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되살아난 ‘죽음의 늪’, 이번엔 ‘진짜 성공’ 가능할까[황재성의 황금알]

황재성 기자 2024. 4.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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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 연말까지 새로운 시화호 마스터플랜 수립
2: 동양 최대의 간척 사업이 최대 정책 실패 사례로
3: 수질 개선 사업에만 1조 5000억 원 이상 투입
4: 서해안 해양레저·생태관광의 메카로 변신 기대

〈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조성된 지 30년을 맞는 시화호에 대한 ‘발전전략 마스터 플랜’을 올해 말까지 만들기로 했다. 두 부처 간 전략적 협업을 통해 국토의 경쟁력과 환경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이다. 이에 따라 시화호에는 주거, 산업, 관광레저, 환경이 어우러진 융복합 거점도시가 들어설 전망이다. 사진은 시화호에 위치한 거북섬 일대 모습으로, 시흥시는 이곳에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흥시 제공
‘양쪽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지난 15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두 부처가 전략적 협업을 통해 공동으로 추진할 5개 사업(이하 ‘5대 협업과제’)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토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서로 조화시키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과제들로 선정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를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국토의 경쟁력과 환경가치를 높인다’라는 제목도 달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서로 다른 두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뜻”이라며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두 부처는 충돌하고 갈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때로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업무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도 적잖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두 부처 간 갈등과 대립을 막기 위해 인사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발표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입니다.

5대 협업과제는 ①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신속 조성 ② 국토종합계획과 국가환경계획의 통합관리 ③ 개발제한구역 핵심 생태축 복원 ④ 지속 가능한 해안권 개발과 생태관광 연계 운영 ⑤ 시화호 발전 전략 마스터플랜 수립 등입니다.

사업마다 이전에 없던 시도여서, 기대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특히 시화호에 대한 새로운 개발 청사진 마련 계획은 눈길을 끕니다.

경기 시흥·안산·화성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에 둘러싸인 시화호는 면적 56.5㎢(탄도호 7.6㎢ 포함), 저수용량 3억 3200만t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입니다. 이를 위해 건설된 12.7km 길이의 방조제로 인해 호수 북측에 11.87㎢, 남측에 97.09㎢의 간척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시화호는 그동안 실패한 국토개발 사업의 대명사로 여겨졌습니다. 당초 방조제를 건설해 조성된 인공호를 담수화해 주변지역에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할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1994년 조성 직후 ‘죽음의 호수’라는 오명이 붙을 만큼 오염이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01년 담수화 계획을 포기하고, 오염수 정화에 1조 원이 훌쩍 넘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다시 시화호 일대에 주거와 산업, 관광·레저, 환경이 어우러진 융복합 거점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환경오염 문제를 극복했으니, 이를 넘어서는 ‘시화호 2.0’ 전략을 짜려는 것”이라며 “두 부처가 힘을 합쳐 올해 말까지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거론되며 정부가 언급조차 꺼려했던 시화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과연 정부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부 계획에는 대규모 신도시 조성이 포함돼 있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화호를 다시 살펴봐야 할 이유입니다.

● 다목적 효과가 기대됐던 시화호

1994년 1월 24일 경기 시흥 오이도와 옹진군 대부도를 잇는 총연장 12.7㎞의 방조제 조성공사 마무리 현장 모습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화호 조성사업은 서울 여의도의 58배 크기의 간척지를 확보할 수 있다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수질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최대 정책 실패 사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동아일보 DB
시화호가 조성된 지역(시화지구)은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와 복잡한 굴곡을 이루고, 썰물 때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서해안 바닷가 어촌마을이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2018년 발행한 보고서(‘시화호: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따르면 군자만으로 불리던 이곳은 조선시대엔 궁중에 음식을 공급하던 임금을 위한 어장이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 등을 거치며 잊혀졌던 시화지구는 1970년대에 다시 주목받습니다. 이 과정은 중앙공무원교육원이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 ‘시화호 정책사례-정책 오차와 정책개선’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시화호가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서 공직자들에게 시사하는 내용이 많다는 점을 반영한 일종의 백서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는 논과 공장이 들어설 땅과 물, 식량 확보가 국민적 관심사였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농림부는 1975년부터 서남해안을 간척해 농지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적지조사’를 실시한 뒤 시화지구를 우선 사업지로 선정합니다.

