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민주주의의 엔진입니다"
2023년 7월 2일부터 14일까지 생명평화아시아와 녹색당이 공동주최한 ‘2023 독일 생명평화기행’에 참여했습니다. 베를린, 다하우, 뮌헨, 슈투트가르트, 프라이부르크 등 독일의 에너지 전환과 정치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누겠습니다. <기자말>
[박제민 기자]
▲ 독일 녹색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인 슈테판 겔프하르(Stefan Gelbhaar) |
ⓒ stefan-gelbhaar.de |
슈테판 의원을 만나러 가면서, 지난 번에 위르겐 트리틴 의원을 만났던 곳으로 가면 되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안내 받은 곳은 그 옆에 있는 다른 건물이었습니다. 의회의사당 건물이 전통을 자랑하는 웅장한 스타일이었다면, 이 건물은 세련미가 돋보이는 신축(?) 건물 같았습니다.
독일 의원회관, 야콥-카이져 하우스
▲ 독일 연방의회 의원회관 야콥-카이져 하우스(Jakob-Kaiser Haus) |
ⓒ bundestag.de |
입구에서 마중을 나온 보좌관들과 잠시 인사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뒤에서 청바지 차림에 헤드폰을 끼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슈테판 의원이었습니다.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한 독일의 연방 의회의원을 보면서, 독일 녹색당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의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아까 그 편안한 차림의 슈테판 의원이 도착했습니다. 교통 전문가 답게 교통 정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나우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독일 녹색당이 경제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한 것처럼, 슈테판 의원도 교통 정책이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 독일 녹색당 슈테판 겔프하르(stefan gelbhaar)의원과 생명평화기행단 |
ⓒ 생명평화아시아 |
이렇게 교통 정책과 관련해 환담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회의실에서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어리둥절하다가 멈춰서 대화를 이어가려는데 다시 울리는 사이렌 소리. 이윽고 보좌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서 슈테판 의원과 귀엣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더니 슈테판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갑자기 표결이 진행되어 빨리 오라는 신호였다면서 난색을 표했습니다. 어쩌겠어요! 걱정 말라고 흔쾌히 보내줬습니다. 슈테판 의원은 자신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니 그때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역시 한독의원친선협회 집행위원이었습니다.
만남이 일찍 종료된 것은 살짝 아쉬웠지만, 예정보다 빨리 끝난 것은 묘한 해방감도 주었습니다. 회의실을 나서면서 일행들과 함께 "독일 의회는 무슨 일 있으면 저렇게 의원들을 불러들이는구나", "이것은 한국 국회에도 도입이 시급하다"며 농담 반, 진담 반을 나누었습니다.
민주주의 엔진!
▲ 야콥 카이져 하우스(Jakob-Kaiser Haus) 내부 전경 |
ⓒ 박제민 |
우리를 안내해주던 보좌관이 마치 커다란 엔진 같아 보이지 않느냐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여기가 바로 민주주의의 엔진입니다!"
▲ 야콥 카이져 하우스(Jakob-Kaiser Haus) 내부 전경 |
ⓒ 박제민 |
우리의 민주주의는 할 수 있다!
의원회관 방문을 마치고, 마지막 일정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코리아협의회의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집회'에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코리아협의회는 제일 첫 일정이었던 에네르기벤데 염광희 박사를 만났던 곳이었죠. 그때 이 집회를 소개받고 함께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
ⓒ 박제민 |
"우리는 한국의 녹색당 당원들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온 박제민입니다.
일본 정부는 핵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근거 없는 주장에 우리의 집인 지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싸울 것이고, 막을 것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큰 불행이었습니다.
그러나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 함께 모여 싸울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싸웁시다. 투쟁!"
아시다시피 일본 정부는 2023년 8월 24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 차례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했습니다. 제가 말한 것은 틀렸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핵오염수가 바다에 뿌려졌지만, 이것을 막기 위해 우리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 어디 핵오염수 문제뿐일까요. 더 많은 환경 파괴, 전쟁, 일상에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 같이 문명 사회에서 벌어지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 여전히 우리의 민주주의에 희망을 두고 함께 싸우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민주주의 엔진인 의회와 정당을 함께 푹푹 돌려보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민주주의가 파괴됐을 때 벌어졌던 참상이었던 다하우 수용소를 방문했던 것과 거기서 새삼 느꼈던 공장식 육식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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