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미래]"K-컬처 배우러 이태원으로"…서울 속 세계 중심지 용산

박준이 2024. 4. 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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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 현장 르포
"수업 신청 30% 늘어, 대기자까지"
용산, 외국인들이 찾는 안식처
코로나·참사로 주춤했으나 차츰 회복세

"아직 이태원은 ‘외국인들의 빌리지(마을)’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글박물관. 30명 남짓의 외국인 수강생들은 다양한 서체로 쓰여지는 캘리그라피 문구를 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들은 연신 ‘뷰티풀’을 외치며 ‘꽃길만 걸어요’라고 쓰인 서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어진 캘리그라피 쓰기 수업에서 수강생들은 서툴지만 한 자 한 자 붓으로 눌러쓴 자기 글씨를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16일 서울 용산구 한글박물관을 찾은 외국인들이 캘리그라피를 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준이 기자]

이날 열린 캘리그라피 수업에는 주재원, 학생, 일반 근로자 등 다양한 직업과 국적의 외국인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서울에 거주하거나 장·단기 체류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다. 수업을 주최한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 측은 "오늘 참석한 분들은 전체 수강생의 일부"라며 "최근 참여 신청이 빨리 마감돼 대기자까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K콘텐츠' 배우러 이태원 향하는 외국인들

16일 서울 용산구 한글박물관을 찾은 외국인들이 상설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는 용산구가 외국인 주민들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문화 행사 등을 제공하기 위해 2008년 설립했다. 캐서린 코르테자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장은 인터뷰에서 "2019년만 해도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요리 수업을 열더라도 비빔밥, 김밥 외에 낯선 음식을 만들면 신청하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이후에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예컨대 ‘파전’ 같은 음식 수업을 열어도 많이 신청하고, 한국어 수업의 경우 최근엔 중급, 고급반 수강생까지 생겨났다"며 "‘K-무비’ ‘K-드라마’ 등 한국의 콘텐츠를 보고 한국이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한국 문화 체험 수업 신청자는 약 30%가량 증가했다. 현재 한국어 수업을 수강하는 외국인 숫자는 하루 50~60명 정도다. 코르테자 센터장은 "과거에는 일주일에 1~2개 수업이 열렸으면 지금은 일주일에 3~4개의 수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용산구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대표지다. 대사관만 57곳이 위치해 있어 오래전부터 외국인 거주자, 방문객이 많다. 코르테자 센터장은 "이태원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상징적으로 생각하는 지역일 뿐 아니라 외국인 노인복지관, 영어를 쓰는 은행 등 편의시설이 밀집돼 있다"며 "자연스럽게 교류가 되다 보니 많은 외국인이 이태원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위축, 다시 살아나는 거리 열기

서울시 등록외국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용산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1만3955명으로, 10년 전인 지난 2013년(1만2185명)에 비해 1700여명가량 늘었다. 유입 국가는 중국, 미국, 대만, 캐나다, 인도 등 다양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국의 외국인 거주자가 줄면서 용산구 외국인 거주자 수도 급감한 바 있다. 이어 2022년 이태원 참사 사고 직후에도 용산구 거주 외국인은 679명가량 줄었다.

코로나 충격파가 약화하면서 용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유태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코로나와 참사 때 이태원을 찾는 외국인이 아예 없었다"며 "다시 식당, 상점 등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수준으로 거의 비슷하게 복구가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편집자주 - '금단의 땅'을 품고 있던 용산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미군기지는 국민 모두의 공간인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개발 계획도 본격 시작됐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 확대 요구도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 남산과 한강을 잇는 한강 변 '금싸라기 땅'임에도 낙후된 주거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서울이 권력과 기업,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용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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