여기에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78년 3월 경제 관계 장관과 경제 4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중동에 나가 있는 대형 건설장비들을 서해안 일대에 대대적으로 투입해 농경지, 축산단지, 농업단지 등을 일구는 국토 확장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시화지구 개발의 씨앗이 뿌려집니다.

이후 농업진흥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가 1984년 8월 시화지구를 대상으로 농업 목적 간척사업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을 추진합니다. 그러나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해안매립 장기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같은 해 11월 사업에 제동을 겁니다. 그런데 불과 1개월 뒤인 1984년 12월 건설부는 시화지구 개발사업 추진 본격화를 선언합니다.

느닷없는 입장 변화에는 중동 건설 경기침체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1983년까지만 해도 100억 달러가 넘던 해외건설 수주액이 1984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1988년에는 16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업체들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중동 경제가 불황에 빠진 탓입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건설업계는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는 시화지구 개발에 눈을 돌립니다.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사업 본격화 선언 이듬해인 1985년 8월 정부는 시화지구 개발을 우선 추진계획으로 확정했고, 1986년 7월엔 시행 방안을 확정합니다. 이어 1987년 6월 바다를 막는 방조제 공사에 착수하고, 1994년 1월 완공합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화지구 개발사업에 ‘동양 최대 간척사업’이라거나 ‘국토 확장의 꿈’을 실현할 사업이라는 칭송이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됐습니다.

우선 169㎢에 달하는 국토면적 확장과 수도권 공장 1600여 개 유치를 통한 수도권 인구 분산 및 고용 증대 효과였습니다. 방조제 축조로 매년 발생하는 약 1억 8000만㎢의 담수를 이용해 인근지역 91.2㎢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대단위 기계화 영농단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컸습니다.

방조제를 활용해 아름다운 서해안 지역을 관광명소로 바꿈으로써 낙후지역의 경제와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인접한 안산시와 연계개발을 통해 1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단 배후도시를 조성해 수도권 도시 인구과밀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 방파제 완공 직후부터 수질 급속도로 악화

방파제 조성 직후 시화호 수질은 급속도로 나빠지자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호숫물을 바다로 흘려보내기로 했다. 정부가 시험 방류를 시행한 1997년 3월 해양연구소 연구원이 배수갑문 앞에서 하얀 거품에 뒤덮인 폐수를 뜨고 있는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하지만 실제 상황은 기대와 크게 달랐습니다. 1994년 방조제 공사가 완료된 이후 주변 지역에서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수질이 빠른 속도로 악화한 것입니다. 이어 방조제에 갇힌 호수물이 썩으면서 어패류와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죽음의 호수’가 됐습니다.

준공 이듬해인 1995년부터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화호 오염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죽은 조개들이 쌓이면서 호숫가 곳곳에 조개무덤이 나타나고, 썩은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입니다.

국해양과학기술원의 보고서(‘시화호: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따르면 시화호 수질 악화의 원인은 크게 5가지 정도입니다. ①시화호 유역의 공장과 인구 증가로 인한 오·폐수량 급증 ②유역 내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확충 지연 ③화성시 일원 미처리 축산폐수의 유입 ④하수관로 오접합 등으로 인한 오폐수의 직접 유입 ⑤시화호 물의 장기 체류 등입니다.

