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처럼 늦게 핀 사과꽃 "올 가을 금사과는 없을듯"…연일 흐린 날씨는 걱정 [르포]
“꽃은 제때 펴서 다행인데 날씨가 계속 흐려 걱정이네요.”
지난 22일 오전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지리에 위치한 한 사과농장. 농장주 윤인섭(39)씨가 사과꽃을 매만지며 걱정했다. 윤씨는 대표적인 사과 주산지인 청송에서 16년 전부터 4㏊ 규모의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냉해(저온 피해)를 비롯한 각종 악천후로 사과 생산량이 평년의 20%밖에 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적절한 시기에 꽃이 폈다. 사과 열매가 많이 맺히지 않은 다음 해에는 더욱 많은 꽃이 피는 경향이 있는데 역시 올해 꽃이 많이 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씨만 조금 좋으면 풍년이 될 것 같은데 겨울부터 비가 계속 와 불안하다”고 말했다.
평년 시기 개화…냉해 면한 사과밭
앞서 경북농업기술원은 사과나무꽃 만개기(활짝 피는 시기)가 홍로 품종 4월 15일, 후지 4월 18일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평년보다 8~10일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실제 개화기는 이보다 늦어 평년과 비슷했다. 벚꽃이 예상보다 늦게 피는 바람에 전국 벚꽃축제가 줄줄이 곤란을 겪었던 일이 사과꽃에도 일어난 셈이다. 사과 농가에는 호재였다.
지난해 사과 농사는 12년 만에 최악의 흉작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사과 생산량은 39만4428t으로 2011년(37만9541t) 이후 가장 적었다. 전년(56만6041t)과 비교하면 30.3% 감소했다. 전국에서 사과 생산량이 가장 많은 경북 역시 지난해 생산량이 24만4990t에 그쳐 전년(33만532t)보다 25.9% 줄었다. 경북 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은 2022년 1만5677㏊에서 지난해 1만4867㏊로 5.2%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0.1㏊당 생산량이 2108㎏에서 1648㎏로 21.8% 추락했다.
올해는 궂은 날씨가 사과 농사를 방해하는 복병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궂은 날씨로 비가 많이 내리고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사과나무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송군 강수량은 1482.2㎜로, 전년 638.5㎜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많은 비 우려
이날 오전 역시 기온이 15도 정도로 쌀쌀하고 가는 빗방울도 내리다 그치길 반복했다. 윤씨는 “비가 내리면 꿀벌이 활동하지 않는다. 며칠 연속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인공 수분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당 12만원을 받는 인부 4~5명을 고용해 꽃에 인공 수분을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인공 수분은 자연 수분보다 수정률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대급 흉작’이었던 지난해만큼 피해가 크지 않아 올 연말쯤에는 사과 가격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대로면 연말 사과값 회복 전망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1일 경북 문경 지역 사과 농가를 찾은 자리에서 “저온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약제를 미리 공급하는 등 연초부터 관계기관과 함께 생육관리에 집중했는데, 올해는 개화기 전부터 꽃이 만개한 현재까지 저온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에 월 4000만원 상납" 2012년 룸살롱 황제의 고백 | 중앙일보
- 한소희, 학폭논란 전종서와 절친? 머리 맞댄 사진과 올린 문구 | 중앙일보
- 딸아, 세상 반은 노인 된다…자산 900% 불린 '전원주 투자법' | 중앙일보
- 아이 보는데 성관계한 친모…이 혐의가 무죄 판결 난 까닭 | 중앙일보
- 사시나무처럼 떨다 길에서 숨진채 발견…아편중독 덮친 북한 | 중앙일보
- "대참사 수준"…청년 적은 시민대표단, 연금개혁 개악 택했다 | 중앙일보
- "이천 수돗물 먹지말라"…여름도 아닌데 때아닌 '깔따구 전쟁' 왜 | 중앙일보
- 16세 스노보드 유망주 부상...치료비 7000만원 내준 회장 정체 | 중앙일보
- 40도 폭염에 에어컨 고장…인도 앵커 생방송 중 픽 쓰러졌다 | 중앙일보
- 여성 주심 양손으로 밀쳐 휘청…전남 김용환, 5경기 출장정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