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위조사건인데…"조국, 상고심 전략 따라 대선출마도 가능"

윤지원 2024. 4.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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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5일 오후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정치 수명은 그의 대법원 3심 속도와 연동돼있다. “대법원 판결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루만 할지, 1년을 할지, 또는 파기환송 절차를 거쳐 나중에는 3년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2월 26일, MBC 라디오)는 조 대표 본인 관측도 이와 다르지 않다.

1·2심에서 자녀 입시 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3심 확정형이 ‘무죄 또는 벌금형’으로 뒤집어질 것이란 예상은 법조계 내부에서도 드물다.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는 즉시 국회의원직이 상실되고, 형 집행 종료 후 5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현재 법조계의 일반적 관측의 관건은 상고심의 속도다. 2027년 3월 대선까지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조 대표는 대선 출마도 가능할 수 있다. 당선될 경우 헌법 84조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을 확대 해석해 그의 재판이 대통령직 임기 동안 중단된다는 법조계 내부 견해가 상당수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선 “상고심 절차에서 변수가 많을수록 조 대표에겐 정치 생명이 연장되는 청신호”(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란 말이 나온다. 해당 변호사는 “일반 형사 피고인이었다면 3년까지는 결코 끌지 않을 규모의 형사사건”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12석의 의석을 이끄는 당수(黨首)인 만큼 상고심 절차에서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 누군가 살려주려는 마음만 먹는다면 재판이 꽤나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①주심인 엄상필 대법관 교체 여부


윤석열 대통령이 3월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엄상필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직면한 변수는 상고심 주심을 맡은 엄상필 대법관(대법원 3부)의 교체 가능성이다. 엄 대법관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인 2021년 8월 조 대표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2심에서 실형 4년을 선고한 당사자다. 조 대표 사건을 직접 심리한 것은 아니지만 자녀 입시서류 조작 과정에서 정 전 교수와 조 대표의 공모를 인정했다. 이미 굳힌 유죄 심증으로 불공정한 판결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엄 대법관을 겨냥해 조 대표 측이 주심 기피(피고인이 법관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신청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대표 측이 기피 신청을 할 경우 이를 수용할지를 놓고 심사가 별도 진행돼 상고심은 추가로 지체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 부지사가 자신의 대북 송금 의혹 1심 사건에서 지난해 10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뒤 77일간 재판을 지연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을 하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법관 기피 신청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매해 발간되는 대법원 사법연감에서 1·2심 단계의 기피신청 건수는 집계되는 반면 상고심 단계의 기피신청은 수치가 미미하여 통계 작성에서 제외될 정도로 전례 없는 일이다. 이 사건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로는 조 전 장관 측이 주심 기피 신청을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신청했다가 기각되기라도 했다간 확정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주심 대법관에게 밉보이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엄 대법관의 편향성에 대한 여론 시비가 크게 붙으면, 엄 대법관이 스스로 사건 재배당을 고려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원 내부에선 엄 대법관이 사건을 스스로 회피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본다. 한 재경 법원 판사는 “주심 대법관이 자신의 재판을 회피하려면 대법원장 수석연구관이 재배당 결정서를 가지고 대법원장 방에 가서 보고를 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며 “그만큼 주심이 스스로 나서 재판을 회피하는 것은 절차 자체도 엄중하고 보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②전원합의체 회부…“이재명 전철 밟을 수”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2020년 7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두 번째 변수는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이다. ‘4인 만장일치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소부에서 한사람이라도 이견을 끝까지 보이면 사건은 전원합의체로 회부된다. 현재 사건이 배당된 대법원 3부(총 4인)는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엄상필·오석준 대법관과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노정희·이흥구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특히 이흥구 대법관은 조 대표의 저서에서 “절친한 친구”라고 언급된 적 있는 대학 동문 관계다. 이로 인해 이 대법관은 2020년 인사청문회에서 “조 대표 사건의 경우 (친구 사이라는 게) 회피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회피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지만 아직 회피 신청을 내지 않고 있다.

노정희 대법관은 2020년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상고장 접수 9개월 만에 전원합의체로 회부시킨 당시 대법원 2부 주심이었다. 노 대법관은 전원합의체에서 TV 후보자 토론회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에 대해 ‘이재명은 무죄’라는 다수의견의 편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8월 6일 청와대에서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만약 이 대표 사건처럼 조 대표도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 사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재판연구관이 전원합의체용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올려야 하는 데 이것만해도 수개월 지체가 빚어진다. 그 뒤 매달 1회 정기 심리가 이뤄지지만, 선고 기한에 대한 제약은 없다. 법원 내부에선 “대법관 12인이 쟁점을 다 숙지해서 심리에 참여해야 하는 데다, 여태껏 밀려있는 사건들도 많아 자칫 내년 하반기에도 결론이 못 나온다”(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예측이 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은 전원합의체에서도 3개월 심리면 족한 사건이고 질질 끌 사건이 아니다”며 “사실상 위조범의 사건과 다를 바 없는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혹여 회부된다면, 그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빤하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③파기환송되면, 재상고도 가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웃음 짓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핵심 관건은 파기환송 여부다. 조 대표가 받는 12개의 혐의가 ‘전부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은 적지만,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이 될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 측도 1·2심(사실심)에선 대부분 유죄를 인정받았지만,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청와대 감찰 무마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아들 대리시험 관련 업무방해 혐의 등과 관련해 ‘법리적 쟁점’을 집중 다툰다는 계획이다. 만약 대법원이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 조 대표는 서울고법 판단을 다시 거쳐야 하고, 재상고도 가능해진다.

한 중견 변호사는 “만약 이 사건이 파기환송심으로 가면 조 대표 측은 증인들을 무더기로 신청하며 재판을 지연시키고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판이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조 대표의 정치생명은 그만큼 연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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