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는 맛’이 무섭다, 박지은 월드의 ‘눈물의 여왕’④

이주인 2024. 4. 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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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사진=tvN


“눈떠보니 익숙한 ‘박지은 월드’였다.”

종영을 앞둔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향한 시청자 반응이다. 

‘눈물의 여왕’은 다수의 인기 드라마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신작이다. 박지은 작가는 클리셰를 비틀어 판타지를 가미한 로맨스를 자신의 색깔로 구축해 왔다. 외계인과 한류스타(‘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바다에서 온 인어(‘푸른 바다의 전설’), 북한 군인과 재벌 상속녀(‘사랑의 불시착’) 등 독특한 세계관 속 로맨틱 코미디를 연이어 히트시킨 박지은 작가이기에 이번 ‘눈물의 여왕’에 시청자가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눈물의 여왕’도 제법 새롭고 흥미로운 그림으로 시작됐다. 김수현이 앞치마를 입고 제사상을 차리는 재벌집 처가살이 장면이 대표적이다. 재벌가 남주인공과 신데렐라 여주인공 구도는 계급 로맨스 클리셰지만 박지은 작가는 ‘눈물의 여왕’에서 두 남녀의 입장을 반전시켰다. 제목의 ‘눈물’ 담당은 백현우(김수현)이고 홍해인(김지원)은 웬만한 일에 눈 하나 깜짝 않던 ‘여왕’이었다. 전통적 성역할 반전에 여성 시청자는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꼈다. 초면에 간질이는 ‘썸’을 타면서 결실을 맺는 순서를 밟지 않고 식을 대로 식은 3년 차 부부가 이혼을 고민하면서 다시 사랑에 빠지는 플롯도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점점 ‘아는 맛’이 나기 시작했다. 뒤집혔던 전통적 구도는 로맨스 장르 수요에 따라 재부상했다. 재벌가 처가살이로 꺾였던 백현우의 남성성은 ‘알파걸’ 홍해인이 시한부로 보호받아야 하는 위치에 놓이며 고개를 들었다. 경쟁자로 등장한 윤은성(박성훈)과의 대결도 한몫했다. 심지어 백현우가 과거 홍해인을 구한 운명적인 사이였다는 설정이 풀려 초반의 신선도를 떨어뜨렸다는 평을 받았다.

박지은 작가의 전작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홍해인은 전작에서 보여준 여주인공들과 완벽한 듯 빈틈이 있는 캐릭터를 공유했다. 또한 특유의 코믹함과 권선징악 빌드업으로서 재벌가가 3일 만에 용두리 시월드로 나앉게 되는 전개는 전작보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나왔다.

반면 드라마 팬들은 전작에서 유사점을 찾아 ‘세계관 덕질’로 재미를 확장하기도 했다. ‘퀸즈그룹’은 ‘사랑의 불시착’은 물론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에도 등장한다. ‘내조에 여왕’에서는 남편을 ‘퀸즈그룹’에 입성시키려는 평강공주 스토리가 그려졌다면 ‘눈물의 여왕’에서는 동명의 대기업이 졸지에 망했다. 전작과 반복되는 악인의 계략 패턴도 눈길을 끌었다. ‘별그대’ 속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곰인형은 ‘눈물의 여왕’에서는 그림으로 대체 됐다. 한 누리꾼은 “볼펜 녹음기도 ‘별그대’ 휘경이 형부터 꾸준템”이라 짚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박지은의 ‘아는 맛’은 비지상파에서 21.6%라는 기록적인 시청률로 이어졌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작가에게 문체가 있고, 화가에게 화풍이 있듯 드라마 작가도 각자의 표현 방식이 있다”며 “박지은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전문이면서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인 ‘이혼’을 자신의 스타일로 풀어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라 설명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또한 “‘아는 맛’은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박지은 작가는 동일한 사안을 새롭게 보는 시선으로 전작과 차별화를 둔 것”이라 분석했다.

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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