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백서 ⑨] 정권심판 바람 이겨낸 박수영…'선거 전략'이 '대역전극' 이끌었다

남가희 2024. 4.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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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메시지·언론 '삼위일체' 전략 승부수
초반 여론조사에선 고전…막판 상승세 보여
치밀한 전략 승부 갈라…향후 선거 고민 필요
지역주민들에게 공약을 설명하고 있는 박수영 국민의힘 당선인 ⓒ박수영 캠프

국민의힘 '참패'로 끝난 4·10 총선이었지만, 부산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한층 좋아졌다. 부산 18곳 중 9곳까지도 민주당이 석권할 수 있다는 기존의 우려와 달리 국민의힘은 총 17석을 차지하며 여당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부산이 흔들렸다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졌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번 선거에서 부산의 역할은 지대했다.

과거부터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불리던 부산이었지만, 정권심판론이 드셌던 이번 선거에선 부산도 보수에게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특히 지역을 잘 닦아놓은 민주당 후보들의 기세가 너무 좋았던 탓에 마지막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에 더 치밀한 선거 전략은 필수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부산 남구는 선거구 조정으로 갑·을이 합구가 되면서 현역 의원 간 빅매치가 이루어지게 됐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수영 국민의힘 당선인 둘 다 인물 경쟁력에선 뒤지지 않는 인물들이었기에, 이곳은 초창기부터 피 튀기는 선거전이 이루어진 지역구다. 특히 박재호 후보의 경우 '지역 토박이'로서 지역민들에게 익숙한 인물이었던 만큼 박수영 당선인에게 있어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실제 이를 입증하듯 합구 이후 이루어진 여론조사에서 박수영 당선인이 박재호 후보에 다소 뒤처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일보·부산MBC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8~19일 100% 무선 ARS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8.9%를 얻은 민주당 박재호 후보가 43.9%인 국민의힘 박수영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다.

이에 박수영 당선인은 다시 심기일전해 새판을 짜기 시작했다. 유세 일정과 메시지, 언론 대응까지 3박자가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가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우선 박수영 당선인은 박재호 후보의 '지역 일꾼' 이미지를 깨는 데 주력했다.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산업은행 이전 문제와 오륙도 트램 설치가 박재호 후보 임기 동안 진전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집중 공격을 가했다. 이는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기자회견에서도 유세에서도 계속됐다. 실제 선거 전날인 7일 박수영 당선인은 부산 남구 문현동 소재 산업은행 이전 예정 부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지역구의 민주당 의원들이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 부산 후보들의 산업은행 이전 공약은 선거용 기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수영 당선인은 박재호 후보의 '지역 일꾼' 이미지를 벗겨내는 동시에 자신의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이미지를 부각하며 차별화를 노렸다. 박 당선인은 유세 내내 자신의 이력과 성과들을 나열하며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했다. 특히 총선 전까지 '국회의원 쫌 만납시다'를 총 181회 진행하며 약 5716명의 지역주민들을 만났고, 678건의 민원을 해결한 사실을 소개하며 '일 잘하는 의원'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나갔다. 특히 박재호 후보의 지역구인 용호동을 찾아가서는 용호동의 15년 민원이었던 오륙도SK뷰 아파트 오수관로의 부산시 이관을 완수한 점, 용호골목시장의 쿨링포그 예산을 확보한 점 등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권자들과 대면으로 만나는 거리 유세에서도 자신의 성과를 부각하고, 향후 공약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흔히들 많이 하는 전통시장 순회 유세를 넘어 각 지역별, 유권자별 특성에 맞는 거리 유세로 시선을 끌었다. 실제 박수영 당선인은 15개의 다른 버전의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유권자들과 만났다. 연령별, 지역별, 공약별 명함을 다 다르게 만들어 유권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약을 직접 배달한 것이다. 예컨대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동명대학교 캠퍼스 내 반려동물 놀이터를 찾아서는 '반려동물 테마파크 설치' 공약이 적힌 명함을 유권자에 건넸다. 대연동을 찾아서는 대연혁신지구 문화공원 조성 공약이 적힌 명함을, 대학생들을 만나서는 산업은행 남구 이전 명함을 내미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명함만 내밀지는 않았다. 지나가는 주민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와 지역 현안, 그리고 자신의 공약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풀어냈다.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만나 공약을 설명하자 유권자들의 태도는 삽시간에 달라지기 일쑤였다. 실제 데일리안이 동행취재로 함께한 지난달 30일 박수영 당선인은 반려동물 놀이터를 찾아 애견인들을 만났다. 박 당선인은 애견인들 한명 한명을 붙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박 당선인은 이들에게 "내가 동명대 내에 국립 동물병원을 유치했다. 그래서 동명대 내에 동물학부가 생겼다. 학생들 실습을 겸해서 이것(반려동물 놀이터)을 만든 것인데 조금 작아서, 내가 이야기를 잘해서 반려동물 테마파크 큰 것 하나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박 당선인의 말에 시민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지지를 약속했다.

이처럼 박수영 당선인의 선거전은 치밀했다. 기동성이 좋은 유세차로 골목을 누빈 박재호 후보의 전략도 매우 좋은 전략이었지만, 전방위적 '메시지전'을 펼친 박수영 당선인의 전략 앞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런 전략의 효과성은 지지율 상승 추이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첫 여론조사에서 박재호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KBS부산·국제신문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21∼24일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박재호 44%, 박수영 42%로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뉴스핌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5~26일 유·무선 ARS 조사(무선 89%·유선 11%)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수영 46.5%, 박재호 44.6%으로 끝내 역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기사에 사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상승 추이는 선거일 빛을 발했다. 2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남구 총 17개 동 중 16개 동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당선인이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호 민주당 후보는 현재 자기 지역구인 용호4동에서만 승리했을 뿐 현 지역구 내 나머지 투표소에서는 졌다.

분명 부산 선거 전체로는 '보수 결집'이라는 명제가 통할지 모른다. 그러나 남구, 특히 남구을의 경우 두 차례나 민주당에 빼앗긴 지역이었던 만큼 국민의힘에게 그리 우호적인 지역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치밀한 선거 전략이 결국 박수영 당선인을 승리로 이끌었고, 이 승리는 결국 후보자의 노력만큼이나 선거 전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향후 2년여 정도는 큰 선거가 없지만 2026년 6월의 지방선거부터 이듬해 3월 대선까지는 다시 '선거의 계절'이 찾아온다. 대선과 지선에서 모두 승리한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108석이라는 참패를 당한 것처럼 이젠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국민의힘을, 또 민주당을 찍어주는 유권자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그렇기에 누가, 얼마나 더 합리적인 공약을, 또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느냐는 향후 선거의 핵심이 될 것이다.

특히 2026년에 찾아올 지방선거 또한 지역에 기반한 선거이니만큼 중앙당도 출마자들도 얼마나 치밀한 전략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갈 것인지를 미리 고민해야 한다. 선거 전략에 대한, 시대정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차기에 있을 선거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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