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은 900점대…신용 인플레에 꼬여버린 대출 시장

이세미 2024. 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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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건전성 고삐…대출 문턱↑
고금리에도 2금융 찾는 '풍선효과'
금융 부실 이미지.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들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명 중 4명 이상의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른바 신용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해지면서 은행권은 고신용자를 상대로도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높은 신용점수를 갖고도 제2금융권을 찾는 이들이 생기고, 이들의 영향으로 다시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악순환이 벌어지면서 결국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인원은 2149만3046명으로 전체 평가 대상인 4953만3733명 중 43.4%를 차지했다.

신용점수는 각 개인에 대한 수많은 신용정보를 종합해 향후 1년내 90일 이상 장기연체 등이 발생할 가능성(위험도)을 통계적 방법에 따라 1~1000점으로 평가한 체계다. 각 점수는 상대적인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1000점에 가까울수록 연체 등 리스크가 낮다는 의미다.

KCB 신용등급은 점수를 기준으로 ▲1등급 942~1000점 ▲2등급 891~941점 ▲3등급 832~890점 ▲4등급 768~831점 등으로 구분된다. 통상 3등급까지 고신용자로 분류된다.

특히 950점 이상의 신용점수를 가진 이들만 1314만6532명으로 전체의 26.5%에 달했다. 1년 새 147만명이나 늘어난 규모로, 4명 중 1명은 초고신용자라는 의미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기준 초고신용자는 1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 간 신용점수 950점 이상 초고신용자 비율은 2018년 말 17.7%(827만205명)에서 꾸준히 증가세다.

신용점수별 인원 분포 현황. ⓒ코리아크레딧뷰로

초고신용자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통신비나 건강보험료 납부 정보 등 비금융정보가 자리하고 있다. 이를 신용점수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점수를 더욱 끌어 올렸다는 얘기다.

실제 KCB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4월 기준 통신요금 납부 실적으로 인한 신용점수 상승(누적 기준)은 2056만점이며, 건강보험료 납부 정보를 반영한 신용점수 상승은 175만점으로 파악됐다. 이외 국민연금 납부 정보 등록으로는 70만명이 신용점수 상승을 경험했다.

이밖에 신용점수를 산출하는 기관들이 개인 신용점수를 전반적으로 높게 평가하면서 차주 평균 신용점수가 올라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은행들은 과거 대비 신용점수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출을 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처럼 신용점수 상위 구간에 인원이 쌓이면서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도 시중은행서 돈 빌리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지난 2월 신규취급한 가계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19.5점이었다.

건전성 관리 차원을 위해서라도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더해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45%로 지난해 말 0.38% 대비 0.07%포인트(p) 올랐다. 전년 동기(0.31%)와 비교해도 0.14%p 높다.

은행 연체율은 2022년 6월 0.20%까지 내려간 후 지속 상승세다. 지난해 11월 0.46%를 기록해 4년 만에 최고치까지 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신용자들의 발길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자산 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의 신규 신용대출 중 800점대 이상 차주 비중이 전체의 20.9%에 달했다. 이들은 최대 18%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에도 대출을 받았따.

이런 흐름 탓에 결과적으로 중·저신용자들이 점점 제도권 안에서 대출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연체율이 오르자 대출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우량고객 위주로 신규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 결과 2금융권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들이 밀려나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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