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주식 성과급' 뜨는 미국…50억도 현찰이 좋은 한국

윤성민, 최현주 2024. 4.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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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얼마나, 어떻게 받나…경영진 보수 경제학

■ 경제+

「 20억9588만원 vs 8713만원. 24배.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91개 기업의 ‘연봉 킹’(보수액 최고)들이 받아간 지난해 평균 연봉과 이들 회사 직원 평균 연봉의 차이다(리더스인덱스). ‘킹 중의 킹’은 신동빈 롯데 회장(212억8100만원)이었지만, ‘월급쟁이’ 최고경영자 중 최고 연봉자는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였다. 그의 연봉(98억9000만원) 중 95%(94억3200만원)는 스톡옵션 행사이익이었다.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일반 직원보다 수십 배(미국 S&P500 기업에선 192배) 더 많은 연봉을 받아갈 만한 성과를 내고 있을까. 경영진 보상의 ‘어떻게’와 ‘무엇을’의 세계를 The Company에서 살펴봤다.

◆현금 줄까, 주식 줄까=경영진이 받는 보수는 크게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나뉜다. 기본급은 성과와 상관없이 보수지급기준과 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급여다. 예컨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SK에서 35억원을 받았는데, 전부 성과와 상관없는 기본급이었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수령한 82억100만원 중 절반 가까운 40억원을 기본급(연봉 및 수당)으로, 나머지 42억원은 성과급으로 받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기본급은 성과와 무관하게 지급하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성과를 내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낮다. 그래서 기업은 경영진에게 보통 직원들보다 많은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성과급은 현금이나 주식 또는 주식에 대한 권리로 지급한다.

국내 기업은 미국 기업에 비해 일반적으로 현금 성과급을 더 많이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총연봉 69억300만원)은 성과급으로 50억8400만원(상여에서 설·추석 상여 제외)을 받았는데 모두 현금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주식으로 보상하는 방식의 대표는 스톡옵션(stock option, 주식매수선택권)이다. 자사의 주식을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스톡옵션 부여 시점에 행사가격, 부여 수량, 행사 기간 등을 약속하는데 정해진 가격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이 생기고 보상 효과가 발생한다.

주식으로 성과를 보상하는 방식 중엔 스톡그랜트(stock grant, 주식 부여)도 있다. 회사가 자사주를 경영진에게 직접 주고 일정 기간 뒤에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SK그룹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조대식 SK 부회장은 지난해 성과급으로 38억3400만원을 받았는데 현금으로 29억5900만원을 받았고 나머지 8억7500만원은 SK 자사주(4698주)로 수령했다.

◆‘두둑한 성과급’의 역설=핵심은 성과급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느냐다. 인센티브 제도를 구축한 선구자로 꼽히는 경영이론가 체스터 바너드도 “지나친 성과급은 구성원의 개인주의를 만연하게 하고 협업의 기회비용을 증가시켜 부서 간 교류 없이 자기 부서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일로 효과(Silo effect)를 일으킨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더 구체적인 문제도 있다. 국내 건설·조선업계에서는 한 때 중동 플랜트 등을 저가로 수주하고 많은 성과급을 챙겨 회사를 떠나는 ‘먹튀’ 임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수주 실적 때문에 그해엔 해당 임원들의 성과평가 점수가 높지만, 몇 년 뒤 이 저가 수주가 회사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997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도입된 스톡옵션도 그동안 국내에서 경영진 성과 보상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활용됐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정해진 행사 가격 넘게 회사 주가가 오르면 경영진은 언제든 스톡옵션을 행사해 차익을 실현하고, 회사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2021년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44만여 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해 878억원의 차익을 거둬 ‘먹튀’ 논란이 있었다.

◆주식을 미래에 준다면?=스톡옵션의 대안으로 미국에서 먼저 등장한 게 RSU(Restricted Stock Units), 즉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3년 처음 도입했다. 현재는 애플, 메타,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을 포함해 S&P500 기업 중 약 70%가 활용할 정도로 미국에선 일반적이다.

김영옥 기자

스톡옵션이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RSU는 일정 기간(vesting·베스팅)이 지난 뒤 회사가 임직원에게 주식을 직접 준다. 베스팅은 보통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으로 다양하다.

RSU는 베스팅이 지난 뒤 주식을 지급하기 때문에 스톡옵션과 달리 ‘먹튀’를 막을 수 있고, 베스팅이 지난 이후의 주가가 직원 이익에도 중요하기에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RSU는 한국에선 스타트업 중심으로 도입됐고, 현재는 한화, 두산, 네이버, 쿠팡, 토스 등이 도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RSU를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6월 기준 12곳이다. 방식은 기업별로 모두 다르다.

네이버는 임원과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RSU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년도 네이버 주가가 코스피200 지수에 비해 얼마나 더 상승했느냐를 따져 지급한다. 재작년 네이버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200보다 하회하면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RSU를 전혀 받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아직=한국에선 RSU가 경영진 성과보상 제도로 확산하는 데 제한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RSU를 검토해봤는데 국내에선 일반적이지 않아 관련 제도도 좀 미비하다 보니, 실제 도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무엇보다 RSU엔 세제 혜택이 없다. 현재 스톡옵션은 행사이익에 대해 최대 연 2억원, 누적 5억원까지 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RSU는 받을 때 50%에 가까운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일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들은 의지가 있어도 RSU 자체를 지급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RSU는 회사가 자기주식 취득을 먼저 한 뒤, 그 주식을 임원에게 나눠줘야 한다. 그런데 상법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 한도로만 자기주식 취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 자기주식 취득을 할 수 없어 RSU를 지급할 수 없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오는 7월부터 비상장 벤처기업은 자기주식 취득이 배당 가능 이익 한도를 넘어 ‘자본잠식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까지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어떻게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경영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고민도 깊다. 미국 기업들은 경영진의 성과 평가를 위한 이사회에 보상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다. 보상위원회 설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의무 규정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도 경영진의 성과평가를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할 방법을 두고 고심한다. 과거 단기 성과 평가 중심에서 최근엔 장기 성과 평가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장기성과 인센티브’(LTI) 제도를 보면, 삼성전자는 만 3년 이상 재직한 임원을 대상으로 지난 3년의 경영실적에 따른 보상을 향후 3년 동안 매년 나눠 지급한다. 3년간의 경영실적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당장 1년짜리 성과가 아닌 3년 이상 성과에 대한 목표를 세우도록 유도하려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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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최현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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