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금리 경계모드…"과한 보조금·도덕적해이 막아야"

베이징=김현정 2024. 4. 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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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전 인민은행 총재, 최근 연설서 강조
"긴축과 완화 모두 여지를 남겨야"

중국 내에서 저금리 장기화와 이에 따른 금융 시장의 도덕적 해이, 보조금 제도화 등 폐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분기 경제 회복세가 견조했던 만큼,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나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2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인 제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이강 전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상하이교통대 상하이고등금융학원 창립 15주년 총회 기조연설에서 "통화 정책은 나를 주인으로 삼고(以我爲主·자주적 통화정책을 의미), 복잡한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고, 긴축과 완화 두 가지 측면 모두 신중하게 하고 여지를 남겨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국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자 경제위원회 부주임, 중국금융학회 이사회 회장이기도 한 이 전 총재는 "금리는 통화 정책의 핵심"이라면서 "금리가 장기간 너무 낮으면, 금융자원 배분을 왜곡해 과잉투자, 과잉생산, 인플레이션, 자산가격 거품, 자금 공회전(자금이 투자되지 않고 시중에 떠도는 것)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초저금리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중국이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기본적으로 시장 지향적 금리 시스템을 형성했으며, 통화 정책 도구를 통해 유동성 조정과 자금 할당 등 목표를 달성해 왔다고 자평했다. 특히 '나를 주인으로 삼는다'는 정책 방향을 거듭 강조하며, 주요 선진국의 금리 변동을 따르지 않아 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당국은 통화 통제 기구를 신중하게 사용하고, 강한 자극적 정책보다는 여지를 남겨야 할 때가 많다"면서 "정책 도구는 전진하고 또 후퇴해야 하며,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고 보조금의 제도화나 불공정 등을 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중앙은행은 금융기관에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대출과 관련해서는 각 금융기관이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고 위험을 감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까지 인민은행의 통화 정책은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도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위안화 대출 잔액은 230조위안(약 4경3700조원)을 웃돌며, 2012년의 4배까지 성장했으며, 사회융자 규모 잔액도 370조위안 이상으로 같은 기간 4배 늘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도 최근 중국의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금리 조정의 여지가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민은행은 전날(21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1년물 3.45%, 5년물 3.95%로 각각 동결한다고 밝혔다. 원빈 민생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 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은행의 순이자 마진도 계속해서 압박받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LPR이 추가로 인하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신용평가기관 동방진청의 왕칭 수석 거시분석가는 "은행 순이자 마진은 1분기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어 금리 인하의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또한 거시경제가 계속 반등해 상승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물가와 경제 동향을 종합하면 3분기에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인하될 수 있으며, LPR 조정은 그 이후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그 뒤 차례로 기업과 주택 구매자의 금리 부담이 계속 낮아질 것이며, 지방채 리스크 해소에도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LPR은 18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해 산출한다. 현지 금융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중국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물 금리는 일반 대출, 5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친다. 인민은행은 지난 2월 5년물 LPR을 종전 4.20%에서 0.25%포인트 낮췄고, 3월에는 1년물과 5년물을 모두 동결한 바 있다. 1년물의 경우 지난해 8월 3.55%에서 3.45%로 0.1%포인트 낮춘 이후 8개월째 멈춰 서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3%를 기록, 4% 후반대를 예측한 국내외의 전망을 상회하면서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보고 있다. 통화 당국의 개입이 시급하지 않으며, 현재의 내수 및 수출 회복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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