당황한 정부는 수질오염을 낮출 목적으로 1996년 4월 20~21일 시화호 물 4000만t을 바다로 흘려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간장 같은 새까만 물이 인근 지역 바다로 흘러드는 기괴한 모습이 연출됩니다. 방류한 지 5일째인 4월 25일 SBS가 이를 단독보도하면서 시화호 오염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듭니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감사원은 그해 11월 관계자 14명을 징계하라는 내용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하지만 이듬해까지도 정부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자 시화호 오염문제는 1997년 말 치러진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고 김대중 대통령은 이듬해 1월 꾸려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시화호 문제를 경부고속철, 새만금 사업 등과 함께 3대 부실사업으로 규정한 뒤 근본적인 대책 마련 계획을 발표합니다. 이어 3년 뒤인 2001년 2월 시화호 담수화 계획 완전 백지화를 선언합니다. 시화호를 담수호로 만들어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계획은 포기하고, 해수를 유통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해수가 드나들면서 시화호는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현재는 생태계가 99% 복원됐습니다.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물고기들과 철새들도 돌아왔습니다. 안산지역 민간 환경연구기관인 해양환경교육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화호 습지에서 관찰한 결과 조류 78종 2만 6800마리가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은 천문학적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민관기구인 ‘시화호관리위원회’가 2007년 작성한 ‘2단계 시화호 종합계획’에 따르면 1996~2011년까지 시화호 수질개선사업에 투입될 예산은 모두 1조 2488억 원이고, 2006년까지 5301억 원이 실제 사용됐습니다.

이후에도 시화호 관리에 투입된 비용은 꾸준히 늘어 2017년까지 1조 5000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조제 건설비(6200억 원)의 2.5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 미래 환경정책의 새로운 이정표로 거듭날까

시화방조제에 조성된 조력발전소는 발전시설용량 25만4000Kw로 세계 최대 규모다. 시화호를 담수호에서 해수호로 전환한 뒤 방조제를 통과할 해수의 조수간만차를 활용해 전기에너지를 얻고자 만들어졌다. 사진은 2011년 개통식 직후 조력발전소 전경이다. 동아일보 DB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시화호 발전 마스터플랜’은 방조제 건설 이후 육지가 된 지역에 들어선 신도시나 산단 간 연계성과 자족성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현재 이들 지역에는 안산 시화 신도시, 반월 시화 국가 산단,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송산그린시티 등이 있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는 수질 개선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시화호 주변에 조성된 안산갈대습지, 시화호조력발전소, 대부도 마리나 시설, 화성 지질공원 등과 같은 다양한 관광자원이 확보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는 또 마스터플랜에 시화호를 둘러싸고 위치한 시흥·화성·안산시 등이 추진하는 레저 관광 사업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들 지자체는 각기 해양레저산업과 생태문화관광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시흥시입니다. 지난 2월 ‘2024 시호화의 해’를 선포하고, 50여 개의 연중행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 시화호 거북섬 일대 32만여㎡에 2조 6000여억 원을 투입해 해양 레저관광 복합단지를 건설할 방침입니다. 거북섬부터 서울대 시흥캠퍼스~오이도항~월곶항으로 이어지는 15km 구간에 레저와 관광, 의료, 첨단산업 등이 들어서는 한국형 골든 코스트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화성시는 시화호 남단 송산면 일대 55.6㎢에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송산그린시티 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계획인구 15만 명을 수용할 5.7㎢ 규모의 택지와 총사업비 4조 6000억 원 규모의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2019년 테마파크 사업자로 선정된 신세계 그룹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마스터플랜을 통해 2029년 1차 개장, 2034년 완전 개장 계획을 밝혔습니다.

안산시는 시화호를 친환경적 친수공간으로 조성해 해양관광레저 거점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민간 자본을 유치해 시화호 방조제와 붙은 방아머리 일대에 대규모 마리나항만을 조성하는 게 핵심인데, 오는 6월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입니다.

또 시화호에 국내 최초의 순수 전기 유람선도 띄울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18억 원을 투입해 2층 구조에 길이 19m, 폭 6.5m, 탑승인원 40명, 총중량 40t 규모의 유람선도 이미 제작했습니다. 이 배는 시화호 일대가 개발되기 전 사리포구가 있던 안산천 하구에서 출발해 반달섬을 거쳐 시화호 방조제 안쪽 대부도 옛 방아머리선착장까지 이어지는 편도 21㎞의 뱃길을 운행할 예정입니다.

한동안 최대 국책사업의 실패 사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시화호는 30년이라는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을 통해 기적처럼 살아났고, 현재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환경 복원의 성공모델’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노력으로 시화호가 대한민국 해양 환경사의 살아있는 교과서이자 미래 환경정책과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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