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산 중턱에 둥지 튼 ‘복음+교육 센터’엔 푸른 꿈이 자란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 남서쪽 마카완푸르. 110㎞ 떨어진 목적지까지 한국에선 차량으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이곳에선 3시간을 달려야 한다. 신호등과 횡단보도는 없다. 1차선 도로 위에 선 자동차는 앞차와 무단횡단 인파로 속력을 내지 못한다. 운전기사는 1분 간격으로 중앙선을 침범한다.
약 2시간 동안 종횡무진 바퀴를 굴린 차가 산 앞에 섰다. 흙길을 오르는 트럭 옆으로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흙먼지가 날리는 곳에서 빨래를 말리고 있다. 아이들은 수풀에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본다. 산을 10바퀴 넘게 돌면서 오르다보니 해발 1100m까지 올라왔다.
산 중턱엔 아동교육 시설 ‘발딸센터’가 있다. 기아대책(회장 최창남)이 세운 현지 지역아동센터다. 영어와 컴퓨터를 일대일로 가르쳐주는데 ‘복음을 통한 전인적 회복’이 설립 목표다. 2024 기아대책 회복 캠페인 사흘 차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장창수(대구 대명교회) 목사와 일행은 아동결연개발프로그램(CDP)을 진행 중인 이곳을 방문했다.
“자이마시(예수 그리스도의 승리)!”
발딸센터 아이들 120명이 회복 캠페인 대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기아대책 로고가 새겨진 체육복 차림의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힌두어 인사 ‘나마스떼’ 대신 기독교 인사말 ‘자이마시’를 사용하고 있다. 나마스떼는 ‘당신 마음 속의 신께 경배한다’는 뜻으로 다신교 배경에서 나온 용어다.
대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린 뒤 점심 배식을 시작했다. 치킨카레 콩카레 김치 등이 반찬으로 준비됐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밥을 두세 주걱 푸더니 이내 고봉밥을 쌓았다. 발딸센터 센터장인 허리 반다리(46)씨는 “하루 평균 점심값이 150원인 아이들의 주식은 옥수숫가루”라며 “쌀밥과 고기를 먹는 날은 특별한 날”이라고 설명했다.
망갈리 가하란(17)양은 센터와 도보 5분 거리에 집이 있다. 쩍쩍 갈라진 흙 계단 위에 집이 있지만 가하란양은 “센터가 가까워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그는 “학교엔 컴퓨터도 없고 가면 책만 읽다 수업이 끝난다. CDP에선 선생님들이 컴퓨터와 영어를 일대일로 가르쳐줘서 좋다”며 반색했다.
이날 대원들도 가하란양의 집을 찾았다. 10㎡(약 3평)짜리 방 두 칸이 전부인 집엔 전구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전등보다 밝은 햇볕이 벽돌 틈새로 들어와 불상을 비췄다. 가하란양 부모는 불교 신자다.
가족 모두 기독교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다. 68세인 아버지는 “옥수수 농장 소작농으로 일하면서 겨우 밥벌이만 하고 있다. 딸 공부 시켜주는 발딸센터에 그저 감사하다”고 전했다. 가하란양은 “부모님 모두 건강이 좋지 않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의사가 되면 네팔같이 어려운 나라에서 의료 선교도 하고 싶다”며 “대학에서 공부하려면 지금부터 영어와 컴퓨터를 배워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수 목사는 “부모를 위해 의사가 되길 원한다는 아이의 꿈에 응답해달라. 실력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주님의 일을 간증케 해달라”며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발딸센터를 비롯해 닷새간 기아대책 현지 사역을 살핀 장 목사는 네팔 복음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대명교회 선교예배에선 250여 소그룹이 아동 결연을 신청한다.
장 목사는 “기아대책 회복 캠페인을 통해 교육과 복음의 접촉점을 봤다”며 “공교육보다 CDP 프로그램이 인기가 좋다는 점에 놀랐고, 공식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없는 곳에서 복음의 통로를 열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평가했다.
장 목사는 “빈민국 선교를 적지 않게 다니면서 ‘한 번 퍼주고 끝나는 거 아닌가’란 아쉬움이 들었다”며 “아이들의 전인적인 회복을 위해선 지속적인 결연과 후원이 중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인의 변심으로 끊길 수 있는 일대일 결연보다 소그룹 형태의 결연이 지속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며 “소그룹으로 결연을 맺으면 소그룹별로 합심 기도를 할 수도 있다. 마을을 한 곳 정해 이곳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결연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문을 연 발딸센터는 교육으로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센터장 반다리씨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마을 어른이 2배 늘었고 아이들은 10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센터가 처음 들어올 땐 이곳 사람들이 교회 다니는 사람, 예수 믿는 사람들을 안 좋게 봤다”면서도 “이젠 힌두교 불교 신자인 학부모들에게도 ‘교회 사람들 나쁜 사람 아니다’란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센터가 지어진 뒤 기독교인이 늘자 동사무소는 센터 앞 삼거리에 ‘기독교인 삼거리’란 표지판도 세웠다.
마카완푸르(네팔)=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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