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이 창피한가…아파트 이름에 있지도 않은 '서반포' 넣어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 조합, '서반포 써밋 더힐' 작명
'부촌 후광 효과' 노리고 행정동과 무관한 아파트 작명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서울시 정비몽땅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재개발 아파트 단지명에 실제 행정동과 무관한 ‘서반포’라는 표현이 들어가 뒷말이 무성하다. 조합원 투표를 거쳐 결정된 사안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집값 상승효과 때문에 동네 이름마저 억지로 바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맞선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은 최근 아파트 단지명을 '서반포 써밋 더힐'로 정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267번지 일원 7만238.20㎡ 구역에 지하 5층~지상 16층, 25개 동, 1522가구 대단지로 들어선다.

단지명은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써밋과 함께 서반포+더힐이 앞뒤로 합쳐진 구조인데 이 단지명을 두고 업계에서도 시끌시끌한 분위기다. 단지가 들어설 곳은 동작구 흑석동인데 옆동네인 '반포'를 넣은 데다 있지도 않는 '서반포'로 최종 결정돼서다.

흑석11구역의 행정동은 흑석동임에도 불구하고 서반포라는 표현을 단지명에 포함한 것은 인근 부촌인 서초구 반포동의 후광 효과를 누리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지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동작역, 9호선 흑석역과 가까운 '더블 역세권'인 데다가 한강 조망권까지 갖춰 입지가 좋은 만큼 동작구 내 여타 아파트와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요자의 혼동을 야기하는 작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흑석동은 동작구 사당2동을 사이에 놓고 반포동과 약 1㎞(최단거리 기준) 떨어져 있는 데다가 서반포는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도 아니기 때문이다. 흑석뉴타운 내 여타 아파트를 봐도 '아크로리버하임', '흑석자이', '흑석뉴타운롯데캐슬에듀포레' 등 반포동과 무관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아파트 이름에 실제 위치와 다른 지명이 들어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양천구 신월동) ▲래미안목동아델리체(양천구 신정동) ▲목동 힐스테이트(양천구 신정동) 등도 있다. 해당 단지는 옆동네인 '목동'의 부촌 후광 효과를 노리고 해당 단지명을 지었다.

이밖에 성동구 일대에서는 행당동·금호동·성수동·응봉동·송정동까지 광범한 동네 걸쳐 아파트단지명을 '서울숲'이 들어가도록 지으며 역시 부촌 이미지 각인을 노렸다.

아파트 이름으로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에 서울시도 올 초 ‘아파트 이름 길라잡이’ 책자에서 고유지명을 활용하라는 지침을 제시했지만 별다른 강제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