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는 노래한다, 언제까지나

이예지 2024. 4. 25. 14: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뷔 27년 차, 김윤아는 노래하고 사랑하며 나아간다. 언젠가 덧없이 사라질 것을 알기에, 지금 더욱 열렬하게. ‘그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엔 춤을 추는 것이오.’(자우림, ‘Péon Péon’)
드레스 Cholé.

Q : 봄의 기운을 만끽하는 김윤아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촬영 어땠나요?

A : 요새 앨범 막바지 작업에 매진하느라 밖에 다니질 못했는데, 오늘 촬영하면서 꽃과 봄을 만끽해서 좋았어요. 마침 〈관능소설〉에도 꽃을 제목으로 한 트랙이 있는데, 마치 다 알고 준비해주신 것 같아 신기했네요.(웃음)

Q : 중학생 때 팬 사인회에 가서 직접 만든 토끼 인형을 드린 적 있습니다. 10대 때 제가 김윤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섀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 에세이집에 수록된 글 중 립스틱을 바르는 당신을 묘사한 대목을 마치 제가 직접 마주친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A : 어머, 어머, 어머! 저도 기억하는걸요? 그때 제가 그 립스틱 발라보라고 건네드렸잖아요.(웃음)

Q : 제 또래의 여자들은 김윤아에게 일정 이상 영혼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아가 영혼의 어머니라는 한 여성 팬의 글에, “만나지 못한 딸이여, 항상 너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단다”라는 SNS 글을 봤을 때 감동했죠. 왜 10대 소녀들은 김윤아에 깊게 빠지게 될까요?

A : 제가 딸들이 많아요.(웃음) 그건, 공감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내가 알 것 같은 이야기를 저 사람이 하고 있다’는 느낌. 저는 그런 이야기를 가능한 한 오래 하고 싶은데요, 사실 제 또래 여성분들 중 지금까지 활동하고 계신 분이 많지 않아요. 특히 기혼이고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정말 드물죠. 윤미래 씨가 있지만, 그분은 저보다 많이 어리시고. 저는 ‘저 사람처럼 나도 내 일을 저렇게 오래 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대한 오랫동안,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Q : ‘FUN FEARLESS FEMALE’로 김윤아를 선정한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펜타포트에 마왕처럼 강림한 영상을 보면서도 ‘FEARLESS’라는 단어를 떠올렸죠. 김윤아는 용감한가요?

A : 많이들 제게 용감하다고 해주시는데, 저는 그저 제한을 두지 않을 뿐이에요. 도덕적인 것을 제외하면 제게 넘지 못할 선은 없어요. 죽을 때까지 그럴 거예요.

Q : 그런 김윤아에게 겁나는 것은 없나요?

A : 두려움을 느끼는 일이 별로 없어요. 영원히 지속되는 일 같은 건 없거든요. 너무 힘들고 여기서 영영 못 벗어날 것 같고 해도, 다 지나가요. 그래봤자 죽기밖에 더하겠어요?(웃음)

Q :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에 탐닉하는 김윤아는 어떤 것에 대책 없이 빠지나요?

A : 새롭고 참신하고 잘 만들어진 모든 것. 그리고 상반된 것이 공존하는 상황을 굉장히 재미있어 해요.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저의 일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공기 중에서 뭔가를 끌어당겨서 없던 음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지금도 저의 일 중 곡 만들고 녹음하는 게 가장 재미있는 파트죠.

Q : 솔로 5집 앨범 〈관능소설〉과 단독 공연을 준비 중이죠. 공연과 앨범 발매를 동시에 하니, 팬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는 기분이겠어요.

A : 이 방식이 제겐 잘 맞아요. 저희처럼 오래 한 팀에게는 새 앨범이 나오는 건 새로운 공연을 꾸미기 위해서이기도 한데요, 자우림의 경우 정규 앨범만 11장이 있고 비정규까지 포함하면 수백 곡에 달해서 공연 세트리스트를 짤 때마다 굉장히 애를 먹어요. 아주 사랑받는 곡들로만 해도 두 시간을 금방 채울 수 있지만, 기왕이면 새로운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다면 좋겠죠. 새로운 앨범 발매와 함께라면 새로운 곡들을 노래할 수 있으니 더 좋아요. 이제 제 솔로 앨범도 5장째 나오면서, 공연 세트리스트를 짤 때 꽤 고생했어요.(웃음)

트렌치코트 Burberry.

