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움은 버리고, 밝음을 입었다…보이그룹의 반격

황지영 2024. 4. 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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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소속의 투어스와 SM의 막내그룹 NCT WISH(엔시티 위시·아래 사진)는 청량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장진영 기자

보이그룹이 청량 콘셉트로 무장하고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22일 멜론 일간차트 기준으로 투어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3위를 차지, 차트 상위권에서 롱런 중이다. 라이즈 ‘러브 119’,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데자 뷔’도 차트에 안착했다. 윤광은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덤 산업에서 자진해 고립됐던 보이그룹이 최근 들어 밝은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보이그룹은 치밀한 세계관, 칼 군무로 대표되는 강한 퍼포먼스 등 코어(핵심) 팬에 초점을 맞춰 성장해왔다. 그러다 보니 대중적인 이미지와 노래를 앞세운 걸그룹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요즘 각광받는 보이그룹의 공통점은 ‘라이트 팬덤’을 겨냥한 청량함이다. 올 1월 데뷔한 투어스는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로 멜론 차트 1위까지 거머줬고, 금영 노래방 차트에서 3월 보이그룹 인기곡 정상에도 올랐다. 소속사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의 한성수 총괄프로듀서는 ‘자연스러움’을 투어스의 매력으로 내세웠다. “화려한 치장보다는 이 친구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 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산하 빅히트뮤직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달 초 발매한 미니 6집 ‘미니소드 쓰리: 투모로우’에 수록된 9개 트랙이 발매 당일 멜론 차트에 올랐다. 특히 타이틀곡 ‘데자 뷔’ 는 멜론 톱100 차트에서 최고 10위까지 올랐고, 뮤직비디오는 일본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 1위에 등극했다. ‘데자 뷔’는 2010년대를 장식했던 2세대 K팝의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다. 뮤직비디오에선 멤버들이 다같이 모여 푸른 하늘을 향해 달려나간다. 수록곡인 ‘내일에서 기다릴게’도 청량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흰 셔츠에 청바지 의상, 밝고 경쾌한 비트, 충실한 안무 등이 포인트다.

SM엔터테인먼트 신인그룹 라이즈는 첫사랑의 감정을 소환한 그룹이다. 발매 3개월째 멜론 차트 상위권 붙박이로 있는 노래 ‘러브 119’는 노래방 히트곡인 이지의 ‘응급실’을 대중적인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곡이다. 이들의 데뷔곡 ‘겟 어 기타’도 차트에서 롱런 중이다. 기타 소리에 멤버들이 모이고 서로를 이해하며 하나의 팀이 돼간다는 노랫말에는 청춘의 꿈이 담겨 있다.

하이브 소속의 투어스(위 사진)와 SM의 막내그룹 NCT WISH(엔시티 위시)는 청량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플레디스]

솔직함을 전면에 내세운 그룹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그룹 NCT 위시는 지난 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데뷔 한 달 기념 미디어데이를 열고 캐스팅 과정부터 데뷔 이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으로선 유례가 없는 홍보 방식이다. 행사에서 목포 출신인 시온은 “SM에서 DM 캐스팅을 받았지만 상경이 무서웠고 학교도 빠져야 하고, 서울에서 지하철 타는 것도 무서워서 거절했다. 결국 SM 담당자가 목포로 내려와 오디션을 보고 데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의 트레저는 연애 프로그램인 SBS ‘빛나는 솔로’에 출연 중이다. 아이돌은 연애해선 안된다는 금기를 깬 행보다. YG 관계자는 “포장된 아이돌의 이미지가 아닌, 평범한 남자의 친근한 매력을 꾸밈없이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하이브·SM·YG 등 대형기획사가 청량 공식의 대중 친화 전략을 앞세우면서, 보이그룹 시장은 비슷한 콘셉트로 재편되고 있다. 첫 정규앨범 ‘소화(韶華) 1장 : 청춘 시절’을 발표한 이펙스, “편안한 음악으로 10~20대를 넘어 부모님 세대까지 사로잡겠다”는 엔카이브는 지난 9일 나란히 쇼케이스를 열었다. 14일 컴백한 DKZ도 청량 콘셉트의 노래 ‘라이크 어 무비’를 공개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그룹이 정제된 모습으로만 활동을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 자연스럽고 솔직한 모습을 내세우면서 과거의 신비감이 친근감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대형기획사들이 내건 남성 아이돌의 청량 콘셉트가 하나의 흥행공식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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