 않을 거다. 그 즐거움을 알려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라고 어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짚은 바 있다.

아동·청소년 문학 전문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 관계자도 “독서 기피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물론 과거에는 독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에 책을 권하는 어른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워낙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영상 콘텐츠가 잘 돼 있어 필요성을 느끼는 어른들조차 줄어드는 것 같다. 다만 책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이 43.0%에 그쳤다. 직전 조사 시점인 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한 수치이며, 1994년 독서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해 충격을 안겼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독서 문화 조성’을 위한 지원으로 방향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 전문 도서관은 전국에 100여 개 정도로 확인이 되는데, 2007년 200여 개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 출판 시장에서 일부 지원들이 삭감 또는 폐지되면서 ‘위기’라고 말하고 있는데,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지원은 어쩌면 사라지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다만 작은 서점이나 또는 도서관들이 미래를 보며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지원은 필요하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학교의 뒷받침도 물론 필요하다. 바람의 아이들 관계자는 “지금도 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운동을 비롯해 교육 과정에 책 또는 독서 관련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다만 이미 기존에 활용이 되던 책들 위주로 목록이 짜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선생님들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치우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면 좀 더 풍성한 독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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