Q : 첫 번째 솔로 앨범이 영롱한 우울과 공허, 두 번째 솔로 앨범이 격정적인 사랑과 증오, 세 번째 솔로 앨범이 김윤아 그 자신, 네 번째 솔로 앨범이 타인의 고통과 연대에 대해 노래했다면, 이번 다섯 번째 앨범은 어떤 테마를 가지고 있나요?

A : ‘러브 송’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러브 송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같은 러브 발라드의 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죠. 그런 제게 사랑 노래는 항상 숙제 같은 것이었어요. 원래 4집을 만들 때 러브 송으로 채울 생각이었는데, 당시 사회적으로 많은 비극과 사건이 있었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굴 사랑하는 이야기를 쓰는 게 적절하지도 않고 쓸 수도 없어서 지금 나오게 됐네요. 이번엔 작정하고 사랑 노래를 꽉꽉 담아봤어요. 이례적으로 많은 피처링을 담기도 했죠. 백현진, 김필, 이승열, 이하이 씨 네 명의 뮤지션과 함께했어요. 어른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Q : 지금의 김윤아에게 ‘러브 송’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하네요.

A : 이번 앨범은 공상에 기반하고 있죠.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연애 호르몬이 필요한데, 저는 지금 도덕적으로 그러기 어려운 상황이라(웃음) 영화 〈데미지〉 〈색계〉 같은 끔찍한 사랑 이야기들로만 플레이리스트를 짜서 간접경험을 했어요. 이러다 진짜 상사병이 날 것 같은, 대상도 없는 사랑에 빠질 지경이 될 만큼. 그중 딱 한 곡, ‘해피엔딩’은 현실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죠. 여성은 제게 늘 중요한 주제입니다.

Q : FFF를 진행하며 ‘FUN’과 ‘FEARLESS’에 대해서는 쉽게 질문을 드리는데, ‘FEMALE’에 대해서는 좀처럼 질문하기가 어려워요. 하수상한 시대라 많이들 조심하시죠.

A : 하지만 〈코스모폴리탄〉인데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지 않나요? 저는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기혼자에 자녀가 있는 여성으로서 제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싸우고 있어요. 제가 즐겁고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저 사람이 저기에 있어”서 다른 여성들이 힘을 받을 수 있게끔, 항상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상한 길로 새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모두 굴하지 말고, 지지 말아요. 그리고 요즘 젊은 여성들이 너무 잘하고 있는 게, 결혼 안 하잖아요. 왜 이렇게 똑똑해!(웃음)

드레스 Blumarine. 부츠 Jimmy Choo.

Q : 저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운동이 기혼 여성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좀 우려될 때도 있습니다.

A : 그건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를 거예요.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또 아니고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요? 혁명?

Q : 오직 ‘레볼루션’뿐입니다.(웃음)

A : 맞아요! 여성 시민 동지들이 서로 아끼고 연대해서 단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 언제나 아티스트로서 사회 참여적인 모습을 보여왔죠. 가부장제와 성차별, 기후 위기, 동물권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노래로 만들기도 하고, 방송을 통해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어요. 역시 예술과 세계란 떼어낼 수 없는 것이죠?

A : 당연하죠. 사회가 없으면 예술이 있을 필요가 없죠. 존재할 수가 없을 거고요. 그리고 예술이 사회를 담지 않는다면 그건 좀 허무한 일일 거예요.

Q : 점점 약자를 향한 혐오가 짙어지고 있는 시대예요.

A : 인터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해온 얘기인데, 이번엔 좀 건방진 말투로 해봐야겠어요.(웃음) 결국은 교육이에요. 학교에서 가르쳐야 해요. 공교육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뀌죠. 개인은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발화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지금 사회에선 그 합의된 정의라는 게 성과, 성취, 돈이 전부인 것 같아요. 경쟁해서 너만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좋은 직업을 얻으면 된다고 가르쳐서 될 게 아니죠.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때, 우리가 어떻게 함께 손잡고 미래 사회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가르쳐야 할 시점인데 어떻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만 교육하니까, 그 시점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이 해줘야 할 부분이에요.

