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최대 규모 ‘H&M’ 마저 문 닫아…충장로 텅 비었다

황희규 2024. 4. 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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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낮 12시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일대 상가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충장로 상권 공실률은 28%로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희규 기자

지난 18일 낮 12시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과거 호남 지역 최대 상권으로 불리던 거리 일대가 한산했다. 상가 곳곳엔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고, 빈 점포 앞은 불법 주차한 차량이 즐비했다. 직장인 황다혜(35·여)씨는 “충장로에서 ABC마트 등 서비스업에서 11년째 일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상권이 침체한 적은 없었다”며 “5년 전만 해도 인파로 북적이던 거리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충장로 상권이 오랜 경기 불황 여파로 무너지고 있다. 도심 공동화로 동구 곳곳이 활력을 잃은 상황에서 상주인구까지 꾸준히 줄어들면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 ‘알짜 점포’가 몰린 핵심 상권까지 유동인구 감소로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충장로·금남로 상권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8%로 전국 평균(13.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4분기 공실률(17.1%)보다 10.9%P 늘어난 수치다.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 규모 또는 연면적 330㎡(약 100평)를 초과한 상가를 말한다.

빈 가게가 늘어나면서 유명 브랜드 매장마저 충장로를 빠져나갔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2011년 충장파출소 부근에 문을 연 ‘광주 충장로점’을 2022년 철수했다. 지역민에게 ‘만남의 장소’로 통하던 충장로점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었다고 한다.

2013년 충장로에 들어선 ‘H&M 와이즈파크몰’도 지난해 말 영업을 종료했다. 호남 최대 규모로 문을 열었지만, 임대 계약이 만료되자 사업을 정리했다. 공인중개사 김모(34)씨는 “과거 충장로·금남로에 50평(165㎡) 정도 가게를 내려면 월 임대료 2000만~3000만원에 권리금 3억~5억원을 내야 했지만, 요즘은 권리금 없는 점포가 수두룩하다”고 했다.

광주 지역 다른 주요 상권도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광주 주요 상권 10곳 공실률은 17.6%로 전년도 같은 기간(15.2%)보다 2.4%P 증가했다. 이들 상권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5~2019년에 공실률 10.1~12.8%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0년 15%까지 오른 뒤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충장로와 함께 광주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전남대 상권은 2015~2019년 6.9~17.1%에서 지난해 48.7%까지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이에 동구는 충장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카카오와 협업해 충장로 상권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 측이 직접 소상인에게 디지털 교육과 비즈니스 플랫폼 입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광주 첨단지구를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만든 ㈜시너지타워와도 손잡고 상인 컨설팅, 공동 마케팅 등을 돕기로 했다. 시너지타워 측은 폐업한 와이즈파크몰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내년에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동구 관계자는 “‘충장골목여행’과 ‘충장라온(RA-ON) 페스타’ 등 축제와 공연, 가족형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충장로 부흥을 일궈내겠다”고 말했다.

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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