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직원 셋 중 한 명만 2030...20년 전과 달라진 이유는

이수정 2024. 4. 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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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일자리박람회 참가자들의 모습. 뉴스1

대학 졸업 후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무 패킹을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6개월간 일한 이모(30)씨는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해 밤 9시를 넘어 퇴근하는 날이 많았지만, 추가 수당을 더해도 급여는 월 300만원 남짓이었다. 이씨는 “30명 직원 중 또래가 3명이고 대다수 직원이 저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관리자가 된 40~50대 직원 급여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차라리 공부를 더 해서 다른 일을 찾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중 청년은 30.9%뿐


2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300명 미만 중소기업 재직자 중 39세 이하 청년층은 30.9%(781만7000명)로 전체 중소기업 재직자(2532만9000명)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20년 전인 2003년엔 이 연령대 재직자가 중소기업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47.7%였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의 비중뿐 아니라, 절대 수 자체도 줄었다. 전체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2003년 2042만8000명에서 지난해 2532만9000명으로 490만명가량 늘었지만 20·30·40대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20년 전보다 각각 77만6000명, 115만8000명, 17만2000명씩 줄어들었다.

반면 대기업 재직자 중에는 30대가 30.9%(95만5000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대기업 직원 중 39세 이하 비중은 46.6%다. 대기업 내 20대(25.3%→15.7%)·30대(37.5%→30.9%) 직원 비중은 2003년에 비해 줄었지만, 취업자 수 자체는 늘었다. 29세 이하 대기업 취업자는 2003년 45만4000명에서 지난해 48만3000명으로, 30대 취업자는 67만3000명에서 95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2.1배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로는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로 조건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영리기업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월 591만원인데 중소기업은 286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으로 2.1배 차이가 났지만, 20대(1.6배)에서 50대(2.4배)로 갈수록 임금 격차는 커졌다.

근로조건도 임금만큼이나 격차가 크게 난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5038개 표본사업체 중 육아 휴직 제도에 대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라고 답한 비율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95.1%였다. 반면 5~9인 사업장은 47.8%, 10~29인 사업장은 50.8%에 그쳤다. "필요한 사람도 전혀 불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1.9%였지만 5~9인 사업장에서는 23.0%로 나타났다.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이 46.2%로 가장 높은 이유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규모를 키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 조건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은 지난 2월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연구소 시론에서 대·중소기업 사이 임금 격차를 지적하며 “사업체의 규모를 키워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규모를 키워야 할 중소기업이 무수한 정부 지원책으로 기업의 규모화를 꺼리는 일은 막아야 도태될 중소기업은 도태되고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필요한 규제나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아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임금격차 완화는 중소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 제조업의 약 45%는 하도급 기업이고, 이들 매출의 80%는 위탁 기업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기업 노사가 협력해 임금 인상률을 낮춰 일정 비율을 기금으로 적립해서 협력사의 임금 또는 복지 수준 향상에 투자하면 대기업은 세제 지원을 받는 등의 정책 확산이 필요 하다”고 말했다.

근로 조건 향상에 대해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 휴직과 학생 인턴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 기업 사업주는 대체 인력 채용이 어려워 육아 휴직 사용에 적극적이지 않은데, 근로자의 육아 휴직 기간에 대학생 인턴이나 파견 직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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