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다이' 홍준표가 변했다? 한동훈 폭격 뒤엔 '2021년 악몽'

이창훈 2024. 4.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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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의도에서 가장 화제를 뿌리는 인물 중 한 명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독고다이’ 로 불렸던 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줄서기, 계파 정치를 부정해온 홍 시장이 4·10 총선 이후 ‘윤석열 방패’와 ‘한동훈 저격수’를 자처하며 친윤(윤석열)으로 거듭나면서다.

물론 본인은 '친윤이 됐다'는 평가를 부인한다. 22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잡새들이 친윤 운운하지만, 계파 구도에 넣는 것은 참으로 모욕적”이라며 “나는 친윤이 아니어도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 대통령을 흔드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총선 직후 “선거 참패 뒤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면 정권 대혼란만 초래한다”며 윤 대통령 책임론에 줄곧 선을 그어왔다. 16일 윤 대통령과 4시간 만찬 회동을 하기도 한 그는 대신 “철부지 초년생이 셀카나 찍으면서 대권 놀이했다”, “주군에게 대들다 폐세자가 됐다”며 공개적으로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따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대구 북구 대구EXCO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런 홍 시장을 향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을 갈라치기 하려는 비열한 흐름"(김영우 전 의원), “갈등에 기름을 붓는다”(김병민 전 최고위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간질로 분열을 만드는 트러블메이커”(초선 의원)라는 당내 박한 평가에도 홍 시장은 왜 ‘친윤·반한(한동훈)’으로 보이는 길을 가는 걸까.


①대통령의 지지


정치권에선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 ‘현직 대통령과 척을 진 여당의 대선 주자는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 대통령이 자력으로 차기 대선 후보를 만들 순 없어도, 낙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역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1997년 대선 후보까지 올랐던 이 전 총재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DJ(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을 두고 YS와 충돌했다. 검찰이 DJ 비자금 수사를 중단하자 이 전 총재는 이튿날 YS의 탈당을 요구했다. 선거 기간 YS와 반목하던 이 전 총재는 결국 DJ에게 1.6%포인트 차이로 밀려 낙선했다. YS는 2011년 한 세미나에서 “탈당한 뒤 ‘이회창 씨는 절대 대통령 안 시키겠다’고 각오했다”며 “(대선 주자와 대통령은)참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002년 11월 5일 부친 장례에 조의를 표시한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온 이회창 전 하나라당 총재를 배웅하고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총재와는 반대되는 사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2007년 대선 경선 라이벌이었다. 2008년 ‘친박(박근혜) 학살 공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했지만 MB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2010년 8월, 단독 회동으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MB는 박 전 대통령이 이끈 2012년 총선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은 MB 탈당론을 일축하며 정부 비판을 자제했다. 홍 시장의 행보는 대선가도에서 윤 대통령을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②친윤 주류의 지지


2021년 대선 후보 경선은 ‘독고다이’ 홍 시장의 저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다. 홍 시장은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에선 10.3%포인트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22.8%포인트 뒤지면서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다. 경선 초반부터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윤 대통령의 대세론에 쏠리면서 홍 시장은 조직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계파 정치를 하지 않는다”던 홍 시장의 정치 스타일이 ‘사람을 챙기지 않는다’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심(黨心)이 적어도 한 전 위원장에게 확 쏠리지만 않으면 대선 경선에서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③유력 주자 초전박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시장의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메시지는 16일 발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차기 당 대표 1위를 하면서 더욱 거칠어졌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44.7%가 한 전 위원장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 홍 시장은 이후 “폐세자”(18일), “배신자”(20일)라며 한 전 위원장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 전 위원장의 당권 장악은 홍 시장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 선출되면 당원들의 재신임을 받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심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한 전 위원장에게 쏠릴 경우 홍 시장은 3년 전 대선 경선과 같은 구도에 놓이게 된다. 홍 시장 측은 “당내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은 부담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을 묻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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