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 유급' 분수령 임박…이번주 지나면 16주 확보 못 한다

김인희 2024. 4. 23.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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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학사일정 위해선 최소 16주 필요…이번주 '마지노선'
을지대 의대, 대면수업 재개했지만 강의실엔 한명도 안와
의대교수들도 25일 집단 사직 예정…환자들 "의료현장 남아달라"
의대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와 보호자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의대생들이 휴학 및 수업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16주를 채우기 위한 'D-day'가 임박했다. 게다가 의대 교수들이 이달 25일을 기준으로 집단 사직을 예고하면서 학생들이 복귀하더라도 이들을 가르칠 교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22일 교육부 및 의료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대부분 2월 말에 개강하는 의과대학의 1학기는 20주의 수업일정을 거쳐 7월에 학기를 마치게 된다. 이 수업일정을 압축하고 여름방학 없이 바로 9월에 2학기로 들어간다고 해도 최소 16주는 필요한데, 이번주가 바로 그 16주의 시간이 확보되는 마지막 기간인 것이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예고한 이달 25일을 기준일로 하면 8월 말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은 모두 88일이다. 이 88일 중 중간·기말고사 (6~8일) 및 2학기 개강준비기간을 제외하면 80일의 수업일수를 맞추기에도 빠듯하다.

물론 수업일정을 좀 더 압축할 수도 있고 주말이나 휴일에 수업과 시험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의대생들이 수업에 한두번 빠진다고 해서 바로 F학점이 나오거나 유급처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달 중 정상적으로 수업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까지 1학기 학사일정 소화가 가능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40대 의대 중 23개 의대가 수업 재개에 나섰고, 나머지 17개 의대도 순차적으로 이달 5주 차에 개강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재개에 나선 의대들 중에서도 실제 대면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거의 없이 온라인 강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학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한 상태로 수업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보건복지부를 응원하는 화환과 비난하는 근조 화환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 이날 대전광역시 소재 을지대학교에서는 의예과 및 의학과 전 학년을 대상으로 대면수업을 재개했으나 단 한명의 의대생도 강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을지대 학칙에 따르면 의대생은 수업에 3번 이상 빠지면 유급이, 4주 이상 무단결석하는 경우엔 제적 처리된다. 개강 이후에도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계속된다면, 5월 20일부터 대규모 유급을 넘어 대규모 제적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정례브리핑에서 "수업 재개 계획을 발표했던 대학은 23개로 줄었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16개 대학에서 23개로 늘어난 상태"라며 "대학에서도 상당 부분 계획을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우에 따라서 학생들이 복귀를 하지 않아서 다시 수업 재개를 중단한 대학이 일부 있다"며 "유급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심 기획관은 특히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 효력이 한 달이 지나 자동 발생된다는 관측과 관련해 "민법상 (사직서 제출 시)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실제로 적용되기 어렵다"며 "또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된 분 중 사직서를 제출한 분들은 크게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예고와 관련해 환자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의료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4월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달간의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서 어렵게 적응하며 치료받고 있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꺾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먼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금까지 환자 곁을 지켜온 교수들에게 깊은 감사와 신뢰를 보낸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므로 25일부터 발효되는 사직 효력으로 인해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25일 이후에도 부디 의료현장에 남아달라"며 "현장에 남아 환자들과 함께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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