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수돗물 먹지말라"…여름도 아닌데 때아닌 '깔따구 전쟁' 왜
경기 이천시 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돼 환경 당국과 이천시가 긴급 관리에 나섰다. 22일 이천시는 정수장 여과지의 역세척 주기를 종전 60시간에서 36시간으로 단축하고, 유충 성장을 저해하는 염소 성분 주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불안해 하는 주민들을 위해 급수 지역에 병입수(병에 든 수돗물)를, 학교에는 식수 차량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20일 환경부가 전국 정수장(435곳) 위생관리 점검 중 이천시 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을 발견해 주민들에게 수돗물 음용 자제를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깔따구 유충은 2020년 인천의 가정집 수돗물에서 발견된 이후 매해 정수장을 조사할 때마다 나타나고 있다. 가정집 수돗물에서 발견된 경우는 2020년 인천·제주, 2021년 제주, 2022년 창원·수원 등이다.
깔따구는 작은 모기처럼 생긴 길이 11㎜의 곤충이다. 수중생활을 하는 깔따구 유충은 길이 5~11㎜로 작고 가느다랗다. 인간 몸에 기생할 수도 없고 흡혈을 할 수도 없어 위해성은 명확하지 않지만, 많은 유충이 포함된 수돗물은 피부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달 이른 조사에도 정수장서 발견된 유충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깔따구 유충과 전쟁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곤충은 일반적으로 기온이 오를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 개체수가 증가한다. 깔따구는 섭씨 30도, 습도 60% 상태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가 발견된다. 기온 상승으로 물 속 조류나 플랑크톤 풍부해져 깔따구과 곤충이 살기 좋은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수중 생활을 하는 유충도 여름철 수온인 25~30도 환경에서 가장 활발하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깔따구도 유충도 기온이 오르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세대수도 많아져 개체수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용으로도 못쓰는 4급수에서도 생존
생김새가 실처럼 길고 가늘어 물리적으로 걸러내기도 어렵다. 작은 유충은 두께가 0.1㎜에 불과하다. 심지어 유충을 걸러야 할 활성탄 지(숯을 이용해 물을 여과하는 장치) 내에서도 서식과 번식이 가능해 정수장 관리자들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깔따구 유충 보고서를 통해 우선은 침전지 내의 거품이나 찌꺼기를 제거하고, 위생 세척을 자주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부는 현재 광역 정수장에서 시운전 중인 인공지능(AI)이 유충 관리에도 도움을 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정수 처리 공정 운영을 자동화한 ‘스마트 정수장’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전국 43개 광역정수장에서 시운전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배연진 환경부 수도기획과장은 “유충 관리는 섬세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시각각 수질 데이터를 분석해 정수장을 운영하도록 도입된 AI가 도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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