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명과학계 대부 박상대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최준호 2024. 4. 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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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 생명과학계의 대부 (代父) 박상대 서울대 명예교수가 20일 별세했다. 88세. 박 교수는 1980~90년대 ‘DNA의 손상과 회복’ 및 유전병 연구의 세계적 선두주자로 우리나라에 분자세포생물학 시대를 열고 기초과학 연구의 기틀을 다져 오늘날 한국 생명과학이 있게 한 선구적 과학자다. 이런 업적을 바탕으로 제1회 한국과학상(1987년), 대한민국 학술원상(1998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상(2007년)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로 추대됐다.

박 교수는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 유치를 주도했고, 한국 생명과학분야 최초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재 학술지인 ‘몰리큘스 앤 셀’(Molecules and Cells)을 창간했다. 1989년 박교수가 창립을 주도한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는 현재 2만 여명의 학자들이 등록한 국내 최대 학회로 성장했다. 2002년 퇴임 후에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대한민국학술원 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과학기술인의 권익 신장과 미래세대 양성에 힘을 쏟았다. 과학기술훈장 창조장(2014년)과 국민훈장 녹조근정훈장(2002년)을 받았다.

1937년 경남 김해에서 출생한 박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존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7년 만 29세의 나이로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발령을 받은 후 2002년까지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생명과학부 교수를 역임하면서 한국 생명과학계와 바이오 산업의 핵심인재를 양성했다. 특히 사재를 출연해 ‘올해의 여성생명과학자상’을 해마다 시상하고 있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고인은 생명과학의 불모지였던 한국의 기초과학기술 발전과 세계화를 선도한 인물”이라며“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으로 입원하는 상황에도 마지막까지 기초과학기술계를 걱정했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배우자 유경자 연대 의대 명예교수, 아들 박경렬 KAIST 교수, 며느리 김윤하 마드리드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11시. 02-2258-5940.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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