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익~ 엽전이다!” 금속 찾아 산 타는 ‘산탐’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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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산 자락.
김현철(46)씨가 아들 한준(9)군과 함께 한창 '산탐'(산에서 하는 금속탐지)에 빠져 있었다.
산 중턱에 이르자 김씨 손에 있던 탐지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김씨 부자처럼 금속탐지기로 산과 바다에 숨겨진 금속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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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값 비싸고 지리·역사 공부 필수
6·25 전사자 유해 찾기 공익 활동도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산 자락. 김현철(46)씨가 아들 한준(9)군과 함께 한창 ‘산탐’(산에서 하는 금속탐지)에 빠져 있었다. 비가 내렸지만 김군은 우산도 쓰지 않고 산 곳곳을 누볐다.
산 중턱에 이르자 김씨 손에 있던 탐지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부자는 호흡을 맞춰 정밀 탐지에 돌입했다. 소리가 울린 곳에서 김씨는 휴대용 삽을 꺼내 흙을 팠다. 김군은 ‘핀 포인터’라 불리는 장비로 땅 밑을 찌르며 탐지물의 위치를 찾았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이 지났다. 김씨 부자는 연식을 알 수 없을 만큼 부식된 국자와 경첩, 그리고 23년 전 발행된 10원짜리 동전을 발견했다.
김씨 부자처럼 금속탐지기로 산과 바다에 숨겨진 금속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해외 유튜버들이 올린 탐지 영상을 보고 취미로 입문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국내에선 6~7년 전부터 탐지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비 가격은 만만치 않다. 입문용 장비는 50만원대이며, ‘바탐’(바다에서 하는 금속탐지) 장비 가격은 100만원대에 달한다.
지리와 역사도 공부해야 한다. 조선시대 지도나 항공사진을 보며 옛사람들이 자주 다닌 산길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보부상이 오간 길에선 상평통보와 같은 문화재가 발견되기도 한다. 실제 문화재로 판정되면 평가액에 따라 2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값어치를 인정받는 탐지물을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탐지인들은 자신의 장비를 활용해 공익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산탐이 취미인 김은조(51)씨는 두 달 전 경기도 파주의 한 산에서 6·25 전사자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해 군에 도움을 줬다. 김씨는 “산탐을 하면 주로 포탄 파편 같은 전쟁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나온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5년 전 한 신혼부부는 탐지인들 덕분에 잃어버린 결혼반지를 찾았다. 당시 남편이 한강 다리 위에서 아내에게 프러포즈하던 도중 반지를 떨어뜨렸다. 부부가 탐지인들의 커뮤니티인 ‘금속탐지기 여행’에 도움을 청했고, 운영자 이모(43)씨는 자신의 장비로 반지를 찾아줬다.
탐지인들은 탐지 활동이 큰돈이 되지는 못해도 소중한 취미라고 입을 모은다. 20년 넘도록 무릎 관절염 등으로 고생한 김종식(54)씨는 4년간 꾸준히 산탐을 하며 무릎 건강을 되찾았다. 이씨는 2년 전부터 회원들과 함께 수집한 동전 등을 모아 장애인단체, 소년소녀가장에게 약 2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현철씨는 아들 한준군과 함께 산탐을 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는 화폐 발행 역사를 외울 정도로 동전 수집 애호가인 아들을 위해 탐지라는 취미를 시작했다. 김씨는 “아들과 함께 주말마다 산탐을 하며 보내는 시간 자체가 내게는 큰 행복이자 보물”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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