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마니시 아로라(Manish Arora)와 미셸 보드라(Michel Baudrat)의 집은 파리 동역 철로 옆, 이렇다 할 특징 없는 건물의 출입문을 열면 곧바로 시작된다. 오래된 중정을 지나면 ‘오텔 파르티퀄리에(Hôtel Particulier)’라는 19세기 저택이 나오는데, 이곳 1층이 마니시와 미셸의 아파트다. 마니시의 컬러플하고 ‘팝’한 인디언 감성, 데커레이터로 활동하다 파리 생투앵(Saint-Ouen)에서 두 개의 앤티크 부티크를 운영하는 미셸의 감성이 그야말로 마구 섞여 있는 곳이다. 원래 이곳은 미셸 보드라가 25년 넘게 살던 아파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때 건물 본연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페인트를 벗기고 기존 벽 색깔을 찾아 빈티지 나무 바닥을 다시 까는 등 레너베이션에 무려 2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처음 미셸의 아파트였던 이 공간은 그가 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행지에서 발견한 앤티크 가구와 오브제, 아트 피스로 가득했다. 어두운 색채의 벽과 4m 높이에 달하는 기다란 캐비닛, 출처가 궁금한 거실 오브제들과 그림은 신기한 사물을 늘어놓은 전시실을 연상케 한다. 마니시는 1년 반 전에 이곳으로 와 집 곳곳에 전혀 다른 톤과 스타일, 재료를 보태기 시작했다. 거실 중앙 테이블에 있는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음식과 컬러플한 플라스틱 오브제, 반짝이는 인도 스타일의 장식은 이 집의 고고한 매력과 잘 어우러진다. 17세기 조각상에 씌워둔 비즈 장식이 두 사람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는 컬러플하고 흥미로운 물건을 수집해요. 인생은 언제나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재미있는 오브제와 화려한 컬러는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이 아파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는 이곳이 파리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정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넓은 테라스다. 테라스 전체가 포도나무와 아이비로 둘러싸여 있고,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반짝인다. 빈티지 새장에는 주변의 참새가 먹이를 먹으러 수시로 날아들며 지저귄다. “이 테라스 덕분에 시골집을 다 팔았어요. 큰 도시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워서 따로 시골에 갈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특히 팬데믹 시절에는 탁월한 장소였어요. 밖으로 나갈 수 없어도 전혀 답답하지 않았거든요.”테라스는 뮈제 니심 드 카몽도(Musée Nissim de Camondo)의 부엌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부엌과 연결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다이닝 룸으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없다. 팬데믹 때 고향인 인도에 갈 수 없어 직접 요리를 시작한 마니시는 이후 레서피 북까지 출간했다. 그는 이 집에서 자주 요리하고 미셸과 함께 친구들을 초대해 디너파티를 연다.
집은 인생의 생기가 충만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다소 웅장할 수 있는 공간에 컬러를 입히고, 사람들의 온기가 더해지고 나니 비로소 완성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과거 앤티크 가구와 오브제 딜러였던 미셸은 시골집에 있던 가구와 수집품을 파리 근교 창고에 보관해 두었고 간혹 생각날 때마다 창고에서 새로운 물건을 가져오곤 한다. 마니시는 “세상은 넓고 흥미로워요. 아름다운 것을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죠. 미셸이 앤티크와 빈티지 애호가라면 저는 플라스틱과 컬러 숭배자예요(웃음). 내년에 열 전시 때문에 들른 애틀랜타에서도 귀여운 새 모양의 장난감을 발견했어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두 사람은 ‘맥시멀’한 이 집에 꾸준히 자신만의 오브제를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