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뮤지컬 복귀한 하도권 “역할 준비 힘들었지만 만족감 커”

장지영 2024. 4.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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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코멧’의 고독한 귀족 피에르 역으로 열연 중
배우 하도권은 ‘그레이트 코멧’으로 뮤지컬 무대에 8년 만에 복귀했다. 앤드마크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연습이 대학 입시보다 힘들었어요. 그동안 연기했던 역할 가운데 준비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펜트하우스’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으로 대중에게도 친숙한 배우 하도권(47)이 8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서 열연하고 있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일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그레이트 코멧’의 피에르 역이다.

최근 국민일보와 만난 하도권은 “2016년 ‘왕의 나라’ 이후 8년 만의 뮤지컬 출연이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만큼 부담도 컸다”면서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흥행으로 베트남 포상휴가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레이트 코멧’을 위해 포기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서 피에르 역을 맡은 하도권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쇼노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1812년 나폴레옹이 침공하기 직전 러시아에서 부유하지만 무기력한 귀족 피에르, 순수한 여인 나타샤, 방탕한 군인 아나톨의 얽히고설킨 운명을 그렸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이머시브 공연으로, 연주자가 연기하는가 하면 배우가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한다. 피에르 역은 연기 외에도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직접 연주하는 한편 무대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다.

하도권은 “20년 전 뮤지컬에 데뷔할 때 만났던 PD가 현재 ‘그레이트 코멧’의 제작사 대표인데, 지난해 하반기에 뮤지컬을 다시 할 생각이 없냐며 제안한 게 이 작품이었다”면서 “당시 피아노 코드 정도는 칠 줄 아느냐고 묻길래 ‘그 정도는 가능하다’고 대답했는데, 악보를 받아보니 피아노 5곡과 아코디언 3곡이나 됐다. 서울대 입시 당시 피아노 실기를 준비한 이후 피아노 연주는 처음이었고, 아코디언은 처음부터 배워야만 했다. 한마디로 ‘취업 사기’였다”며 웃었다.

하도권은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의 공식 연습 한 달 전부터 피아노와 아코디언 레슨을 받았다. 하루에 8~10시간은 연습실에 머물렀을 정도. 그는 “밤 10시에 충무아트홀 연습실 문이 닫히면 대학로 연습실로 이동해 새벽 3~4시까지 연습하는 게 일상이었다”면서 “공연 날짜에 맞춰 준비될지 두려움이 컸다. 돌이켜보니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이 나를 피에르로 만들어가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서 피에르 역을 맡은 하도권. 쇼노트

피에르 역은 홀로 집에서 책과 음악을 즐기는 내향적인 캐릭터다. 극 중 인물들이 무대를 뛰어다니고 춤을 추는 동안에도 제자리에서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게 전부다. 하도권은 “다른 배우와 달리 혼자만의 공간에 있어야 하다 보니 쓸쓸하긴 하다”면서도 “내 넘버가 많지는 않아도 드라마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만큼 집중력이 필요하다. 감정이 켜켜이 쌓이면서 조심스럽게 퍼져나가는 감정을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 하도권은 2004년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앙상블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일본 극단 시키의 뮤지컬 ‘라이온킹’에서 품바 역으로 주목받은 그는 ‘오페라의 유령’ ‘엘리자벳’ 등 대작 뮤지컬의 비중 있는 조연으로 활약했다. 그러다가 2014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노래 없이 대사로만 연기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드라마 등 매체 연기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서 작은 역할을 연기하다가 2019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강두기 역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도권이 참가한 중년 남자 뮤지컬 배우들이 모인 ‘섹시동안클럽 콘서트’의 포스터.

그동안 뮤지컬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처음 매체 연기를 하고자 했을 때 돌아갈 퇴로를 막고 싶었다. 성공할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으려 다짐했다. 내가 뮤지컬이라는 무대를 도망갈 공간이라고 생각했다면 절실하게 못 했을 것 같다”면서 “다만 드라마로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긴 했지만, 뮤지컬은 내가 연기를 시작한 고향이라 늘 그리움이 있었다. 매체 연기에서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뮤지컬도 다시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하도권이 최민철, 양준모 등 중년 남성 뮤지컬 배우들과 참여한 ‘섹시동안클럽 콘서트’는 뮤지컬 복귀의 시동이었던 셈이다. 올해도 그는 10월에 예정된 ‘섹시동안클럽 콘서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앞으로 매체와 뮤지컬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그는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를 꼭 해보고 싶다. 2014년 오디션에서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진 아쉬움이 크다”면서 “콰지모도 외에도 내가 어울리는 역할이 있으면 하고 싶다.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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