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독교인 학살’ 지옥 같은 곳서 탈출한 그녀의 눈물

장창일 2024. 4. 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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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마니푸르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셨죠?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고문과 학살, 강간이 일상이고 시신을 훼손한 뒤 거리에 끌고 다니는 일도 빈번해요. 인종 학살을 넘어 기독교인 말살이 최종 목표입니다."

지옥 같은 마니푸르주에서 최근 탈출한 뒤 한국에 온 모이(가명·50)씨가 24일 서울 강서구 새영교회에서 힘겹게 이야기를 꺼냈다.

핍박의 대상이 쿠키족을 넘어 마니푸르주 기독교인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모이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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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도에 의한 ‘기독교인 학살’ 자행 되는 지옥 빠져나와 교회에 호소한 ‘모이씨’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죽음 행렬…제발 기도와 관심을”
A목사가 24일 서울 강서구 새영교회에서 모이씨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A목사는 모이씨와 마니푸르주 교회를 오랫동안 지원하고 있다.

“인도 마니푸르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셨죠?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고문과 학살, 강간이 일상이고 시신을 훼손한 뒤 거리에 끌고 다니는 일도 빈번해요. 인종 학살을 넘어 기독교인 말살이 최종 목표입니다.”

지옥 같은 마니푸르주에서 최근 탈출한 뒤 한국에 온 모이(가명·50)씨가 24일 서울 강서구 새영교회에서 힘겹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신상을 익명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신과 가족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어서다.

19세기 말 영국 선교사에 의해 복음을 받은 쿠키족의 일원인 모이씨는 현지에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잠시 머물렀던 그에게는 당시 만난 친구가 적지 않다. 이번 방문도 한 지인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서 서쪽으로 3460㎞ 떨어져 있는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는 지난해 5월 이후 ‘기독교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주민 66%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메이테이 사람들에게 정부가 혜택을 주기로 한 뒤 기독교도가 주축인 쿠키족과 사이에서 촉발된 유혈 충돌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독교인 청소’ 양상을 띠며 격화하고 있다.

힌두교도가 다수지만 복음을 받아들인 쿠키족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오랜 세월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더욱이 마니푸르주가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 변방이다 보니 친 힌두교 성향의 중앙정부 관심에서도 멀어져 있다.

모이씨가 24일 서울 강서구 새영교회에서 종이에 마니푸르의 종교 현황과 인구 구성 등을 쓰며 설명하고 있다.

현재 힌두교도와 기독교인은 남북으로 갈라져 대치하고 있다.

모이씨는 “메이테이 사람들은 자동소총과 풍부한 총알, 폭탄 등으로 전투에 나서고 있다. 쿠키족 사이에선 정부군이나 경찰의 비호 없이 저런 무장을 갖출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면서 “반면 쿠키족은 총알 한 발 장전할 수 있는 사제 소총으로 맞서다 보니 싸움이 되질 않는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지역의 350여 개 교회가 불탔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불탄 교회 중 30%는 메이테이 기독교인들의 예배 공동체라고 한다. 핍박의 대상이 쿠키족을 넘어 마니푸르주 기독교인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모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쿠키족이 1차 희생양이지만 결국 마니푸르 전체 기독교인을 추방한 뒤 힌두교도들만의 거주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바로 땅”이라면서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살이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도 마니푸르에서 지난해 5월 벌어진 충돌과 전투를 피해 쿠키족 피란민들이 아쌈주 라키푸르에 있는 구호소에서 대피하고 있다. AP뉴시스

인터뷰 중에도 가족들이 메신저로 보낸 전투 영상 알람이 줄을 이었다. 영상 중에는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 등이 담긴 것들도 적지 않았다.

모이씨는 “내일이면 또 다른 영상이 도착할 것”이라면서 “이게 일상이니 딱히 놀랄 것도, 새로울 일도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기독교인 난민을 돌보는 게 장기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충돌로 7만명 가까운 난민이 발생했는데 이들을 위한 피란민 캠프를 만들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싶다”면서 “장기적인 후원 계획이 없다면 또 다른 아픔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족들 걱정이 크다는 모이씨는 기도를 요청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뿐이었습니다.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주님께 의지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가족과 신앙 공동체 모두 기도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도 기도해 주세요. 잊지 마세요. 지금도 죽어가는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자동소총과 유탄발사기로 무장한 힌두교도들이 방탄조끼를 입고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 모이씨 제공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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