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제주 담고, 제주 닮다

2024. 4. 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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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은 특별하다.

정확히 10년 전 이맘때 제주의 남쪽 작은 마을에서 로컬 매거진을 창간했다.

6평 남짓 우리 전시공간에도 많은 사람들, 대부분 유럽인인데 열 중 적어도 한둘은 '제주도'를 대략 알고 있어 신기했다.

그 후 돌담 스툴은 런던 전시에 초대되어 제주의 이야기를 잇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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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매년 4월은 특별하다. 정확히 10년 전 이맘때 제주의 남쪽 작은 마을에서 로컬 매거진을 창간했다. 이제 와 누군가 다시 내게, 왜 이곳에 왔는지 물어보면 섬이 궁금했었다, 말할 참이다.

돌이켜보면 순전히 사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원래 섬의 것들을 탐구하는 잡지를 창간했고 종이 속 글자들을 꺼내 손으로 만지고 싶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공간과 전시를 운영했다.

그렇게 로컬 콘텐츠 회사를 창업하고 ‘인 iiin’ 매거진과 함께 제주에 정착했다. 4월의 강렬한 기억은 또 있다. 지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2024 디자인 위크가 한창이다. 지난해 이맘때 멋진 돌담 스툴을 들고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여했던 것은 지금도 몹시 흥분되는 기억이다.

우리는 주목받는 장외 전시 플랫폼인 알코바(ALCOVA)에 참여했는데, 전시 주제는 ‘발굴된 섬(Unearthed Island)’. 서울, 제주를 거쳐 현재 베를린에 머무는 디자이너와 협업해 섬사람들이 이겨내거나 혹은 결국 더불어 산 오랜 이야기를 수집해 화산 돌과 화산흙이라는 2개 주제의 컬렉션으로 재해석했다.

제주 옹기 장인의 유려한 물레질을 담은 40여 종의 옹기 오브제와 화산 돌을 쌓으며 다양한 쓸모를 찾았던 제주 돌담을 모티브로 한 3종의 ‘DOL STOOL’이 그것이다. 제주에는 ‘돌 틈에서 나고 자라 돌 틈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눈을 뜨면 돌을 봐야 했고 자연스레 땅에서 골라낸 돌로 집을 지었으며 밭의 경계를 가르고 길을 냈다. 그 돌담이 이어져 밭담이 되고 산담과 올레길이 되고 또 해녀들의 불턱이 됐다. 섬의 돌담을 다 이으면 2만2000㎞나 된다.

제주의 돌담은 바람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돌 틈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우리는 제주 돌담의 ‘쌓기’ 방식을 바탕으로 돌담을 집 안으로 들여오고자 했다. 새로운 돌담은 가구로 쓰거나 오브제로 놓기 쉬운 소재인 확장형 코르크로 만들어졌다. 3종의 스툴은 각각 아흔을 훌쩍 넘긴 돌챙이(돌담 쌓는 기술자) 하르방에게 보내는 찬사를 담은 ‘Dolchaengi’, 밭담을 수놓으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담의 ‘Batdam’, 해녀의 공간 ‘Bultuk’이라 이름 붙였다.

열흘간의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공식적으로 10만명 정도가 전시장을 찾았다. 6평 남짓 우리 전시공간에도 많은 사람들, 대부분 유럽인인데 열 중 적어도 한둘은 ‘제주도’를 대략 알고 있어 신기했다.

짧은 영어로 열심히 제주와 돌 문화에 대해 설명했고 그들은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언젠가는 꼭 한국을, 제주를 찾겠다는 말과 함께. 그 후 돌담 스툴은 런던 전시에 초대되어 제주의 이야기를 잇기도 했다.

10년 동안 제주 이야기를 하고도 할 얘기가 아직 남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아직 멀었다. 셀 수 없이 잔뜩이다. 그래서 마음은 늘 분주하고 설렌다. 제주를 담는 일을 하다 보니 점점 제주를 닮아가는 중인가 보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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