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위조사건인데…"조국, 상고심 전략 따라 대선출마도 가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정치 수명은 그의 대법원 3심 속도와 연동돼있다. “대법원 판결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루만 할지, 1년을 할지, 또는 파기환송 절차를 거쳐 나중에는 3년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2월 26일, MBC 라디오)는 조 대표 본인 관측도 이와 다르지 않다.
1·2심에서 자녀 입시 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3심 확정형이 ‘무죄 또는 벌금형’으로 뒤집어질 것이란 예상은 법조계 내부에서도 드물다.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는 즉시 국회의원직이 상실되고, 형 집행 종료 후 5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현재 법조계의 일반적 관측의 관건은 상고심의 속도다. 2027년 3월 대선까지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조 대표는 대선 출마도 가능할 수 있다. 당선될 경우 헌법 84조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을 확대 해석해 그의 재판이 대통령직 임기 동안 중단된다는 법조계 내부 견해가 상당수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선 “상고심 절차에서 변수가 많을수록 조 대표에겐 정치 생명이 연장되는 청신호”(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란 말이 나온다. 해당 변호사는 “일반 형사 피고인이었다면 3년까지는 결코 끌지 않을 규모의 형사사건”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12석의 의석을 이끄는 당수(黨首)인 만큼 상고심 절차에서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 누군가 살려주려는 마음만 먹는다면 재판이 꽤나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①주심인 엄상필 대법관 교체 여부
조 대표 측이 기피 신청을 할 경우 이를 수용할지를 놓고 심사가 별도 진행돼 상고심은 추가로 지체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 부지사가 자신의 대북 송금 의혹 1심 사건에서 지난해 10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뒤 77일간 재판을 지연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을 하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법관 기피 신청 자체가 이례적이다.
매해 발간되는 대법원 사법연감에서 1·2심 단계의 기피신청 건수는 집계되는 반면 상고심 단계의 기피신청은 수치가 미미하여 통계 작성에서 제외될 정도로 전례 없는 일이다. 이 사건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로는 조 전 장관 측이 주심 기피 신청을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신청했다가 기각되기라도 했다간 확정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주심 대법관에게 밉보이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엄 대법관의 편향성에 대한 여론 시비가 크게 붙으면, 엄 대법관이 스스로 사건 재배당을 고려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원 내부에선 엄 대법관이 사건을 스스로 회피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본다. 한 재경 법원 판사는 “주심 대법관이 자신의 재판을 회피하려면 대법원장 수석연구관이 재배당 결정서를 가지고 대법원장 방에 가서 보고를 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며 “그만큼 주심이 스스로 나서 재판을 회피하는 것은 절차 자체도 엄중하고 보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②전원합의체 회부…“이재명 전철 밟을 수”
노정희 대법관은 2020년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상고장 접수 9개월 만에 전원합의체로 회부시킨 당시 대법원 2부 주심이었다. 노 대법관은 전원합의체에서 TV 후보자 토론회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에 대해 ‘이재명은 무죄’라는 다수의견의 편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다.
만약 이 대표 사건처럼 조 대표도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 사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재판연구관이 전원합의체용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올려야 하는 데 이것만해도 수개월 지체가 빚어진다. 그 뒤 매달 1회 정기 심리가 이뤄지지만, 선고 기한에 대한 제약은 없다. 법원 내부에선 “대법관 12인이 쟁점을 다 숙지해서 심리에 참여해야 하는 데다, 여태껏 밀려있는 사건들도 많아 자칫 내년 하반기에도 결론이 못 나온다”(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예측이 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은 전원합의체에서도 3개월 심리면 족한 사건이고 질질 끌 사건이 아니다”며 “사실상 위조범의 사건과 다를 바 없는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혹여 회부된다면, 그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빤하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③파기환송되면, 재상고도 가능
한 중견 변호사는 “만약 이 사건이 파기환송심으로 가면 조 대표 측은 증인들을 무더기로 신청하며 재판을 지연시키고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판이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조 대표의 정치생명은 그만큼 연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에 월 4000만원 상납" 2012년 룸살롱 황제의 고백 | 중앙일보
- 선우은숙 "유영재, 내 언니 5차례 강제추행…이혼 결정적 계기" | 중앙일보
- 딸아, 세상 반은 노인 된다…자산 900% 불린 '전원주 투자법' | 중앙일보
- 한소희, 학폭논란 전종서와 절친? 머리 맞댄 사진과 올린 문구 | 중앙일보
- 아이 보는데 성관계한 친모…이 혐의가 무죄 판결 난 까닭 | 중앙일보
- 사시나무처럼 떨다 길에서 숨진채 발견…아편중독 덮친 북한 | 중앙일보
- "대참사 수준"…청년 적은 시민대표단, 연금개혁 개악 택했다 | 중앙일보
- "이천 수돗물 먹지말라"…여름도 아닌데 때아닌 '깔따구 전쟁' 왜 | 중앙일보
- 16세 스노보드 유망주 부상...치료비 7000만원 내준 회장 정체 | 중앙일보
- 40도 폭염에 에어컨 고장…인도 앵커 생방송 중 픽 쓰러졌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