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나요? 헬라어 찬양시···찬란한 감동, 6월 찾아온다

최기영 2024. 4. 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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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 교부 6인의 헬라시, 영어·한국어 찬양곡으로
6월 9일 서울 충신교회서 ‘헬라시 찬양제’ 열려
초대교부 시인들. 왼쪽부터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 다마스쿠스의 요한(John of Damascus), 키레네의 시네시우스(Synesius of Cyrene), 시리아의 에프라임(Ephraim the Syrian), 테오도르(Theodore Studites). 찬양문화협회 제공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마태 수난곡’을 들으며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고,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클래식 연주 음원을 그대로 따서 쓰는 음악기법)한 현대 음악을 들으며 얻는 감동은 시대를 초월한다. 헬라어로 쓰였던 신약 성경의 당시의 생생한 기록들을 현대 언어로 만날 때 얻는 감동도 그와 다르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 음악계가 초대교회 교부들의 신앙고백이 살아 숨쉬는 ‘헬라시’에 음률을 입혀 찬송가로 공개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교단을 초월한 7개 교회 성가대가 연합해 오는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충신교회(강남우 목사)에서 개최할 ‘헬라시 찬양제’ 이야기다.

초대교회 시대 교부들은 아름다운 헬라어 찬송시를 다수 남겼지만, 5세기 이후 라틴어의 문화적 영향력이 급격히 확장하면서 헬라어권의 유산 대부분이 자취를 감췄다. 이후 19세기 영국의 존 메이슨 닐(John M Neal, 1818~1866) 목사가 1000여개 시들을 영문으로 번역해 소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내에 알려진 헬라시 찬송가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찬양제 개최까지 가능하게 된 건 한국 교회음악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김명엽(남대문교회 은퇴 장로) 연세대 교회음악과 교수의 역할이 컸다. 교회음악 역사와 신앙의 연결성을 연구해 온 김 교수가 주요 교회 찬양대 지휘자들과 2022년부터 교회 음악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을 진행해오면서 깊이 있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작곡과 작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태동된 찬양문화협회가 이번 찬양제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협회에는 남서울교회(지휘 김현나) 남포교회(지휘 오동은) 높은뜻덕소교회(지휘 김영민), 분당우리교회(지휘 김영해) 서울영동교회(지휘 강은주) 평광교회(지휘 김영희) 충신교회(지휘 임긍수)가 소속돼 있다.

최근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영해 지휘자는 “김 교수가 정리한 헬라시 관련 내용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지난해 3월, 국내외 13인의 한국 작곡가들에게 의뢰해 15곡을 완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부들은 헬라시를 통해 요셉이 예수님을 품에 안았을 때의 감정,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장면 등을 문학적으로 표현했는데, 준비과정에서 영어로 번역된 헬라시를 한글로 번안했을 때 그 감동을 오롯이 살리는 게 관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 현장에서 일부 공개된 헬라어 찬양시에는 자유 의지로 인해 타락한 아담과 하와 이야기가 서정적인 한 편의 시로 표현돼 있었다. ‘자유 의지로 아담의 아름다움은 추하게 됐다. 신성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 내려왔다. 인성을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리려 그렇게 그는 신이 되었다.’

찬양제를 통해 소개될 초대교부 시인은 6명이다. ‘헬라신학의 아버지’이자 알렉산드리아 신학교 교장이었던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를 비롯해 그리스 교회의 위대한 신학자로서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다마스쿠스의 요한(John of Damascus), 알렉산드리아 최초의 여성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키레네의 시네시우스(Synesius of Cyrene), 300만행의 시를 지어 복음을 전한 시리아의 성직자 에프라임(Ephraim the Syrian), 수도원 개혁을 이끈 찬송 시인 테오도르(Theodore Studites) 등의 헬라시가 15곡에 담긴다. 이 중 3곡은 찬송가 양식이며, 12곡은 성가대를 위한 찬양곡이다. 특히 전경숙 작곡가가 작업한 독창자를 위한 찬양가곡은 국립오페라단의 주역 테너 국윤종의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

찬양제에서는 총 200여명이 이르는 7개 교회 찬양대가 각 2곡씩 선보인다. 교부들의 신앙을 조명하기 위해 각 교회별 찬송에 앞서 헬라시 저자의 신앙과 원곡이 갖는 의미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찬양에 앞서 하재송 총신대 교회음악과 교수가 설교를 전한다.

강은주 지휘자는 “초대교회의 신앙 선배들의 고백을 찬양으로 듣고 묵상하며 우리의 신앙을 회복해나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충신교회 찬양위원회 위원장 이상회 장로는 “전문 성악가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아니라 주일 예배마다 만나는 성가대의 목소리로 헬라시 찬양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감동적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찬양제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찬양제에서 발표되는 곡들은 예솔출판사(대표 김재선 장로)에서 성가악보집으로도 출판될 예정이다. 찬양문화협회는 향후 해외찬송음악 웹사이트(The Canterbury Dictionary of Hymnlolgy)에 발표곡들을 등재하는 작업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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