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소풍', '어머니'로 즉석 글짓기, 80여 명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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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복 기자]
▲ 백일장대회 현수막 제 26회 전북백일장대회 현수막 |
ⓒ 전재복 |
해마다 4월 이맘때 열리는 군산문인협회(지부회장 문 영) 주최 전북 백일장 대회(제26회)가 월명체육관 정문 안쪽 야외에서 열리기로 한 지난 20일 토요일, 하필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협회 회원인 나는 백일장 대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받아 행사에 참여했다. 실은 전날부터 비 예보가 있어서 장소변경 공지가 뜨겠지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 개회식 및 안내 백일장대회 개회식과 글짓기할 때 지킬 일 등 안내를 하고 있다 |
ⓒ 전재복 |
비가 내려서 참가신청을 하고 오지 않는 사람도 있겠다 싶으니 지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시작 시각인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걱정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간단한 식이 진행되고 모두가 기다리던 시제(詩題)가 공개되었다. 초-중-고-일반을 대상으로 운문, 산문 같은 주제가 내걸렸다.
'목련' '소풍' '어머니'
▲ 백일장 시제 오늘 백일장 대회의 시제가 공통으로 걸렸다 |
ⓒ 전재복 |
글짓기에 주어진 시간은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완전히 개방된 야외에서 하는 것보다 넓은 실내에서, 그것도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전혀 실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곳이라 좋았다. 적당히 시원한 날씨와 솔솔 뿌려주는 이슬비가 한몫을 단단히 해주기도 했다.
대회날짜가 중 고등학생들의 중간고사 시험기간과 맞물렸고, 학교에서도 옛날보다 글짓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안타깝다. 그래도 옛날만은 못하지만 참가자 수가 80여 명쯤 된다고 했다. 여러 형편을 고려해 볼 때 아주 적거나 나쁜 편은 아니라고 한다.
이번에는 특히 일반인들의 참가자 수가 많아서 놀라웠고 그러면서도 반가웠다. 전에는 학생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일반인은 구색 맞추기 정도였기 때문이다.
▲ 글짓기 하는 사람들 각각 편한 자리를 잡고 글쓰기 하는 사람들 |
ⓒ 전재복 |
나는 다른 몇몇 회원들과 심사를 위촉받아서 대회과정을 관심 있게 눈여겨보면서 현장을 지켰다. 미래의 문사들이 주어진 주제로 어떤 생각을 펼칠까 한껏 기대를 하면서.
대회가 끝나고 심사를 맡은 우리는 자리를 옮겨서 그룹을 분담해 심사를 했다. 올라온 작품들을 여러 차례 돌려 읽고 의견을 나누며 엄정한 심사를 하려고 애썼다. 작품심사를 마치고 수상자의 순위를 정하는 일까지 마무리지었다.
예전엔 백일장대회라 하면 화창한 날씨에 너른 마당에서 당일 내걸린 시제로, 즉석에서 글을 써서 우열을 가리는 것이라 날씨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비록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개방감 느껴지는 장소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만약 행사 당일이 벚꽃이 만개한 봄날이었으면 더 좋았을까?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날리는 날이었어도 좋았겠지? 그러나 오늘은 오늘대로 좋았다. 화창하게 개인 날은 아니었지만, 온통 유리로 되어있는 실내경기장에서 유리벽 가득 들어오는 빗물에 젖은 초록을 내다보며 글을 쓸 수 있다니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보슬비 사분사분 내리는 봄날 유리온실 같은 높고 넓은 실내. 글 쓰기 좋은 환경이다.
산수유, 목련, 벚꽃, 개나리 등 일찍 핀 봄꽃들은 꽃자리를 내어주고, 꽃이 진 빈자리를 잎새들이 빠르게 달려와 채워준다. 눈길 돌리는 곳마다 아름다운 연초록 물결이 싱그럽다. 딱 이맘때, 4월이 끝자락을 펼치고 5월이 살포시 매무새를 다듬으며 문 앞에 다다를 때, 짙어가는 봄의 향연은 더욱 향기롭고 눈부시다.
샛노란 유채꽃, 붉은 영산홍, 우아한 모란, 라일락과 싸리꽃의 달큼한 향기, 가슴 뛰는 들판의 청보리 물결, 연두로 시작하는 초록의 물결은 아주아주 조금씩 진하기를 달리하며 하마 열두 가지 색깔쯤으로 줄을 서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계절, 이렇게 좋은 날에 봄을 여는 꽃 등 같은 <목련>, 설렘으로 기다리던 <소풍>,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어머니>, 세 가지 주제로 저마다 제 나름의 사유의 뜰을 거닐었을 글벗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오늘은 글 한 편 읽거나 써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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