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논란의 '망치' 발언…마르크스 '자본론'이 실제 말한 것

김창우 2024. 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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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4(상) 『자본론』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2015) 김수행 역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2010) 김수행
『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2015) 데이비드 스미스


세줄 요약

-모든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노동의 가치(상품의 가격)와 노동력의 가치(노동자 임금)의 차이(잉여가치)를 자본가가 착취한다.
-자본을 축적할수록 잉여이윤율(착취율)은 제로에 수렴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자본주의는 붕괴한다.


주요 내용

방송인 김제동씨는 2018년 "국회의장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씨는 "불로소득에 대한 비판일 뿐 소득 격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사봉과 목공 망치는 세습이나 불로소득과 관계없다. 동일노동도 아니니 가치가 다를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물론 카를 마르크스조차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 무엇인가에 대해 주장하거나 비판하려면 최소한 핵심적인 논리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국부론에 이어『자본론』을 소개하는 이유다.

카를 마르크스.


1989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임용된 김수행 교수는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의 세 강의를 열었다. 멋도 모르고 마르크스경제학 수강을 신청한 불쌍한 희생자가 바로 필자다. 교재인『자본론』은 수백 페이지에 걸쳐 낯선 용어와 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기로 꿋꿋이 강의를 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금부터의 요약은 마르크스경제학 과목에서 C학점을 받은 학부 졸업생 나부랭이가 작성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자.

『자본론』은 카를 마르크스가 쓰고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편집해 1867년 내놓았다. 세권짜리 책으로 원제는 '자본(Das Kapital, 독일어다)-정치경제학 비판'이다. 1987년부터 몇년에 걸쳐 김수행 교수가 완역했고, 2015년 개정판이 나왔다. 1권 상 하, 2권, 3권 상 하와 부록까지 6권으로 총 2000페이지가 넘는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다들 제목은 들어봤지만 실제로 읽지는 않는' 고전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았지만 이 책은 한술 더 뜬다. 그래서 김수행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이나 데이비드 스미스의 『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추천한다.

자본론. 김수행 역(2015년 개정판)


경제는 결국 돈 이야기에서 시작해 돈 이야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품의 가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부터 시작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이 책 얘기가 또 나온다. 괜히 바이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 이전의 경제에서는 노동이 가격의 결정요인이라는 노동가치론을 주장했다.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의 임금, 자본가의 이윤, 땅 주인의 지대를 합친 것으로 봤다.

마르크스는 고전학파의 노동가치론을 확대 계승해 자본주의에서도 노동만이 가치를 창조한다고 주장했다. 가치는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해당 사회의 평균적인 기술 수준, 노동자의 숙련도 등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자본가가 세운 공장, 그 안에 설치한 기계도 또 다른 노동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면 도대체 자본가는 자본을 어디서 모았을까. 마르크스는 '잉여가치' 개념을 들고 나왔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노동의 가치(상품 가격)를 모두 지불하지 않는다. 노동력의 가치(임금)만 지급한다. 하루 8시간 일하는 노동자가 5000원을 받고 1만원어치 물건을 만든다면 임금만큼 생산하는데 드는 필요노동시간을 제외한 4시간은 잉여노동시간이다. 잉여노동시간에 생산하는 잉여가치만큼 '자본주의적 착취'가 벌어지는 것이다. 임금은 마치 모든 노동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처럼 위장한 형태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자본의 시초축적 과정 역시 폭력과 속임수로 점철됐다. 고대 노예, 중세 봉건제의 농노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근대사회에 접어들면서 해방됐다. 자본주의 하에서 이들은 대부분 임금 노동자로 변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노동자는 특정 시대에 집중한 폭력적인 과정을 통해서였다고 본다. 그는 "아메리카에서 금은의 발견, 원주민의 섬멸·노예화·광산에 생매장, 동인도의 정복과 약탈, 상업적 흑인 수렵장으로 변한 아프리카 등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시대를 알리는 새벽의 특징"이라며 "자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 나온다"고 주장했다.

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데이비드 스미스


자본주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일단 경제 공황이 온다. 끝없이 확대 재생산을 반복하는 자본의 특성에 따라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데 착취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은 이를 모두 소비하기에 충분치 않다. 결국 '광산 노동자가 충분한 돈이 없어 석탄을 사지 못하고, 석탄이 팔리지 않으니 자본가는 돈을 벌지 못해 고용을 줄이고, 직장을 잃은 노동자가 더욱 궁핍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본주의는 내재한 모순 때문에 결국 무너지고 공산주의로 이행하게 된다. 몇차례 공황을 극복하며 자본이 몸집을 키울수록 노동력 대신 기계를 투입하는 비중이 커지고, 그만큼 착취할 수 있는 잉여가치가 줄어든다. 총자본에서 잉여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이윤율이라 하는데, 자본주의 발달에 따라 이윤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윤율이 제로에 수렴하면 자본가는 더는 생산수단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국가 또는 사회가 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자본가들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을 리 없다. 그래서 혁명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이뤄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 공산주의(또는 사회주의)로 이행하게 된다는 마르크스의 예언이다.


TMI

생산수단의 소유 형태에 따라 고대 노예제에서 중세 봉건제, 중앙집권 절대 왕정을 거쳐 근대 자본주의로 이행한다는 역사에 대한 마르크스의 통찰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생산수단과 생산관계를 비롯한 경제 구조가 국가 정치 교육 종교 등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경제 결정론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부조리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런 통찰과는 별개로 그의 경제 분석에는 반론이 적지 않다. 노동 투입량에 따른 절대적인 가치(노동가치론), 이윤율 저하의 법칙 등을 이론이나 통계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에서 비롯한 철학, 역사, 사회학 등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것과는 달리 마르크스 경제학이 현대에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다.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 김수행(2010)


현대 경제학의 기틀을 닦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자본론을 읽어보라고 권한 버나드 쇼에게 답장을 보냈다.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 책을 시대의 반석처럼 여기며 영감을 얻는 사람들이 모두 멍청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이런 반향을 얻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쿠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이런 책들이 불같은 기세로 세계의 절반을 휩쓸 수 있었을까요? 선생님은 자본론과 쿠란을 둘 다 믿으십니까? 아니면 자본론만 믿으십니까? 자본론의 사회학적 가치가 어떻든 간에, 경제학적 가치가 0이라는 것은 확신합니다."

판사와 목수의 망치를 둘러싼 논쟁은 하편에서 다룬다. 마르크스의 방대한 저작을 요약하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지 절대로 '절단신공'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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