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0조' 정부 R&D 전담은행 경쟁…관건은 출자금 '쩐의 전쟁'

이세미 2024. 4. 24. 15: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신력·영업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과학기술 혁신펀드 참여 적극성 핵심
4대 은행 본점 전경. ⓒ데일리안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정부부처의 연구개발(R&D) 자금을 맡아 운영할 전담은행 선정을 앞두고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신력을 넘어 실질적인 영업력 확보 측면에서도 메리트가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번 전담은행 선정에서는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펀드에 대해 누가 얼마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 말 R&D 자금 전담은행을 선정할 계획이다. 과기부는 지난 9일 제2기 통합 이지바로 전담은행 선정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내달 3일까지 공모 신청을 받는다. 선정된 은행은 올해 9월부터 2028년까지 약 3년 4개월 동안 R&D 자금을 관리하게 된다.

통합 이지바로는 범부처 연구비 통합관리시스템으로, 과기정통부 소속 13개 정부 부처 연구비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로 2019년 구축했다. 정부 R&D 자금 중 이지바로 시스템을 이용하는 규모는 연간 10조원에 달한다. 은행들이 R&D 예산에 관심을 갖는 배경은 바로 이 조 단위 금액의 자금을 예치할 수 있어서다.

각 부처는 매년 국고에서 인출한 R&D 예산을 은행의 정부 출연금 계좌에 예치한다. 자금은 R&D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연구비관리시스템 계좌로 옮겨진 후 건별로 R&D 과제 수행기업에 전달된다.

전담은행은 R&D 과제 수행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 규모를 늘리고 R&D 성공기업에 대해 일반기업보다 낮은 수준의 우대 대출금리를 적용한다. 은행은 예치된 R&D 자금을 장기간 운용을 할 수 있다.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R&D 예산은 시·도금고 규모와 비슷하기 때문에 예치만 해도 수익이 난다. 은행들이 이에 대한 경쟁일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2기 전담은행은 3개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담은행 선정에는 과학기술 R&D 혁신펀드에 대한 스탠스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선정 평가에 새로 도입된 방안을 보면, 과기정통부가 잡은 펀드 규모는 모펀드만 2000억원에 달한다. 자펀드는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꾸린다는 방침이다. 정부 출자 없이 전담은행 자체적으로 기본자금을 조성하고 과학기술 R&D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는 총 12년 내외로 운영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전담은행의 출자를 통해 모펀드를 조성하고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R&D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과학기술 R&D 혁신펀드는 전담은행 선정 평가에서 총 40점을 차지한다. 평가부분에서 재무구조 안정성을 보는 일반부문과 자금관리 역량을 보는 사업수행 부문은 시중은행이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40점이 배정된 펀드 출자 및 지원 항목에서 순위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제1기 전담은행에 선정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계속 전담은행의 자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실제 양사는 지난 사전 설명회에도 참여하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은행은 올해 8월 운영 기간이 만료된다.

다만 경쟁 은행들 역시 이번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전담은행으로 선정되면 다방면에서 수혜를 볼 수 있고, 정부 부처 전담은행으로서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또 과기정통부 소속 신용도가 높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등 사실상 정부 부처의 다른 금융 업무까지 연계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 입장에선 단순히 전담은행 혹은 시 금고 역할뿐 아니라 영업까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일각에선 혈세로 일부 은행들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와 이는 해소해야 될 숙제로 보인다. 국비를 예치한 은행들에 이자율을 삭감해 주는가 하면, 은행 측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감면해 주는 등 혈세로 일부 은행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는 “R&D 전담은행에 선정되면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고 영업도 확대할수 있다”며 “정부정책과 부합하는 과학기술 R&D 혁신 펀드 계획을 수립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