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이 말하는 ‘간신’ 임숭재의 ‘이중노출’ [OTT 내비게이션⑰]

홍종선 2024. 4. 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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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간신’ 연산군 때 벼슬아치 채홍준사 열연
10년 만에 다시 듣는 간신 임숭재 레시피
작품마다 달랐던 눈빛과 발성 새삼 눈길
배우 주지훈에 의한 임숭재(가운데) ⓒ이하 영화 ‘간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지훈과 김강우가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인지 미처 몰랐음. 진짜 말 그대로 미친 연기력인 듯” (작성자 imra****)

“주지훈 김강우 연기가 진짜 대박! 원래 이렇게 잘했나. 영상미도 좋아서 재밌게 보았음” )작성자 kati****)

“주지훈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지 몰랐음!!! 김강우는 말할 것도 없고!!!” (작성자 lore****)

“수위가 엄청 높은 영화임에도 배우들 연기가 너무 좋아서 끝날 때까지도 집중하며 본 영화. 김강우 주지훈 연기 짱” (작성자 psh0****)

“미치지 않고서야 살 수 없는 시대상이 잘 담긴 것 같아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작성자 oh_f****)

연산군과 임숭재, 배우 김강우와 주지훈(왼쪽부터) ⓒ

2015년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 개봉 당시의 관람객 평이다. 당시 호불호가 크게 갈렸고 선정성과 잔인함을 비평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선 호평 쪽이든 혹평 쪽이든 이론의 여지 없이 이구동성으로 극찬했다.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치기 어린 마음으로 절대 권력을 쥔 왕, 연산군의 광기를 표현한 김강우에 대한 박수는 예고된 것이었다. 김강우의 연기는 늘 순수한 몰입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덜 알려진 인물, 전국의 어여쁜 계집을 궁 안으로 불러들인 채홍준사(조선 연산군 때, 아름다운 처녀와 좋은 말을 구하려고 지방에 보내던 벼슬아치) 임숭재는 우리의 머릿속에 예상 답안지조차 없었다. ‘간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에 근거한 얕은 상상뿐이었다.

영화가 공개되고 임숭재를 본 많은 이가 놀랐다. 흔히 아부로 점철된 간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때로 직언을 서슴지 않고, 때로 중재에 나서고, 때로 왕 이상의 두려운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극에 ‘긴장’을 부여했다. 임숭재로 인해 조마조마했다가 임숭재 덕에 안도했다. 광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광기 넘치는 왕을 조절하는 ‘운영의 묘’를 지닌 인물로 보였다.

흔한 간신이 아니다, 관객에게 내보이는 뜻과 연산군에게 노출시키는 얼굴이 다른 임숭재를 배우 주지훈이 빚었다 ⓒ

2024년 영화 ‘간신’을 다시 보니 개봉 당시 놓쳤던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영상미도 좋고 대담한 시도들이 주는 낯섦도 덜하다. 특히 배우 주지훈이 내뱉는 목소리의 울림통이 크고 깊게 다가오고, 눈썹을 올리고 눈과 입을 뒤집는 모습에선 비열보다는 못난 왕과 제왕적 시대를 향한 한숨과 분노가 읽힌다.

임숭재의 눈빛과 발성은 어떻게 구상되어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던 걸까. 주지훈은 지난 16일 데일리안에 ‘임숭재 레시피’를 전했다. 연기 시점으로 생각하면 10년 전인데, 이야기는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흠…. 임숭재는 왕 앞에서도 서슴지 않고 큰 목소리를 내요, 눈도 쳐다보고 말이죠. 아니, 오히려 왕을 내려다본다고 할까요. 자기가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걸 관객에게는 전달하지만, 듣는 상대는 (임숭재의 속내와 다르게) 본인을 알아준다는 생각이 들게 말하려고 했어요.”

“감독님과 상의 후 준비해 간 여러 톤 중에서 선택했어요. 연기야 별다른 게 있나요, 연습에 연습뿐이죠. 기본적으로 민규동 감독님의 연출 안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과 영화 속 대화 상대에게 다르게 보이고 들리는 눈빛과 말투라니, 짜릿한 이중노출이다! 배우 주지훈은 인상 깊은 연기나 장면의 비결을 물으면 언제나 연출자에게 공을 돌린다.

배우 주지훈이 세상에 내놓은 캐릭터 김판수(비공식작전), 강태오(암수살인), 혜원맥(신과 함께), 박두레(키친) ⓒ왼쪽부터 ㈜쇼박스,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실버스푼 제공

작품마다 다른 목소리 색깔과 높이, 호흡과 속도로 연기하는 주지훈. 영화 ‘비공식작전’(2023, 감독 김성훈) 김판수 이전에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2018) 강태오, ‘신과 함께’ 2편과 1편(감독 김용화, 2018·2017)의 혜원맥, ‘아수라’(2016) 속 문선모, 그리고 ‘간신’(2015)의 임숭재까지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역순으로 눈앞에 흘러간다. 하나같이 겹치는 이미지, 비슷한 발화가 없다.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2018)의 젊은 피 정무택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의심과 의외의 댄스 스텝,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 2014) 인철이 서 있는 아련한 세피아 톤의 겨울 골목에서 느껴지는 인생의 스산함이 그립다. 세자 충녕과 노비 덕칠 사이를 오간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 2012)에서 확인된 젊은 에너지의 힘, ‘키친’(감독 홍지영, 2009)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감독 민규동, 2008) 에서 흘러넘쳤던 청춘의 싱그러움도 좋다.

어디 영화뿐인가. 데뷔작 드라마 ‘궁’에서 ‘다섯 손가락’ ‘킹덤’ ‘하이에나’를 거쳐 현재 방송 중인 ‘지배종’까지 매번 다른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려고 하는 배우 주지훈의 땀을 느껴보는 것도 OTT(Over The Top, 인터넷TV) 시대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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