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1등 DNA [기자수첩-금융증권]

고정삼 2024. 4.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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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년 역사의 우리은행은 '1등 DNA'를 가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대등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이 이름을 바꿔 오늘날에 이르렀다.

1등 명함을 내밀었던 우리은행은 그렇게 4위로 밀려났다.

이것이 향후 100년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 우리은행의 새로운 DNA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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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점포인 우리은행 종로금융센터(옛 광통관 건물) 전경.ⓒ우리은행

125년 역사의 우리은행은 ‘1등 DNA’를 가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대등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이 이름을 바꿔 오늘날에 이르렀다.

‘기업금융 명가(名家)’란 수식어도 이때 따라붙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소매금융에 집중한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기업금융에 두각을 보이면서다.

이에 힘입어 우리은행은 지난 2003년 1조원이 넘는 연간 순이익을 올리며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각종 사업에도 발 빠르게 뛰어들면서 ‘최초’란 타이틀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국내 금융시장 발전을 가장 선두에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우리은행의 경영 행보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의 지난한 계파 갈등이 수십년 동안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파생결합펀드·라임사태와 700억원대 횡령 등 거듭된 악재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그러는 사이 은행권에서는 ‘리딩뱅크’를 둘러싼 자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1등 명함을 내밀었던 우리은행은 그렇게 4위로 밀려났다.

최근 우리은행은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은 연신 “1등 DNA를 살리자”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란 목표 아래 부문별 사업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다. 기업금융·계열사 인수·글로벌·자산관리 등 중장기 시계에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 계파에서 자유로운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하며 26년 만에 ‘완전 민영화’도 이뤘다.

계파 갈등이란 불명예 꼬리표를 떼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임직원들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한다. 직원들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열정으로 업무에 분주하게 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은행권 순위 경쟁이 불과 몇천억 차이에 불과한 만큼 반전 서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현재 신뢰 위기를 겪고 있는 은행권에 요구되는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야 사업에도 가속이 붙을 수 있다.

올해 우리은행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된서리를 맞은 것도 속도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단순 판매보다 고객 보호를 우선하면서 이번 ELS 사태를 비켜갈 수 있었다. 그동안 갖은 풍파를 겪으면서 방향의 중요성을 깊이 체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은행 업황은 올해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고금리 장기화로 신용 리스크(위험)가 확대되고 4·10 총선 이후 정치권 지형 변화로 은행을 향한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동안 ELS 배상을 둘러싼 진통도 계속될 것이다. 결국 고객 신뢰라는 기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우리은행은 ELS 리스크를 최소화했음에도 여전히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기회의 이면엔 항상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향후 100년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 우리은행의 새로운 DNA일지 모른다. 고객 신뢰로 견고히 구축된 토대 위에서는 사업에 속도감이 붙어도 순항이다. 우리은행이 ‘1등 은행’의 과거 영광을 되찾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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