드레스 Bally. 로퍼 힐 Ami.

Q : 이런 시대에 청소년을 길러낸다는 건 어떤 일인가요?

A : 저는 아들 민재와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해요. 정치적인 프로파간다, 혐오 범죄, 젠더 이슈, 성 역할 문제까지 서로 의견을 나누죠. 다행히 주변에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아직까지는 귀엽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 이상은 그 녀석의 프라이버시니 오프더레코드로.(웃음)

Q : 데뷔 27주년이 다 돼가지요?

A : 올해 8월이면 27주년이네요.

Q : 어쩜 이렇게 여전히 소녀 같으신가요? 록 스타는 나이가 안 든다더니, 정말 마녀이신 것 아닌가요?

A : 철딱서니 없이 살면 이렇게 됩니다.(웃음)

Q : 김윤아는 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 그렇게도 동화적이고, 이상하고, 아름답고, 퇴폐적이고, 신랄하고, 활기차고, 우울하고, 신경증적이고, 또 무심한 노래들을 쏟아낼 수 있었던 건가요?

A : 인간의 감정의 폭이란, 굉장히 넓고 깊고 겹겹이 쌓여 있죠. 그걸 연료로 삼으니 더 들여다보게 되는데, 무척 괴로우면서도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에요. 내부에서 자가 발전하는 것이니 경제적이기도 하고요. 재미, 보람..., 사람마다 표현은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이게 제일 재미있어요.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고요. ‘이 정도 했으니 적당하다’ 같은 마음은 잘 들지 않아요. 제가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지 모르고, 언제까지 살아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여기 있는데 그걸 안 할 이유가 있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한번 물면 잘 놓지 않는답니다.(웃음)

Q : 그 누구도 살아 있는 동안엔 춤을 추는 것이오”(자우림 노래 ‘Péon Péon’ 중)라는 가사가 떠오르네요.

A : 하하하.

재킷, 후디, 드레스 모두 Celine by Hedi Slimane.

Q : 돌이켜봤을 때, 관록이 쌓이며 김윤아의 음악에서 달라진 것이 있나요?

A : 일단, 관록은 아직 멀었어요. 20년 뒤?(웃음) 관록은 평생 무리일지도 모르겠네요. 제 캐릭터가 이런 캐릭터라. 그간 노하우는 많이 쌓였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한다는 기본은 같아요. 데뷔 초에 전 이런 말을 했죠. “우리는 3천 장이 팔리든, 30만 장이 팔리든, 지금이나 미래에나 똑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할 거예요.” 그것은 여전합니다.

Q : 김윤아 음악의 두 축은 우울과 환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격랑을 관통하는 것은 이상한 아름다움이었고요. 김윤아는 언제 우울하고, 언제 기쁜가요?

A : 멋진 말이네요. 기쁨은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우울은 항상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전 사람이 기쁨을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주 사랑하는 데이비드 린치의 〈트윈 픽스〉 시리즈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쿠퍼 형사’가 등장하잖아요. 그런 살인 사건 현장 한가운데에서도, 그는 매일 한 잔의 커피와 도넛에서 행복을 찾죠.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그 작품을 빌려 보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어요.

Q : 살면서 타협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나요?

A : 예의와 양심을 지키고, 사람들 사이 신의를 지키는 것. 저는 그게 되지 않으면 관계를 칼같이 싹 잘라버리는 사람이에요. 모든 사람을 용서할 수는 없잖아요. 그럴 필요도 없고.(웃음)

Q : 솔로 1집 에세이에 “우리 같은 종류의 인간은 평생 결코 어른이 되지 못합니다”라고 쓴 적이 있죠. 지금은 어떤가요?

A : 여전히 좋은 어른이 되고자 하는 지망생입니다.(웃음)

톱, 데님 팬츠 모두 Valentino. 뮬 Valentino Garavani.

Q : 김윤아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

A : 저는 아름다움은 화음 같은 것이라 생각해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불협화음이 화음이 되는 순간에 발견돼요. 자로 잰 듯한 아름다움 말고, 어딘가 어긋난 듯한 아이러니가 조화를 이루며 있을 때 저는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크 시대의 미술과 음악을 좋아해요.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를 아주 좋아하는데, 죽을 때 마지막으로 들을 음악 한 곡을 골라야 한다면 페르골레시의 〈비탄의 성모〉를 들을 거예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버전으로 저는 신앙은 없지만, 신에게 바치는 음악보다 더 순수한 사랑으로 만든 음악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데다, 화성이 끝내주죠!

