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뷰노 창업자, 퇴사 후 ‘이것’ 때문에 연쇄 창업했다는데··· [신기방기 사업모델]
뷰노.
의료 AI 부문 대표 상장사다. 삼성전자 출신 김현준 대표가 회사 동료 2명과 2014년 공동 창업, 2021년에 상장까지 성공시켰다. 한때 뷰노는 AI 붐을 타고 시가총액 80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증시에서 주목받았다.
최근 그와 연락했더니 “퇴사 후 다른 회사를 창업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업종일까?’ 궁금증이 커졌다.
고객은 당뇨병 환자로 설정했다. 국내 추정되는 당뇨병 환자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당뇨병을 15년 앓는 환자의 70%는 실명을 한다. 따라서 당뇨병을 진단 받게 되는 환자들은 우선 정기적인 안저 검사를 실시할 것을 안내받는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다면 실명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그런데 대부분 조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들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지 못한다. 특히 주로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를 받게 되는 당뇨병 환자들이 또다시 안과를 예약해서 검진받아야 하니 환자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질 않았다.
Q. 의료진 입장에서도 강하게 권고하는 경우를 잘 못 봤다.
내분비내과에 방문한 당뇨병 환자를 안과로 잘 안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없어서다. 그래서 전적으로 환자 스스로의 관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뇨병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고려할 때, 향후 당뇨망막병증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실명 환자는 늘어날 위험에 처해 있다. 클롭은 이 문제를 ‘회송 제도’로 풀고 있다.
* 회송: 상급종합병원에서 그 하위 기관(1,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부에서 공식으로 ‘회송 제도’로 명명하고 있다. 편집자주.
상급종합병원에서 1차적으로 진료를 마친 환자는 협력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에 회송 의뢰를 하게 되며, 이때 정부(심사평가원)는수가(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회송 제도의 취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도 환자 비율을 높이고 환자 쏠림을 줄이는 목적에 있다. 이에 따라 클롭은 내분비내과의 당뇨병 환자 중 당뇨망막병증 검사가 필요한 환자는 저희 플랫폼 ‘애프터눈’을 통해 회송 의뢰부터 지역 병의원까지 예약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종합병원 입장에서는 회송 의뢰를 통해 환자를 추가적인 안저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회송 수가)을 얻을 수 있다. 또 애프터눈 플랫폼과 연동된 병원 EMR을 통해 해당 환자의 진료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병의원은 기존에 없던 신규 환자가 늘어나는 점을 반가워한다.
분당·성남 지역의 종합병원(분당서울대병원, 분당제생병원, 분당차병원 등)이 이미 시범 서비스에 참여했거나 참여 진행 중이다. 또 지역 13개 의원이 환자를 회송 의뢰 받아 진료를 수행한다. 상반기 중에는 참여 의료기관을 50곳까지 늘릴 계획이며, 현재 많은 병원들이 참여를 요청한다.
Q. 클롭은 뭐로 돈 버나.
시범 사업이 종료되는 대로 참여한 의료기관으로부터 월 과금을 통해 애프터눈 서비스에 대한 본격적인 수익화를 예상하고 있다.
Q. 월 과금 외 부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당뇨병 환자 검사는 시작점일 뿐이다. 앞으로 녹내장·황반변성 등 실명 유발 질환으로부터 라식, 라섹, 안구건조증 등 눈과 관련한 모든 영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우리나라에서 건강기능식품 비중의 상위권 분야가 ‘눈’과 관련된 제품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 1위는 ‘눈’이다. 건강기능식품 등을 넘어 실효성을 갖고 환자의 질병 예방 활동에 도움이 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따라서 애프터눈은 당뇨병 환자의 안과 회송을 시작으로 안과의 다양한 검사를 예약하고 진료, 나아가 광고와 상품 판매까지 안과의 1위 플랫폼으로 발전해나갈 계획이다.
Q. 연쇄 창업인데 이전 창업 때 겪었던 실수나 실패를 ‘이번에는 안 해야겠다’ 생각한 건 없었나.
당연히 많은 경험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겠다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 과거 스타트업으로서 너무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었다. 헬스케어·의료 영역은 특히나 난이도가 높아 무수히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창업 전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거나 제품에 대한 사전 설계, 참여기관들의 섭외 타진 등 많은 부분들을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창업한 지 6개월 내 서비스를 완료하고 시범 사업을 실시할 수 있었다.
특히 카카오헬스케어를 비롯 안과 분야에서 핵심 기업들 5곳과도 전략적 관계를 수립, 상호 경쟁 관계가 아닌 협력 체계로서 이 산업을 키워가려고 한다. 또한 이미 3년간의 R&D, 사업추진 계획이 완성돼 있으며, 이를 수행할 최정예 인력으로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면서 회사 가치를 키워내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Q. 창업 후 근황을 소개해달라.
회사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여부는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는가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현재까지 좋은 인력들이 계속 찾아오고 합류하고 있다. 저희가 하는 일과 방향성, 방법이 옳다는 성적표로 생각하며 디지털 헬스케어에서의 또 하나의 뛰어난 사례로 남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클롭 설립 전인 2022년, 바이트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주로 회사를 만들고 초기 스타트업을 투자하고 돕는 일을 한다. 창업 선배로서 업계의 새로운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고통과 기쁨을 같이 나누는 것은 또 하나의 삶의 큰 동력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막 1년이 된 클롭의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애프터눈 서비스 확산을 통해, 기존에 남들이 풀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안과 분야의 1위 버티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시키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연쇄 창업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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