Q : 지금 탐닉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 곧 발매할 저의 〈관능소설〉. 그리고 바쁜 일정이 지나면 얼른 소파에 누워 게임 〈젤다의 전설〉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날은 잘 오지 않을 것 같네요. 연말까지 쭉 계획이 차 있어요. 자우림 전국 투어도 예정돼 있고요.

Q : 지금이 봄인데 연말까지 계획이 빼곡하군요.

A : 항상 몇 년간의 계획이 머리 안에 있어요.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요!(웃음)

Q : 최근에 마주한 멋진 경험이 있나요?

A : 이번 앨범 녹음하면서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했어요. 두 곡의 편곡을 일본 편곡자에게 맡겼는데, 올해 64세인 선생님이었어요. 참 친절하고 겸손하고 귀여우신 데다,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셨죠. 일본에 가서 하루 동안 녹음했는데, 일본인 연주자들과 동시에 녹음을 하는 방식이라 모든 파트가 자기 방에 들어가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대방과 한 번에 호흡을 맞춰야 하는 난이도 높은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두세 번 정도 서로 연주를 하고, 호흡이 맞기 시작했을 때 진심으로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이라는 일은 멋지구나. 리듬만 있으면 처음 본 사이여도 어디서나 합주할 수 있구나. 참으로 환상적인 순간이었죠. 또 하나 더 말해도 될까요?

Q : 얼마든지요.

A : 지금 사회가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잖아요. 월급은 안 오르는데 물가나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죠. 고물가로 악명 높은 스위스 다음으로 식재료가 비싼 나라가 한국이에요. 그런데 스위스의 최저시급과 임금은 한국과는 천지 차이죠. 그렇게 봤을 때 한국이 현재 식품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라고 봐도 과장이 아닌 거예요. 이런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지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조그마한 행복을 찾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예쁘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드레스 Ferragamo. 부츠 Gianvito Rossi.

Q : 오늘 아침 일찍 콜타임이었지만, 투표하고 오신 김윤아 님도 멋지죠.

A : 그건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니까요! 저 지금 웃긴 게, 마침 들고 계신 펜이 대파 색깔이네요.(웃음)

Q : 눈치채셨나요? 저도 한 표 행사하고 왔습니다.(웃음) 그럼 김윤아가 생각하는 멋없는 건 어떤 거예요?

A : 전 모르는 걸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남들에게 그렇지 않아 보이려고 애쓰는 건 멋없다고 생각합니다.

Q : 언젠가 부르셨던 ‘증오는 나의 힘’처럼, 지금 김윤아의 힘은 어떤 건가요?

A : 여전히 증오는 저의 힘입니다. 증오만큼 좋은 땔감이 없어요.(웃음) 또한 아까 말씀 나눈 재미. 그 연료는 지금까지도 잘 충전되고 있습니다.

Q : 밖에서 영감을 찾을 때도 있죠?

A : 그럼요. 모든 게 다 영감이 돼요. 이를테면 지금 창밖에 보이는 전봇대, 저걸 소재로 노래를 쓸 수도 있어요. 제겐 레이더 같은 게 발달해 있는데, 다른 분들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것들, 영상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글이든 무엇이든, 잘 살펴봐요.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엄청나게 부풀리거든요. 에디터님도 잘 만든 화보와 기사를 볼 때 그렇죠? 저 역시 그래요. ‘저 사람이 저런 아름다운 걸 했네? 나도 아름다운 걸 하고 싶어!’ 하면서.

Q : 김윤아는 무엇을 믿나요?

A : 미래의 저를 믿습니다. 내일의 제가 마감해줄 거란 사실을.(웃음) 좀 더 진지하게 말하자면, 모든 건 불확실해요. 아름다운 것도 즐거움도 사람도 사라질 수 있고, 영원하지 않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더 홀가분하고 열정적인 마음으로 이 순간순간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어요. 어쩌면 역설적으로 그 불확실성을 믿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코스모폴리탄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