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안티푸라민, 91년 역사 손흥민 파스…인기 탄탄하네~ [장수 브랜드의 비밀]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4.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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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한양행 안티푸라민

일명 ‘파스’라 불리는 소염진통제는 일반의약품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꼽힌다. ‘케토톱’ ‘신신파스아렉스’ ‘멘소래담’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형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인다. 매일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는 이 시장에서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존재감을 과시하는 ‘장수 브랜드’가 있다.

바로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이다. 소염진통제 중 최고령 브랜드지만, 실적은 ‘최신 약품’에 밀리지 않는다. 케토톱과 신신파스에 이어 매출 3위를 달린다. 매출 추이도 나쁘지 않다. 2021년 244억원, 2022년 298억원, 2023년 33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0%를 웃돈다. 연식이 오래된 브랜드로서는 좀처럼 달성하기 힘든 상승세다.

안티푸라민은 91년이 지난 현재에도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자체 의약품 1호

1933년 처음 모습을 드러내다

안티푸라민은 1933년 유한양행이 내놓은 첫 자체 개발 의약품이다. 1926년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은 제약사보다는 유통사에 가까웠다. 약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는 수입 약품을 들여와 파는 데 집중하는 회사였다. 유통에만 집중하던 유한양행이 ‘제약사’로의 변신을 꾀한 데는 유일한 박사 부인 호미리 여사의 역할이 컸다. 미국에서 유 박사를 만난 호 여사는 의사 면허를 딴 뒤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왔다. 입국 후 유한양행 건물 2층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던 호 여사는 뜻하지 않은 문제에 부딪히고 만다. 바로 ‘연고’의 부재다. 바르는 연고 개념이 전무하다 보니 아이들이 타박상이나 염좌상을 입어도 발라줄 약이 없었다. 바르는 연고의 필요성을 느낀 호 여사가 유한양행 회사 측에 의약품 개발을 건의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호 여사 도움을 받아 최초의 자체 개발 의약품 ‘안티푸라민’을 내놨다.

안티푸라민이라는 브랜드명은 ‘반대’라는 뜻의 안티(anti)에 ‘불태우다, 염증을 일으키다’라는 뜻의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발음하기 좋게 바꾼 것이다. 제품 특성을 그대로 담은 이름으로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라는 의미다. 주성분은 멘톨, 캄파, 살리실산메틸 등으로 소염진통, 혈관 확장, 가려움증 개선 등의 작용을 한다. 소염진통제라는 약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기. 안티푸라민은 빠르게 퍼지며 대표적인 소염진통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안티푸라민은 소염진통제의 대명사로 상당한 인기를 자랑했다. 한 번도 안 써본 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익숙하고 친근한 약이었다. 어려웠던 시기 가정상비약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설명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안티푸라민에도 시련은 찾아왔다. 1960년대부터 경쟁 제품이 쏟아지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됐다. 매출이 서서히 감소했다. 결국 1990년대 들어서 정체를 겪었다. 매출이 연간 20억~30억원 수준에서 오르지 않았다. 위기 속 유한양행은 ‘변화’를 택했다. 66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1999년 로션 타입 ‘에스로션’을 공개했다. 지압봉도 부착해 환부에 약물을 펴 바르면서 마사지도 할 수 있게 차별화했다. 서서히 오르던 매출은 2010년대 들어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브랜드 라인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늘린 것이 효과를 봤다. 2014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2023년에는 역대 최대인 3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양행 OTC(비처방의약품) 브랜드 중 매출액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안티푸라민 ‘롱런’의 비결은

헤리티지·브랜드 확장·효율적 마케팅

9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제약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안티푸라민의 ‘롱런’ 비법을 3가지로 꼽는다.

첫째, 헤리티지 전략이다. 헤리티지 전략이란 기업이나 브랜드가 자신의 역사, 과거의 성과를 활용, 브랜드 인식을 높이는 방법을 뜻한다.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유한양행과 안티푸라민은 국내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다. 유한양행이 오랜 기간 ‘정도 경영’의 이미지를 쌓아온 덕분이다. 1930년대 신문 광고에 ‘사용 전 의사와 상의하라’ 등의 문구를 넣은 일화,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것을 경계해 명확한 제품명을 사용했다는 이야기 등은 안티푸라민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회사 역사가 마케팅 전략 자산이 된 셈이다. 높은 충성도는 안티푸라민 브랜드가 정체에 빠졌을 때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매출이 정체되기는 했지만 단단한 지지 소비층 덕분에 하락하지는 않았다. 이들 충성 소비층의 존재는 암흑기 동안 안티푸라민 브랜드가 쓰러지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둘째, 적극적인 브랜드 확장이다. 유한양행은 2010년대부터 안티푸라민 브랜드를 적극 확장하기 시작했다. ‘안티푸라민’이 가진 파워를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브랜드 확장은 기존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갖고 있는 인지도, 충성도, 연상, 이미지 등을 활용해 신제품 성공률을 높이는 마케팅 전략이다. 유형에는 동일한 제품군 내에서 확장하는 라인 확장과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카테고리 확장이 있다. 이 중 유한양행은 ‘카테고리 확장’을 택했다. 2010년대 안티푸라민의 파프 제품 5종(안티푸라민파프, 안티푸라민조인트, 안티푸라민허브향, 안티푸라민쿨, 안티푸라민한방카타플라스마)과 스프레이 타입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를 연달아 선보였다. 연고와 로션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안티푸라민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들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브랜드 매출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셋째, 공격적인 광고 전략이다. 소염진통제는 비처방의약품이다. 소비자가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때문에 매출을 올리려면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끊임없이 각인시켜야 한다. 유한양행은 광고선전비 지출이 매우 높은 회사로 꼽힌다. 2022년의 경우 광고선전비로 1003억원을 지출했다.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지출이 많은 만큼 모델도 화려하다. 2019년부터 세계적인 축구 선수 손흥민이 전속 모델로 활동해오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기존 주 구매층인 중장년과 더불어 청년층까지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손흥민 선수와 안티푸라민 컬래버 영상을 제작, 유튜브에 올리는 등의 광고 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들려준다.

안티푸라민 남은 과제는

치열한 경쟁, 낡은 이미지 타파

안티푸라민 브랜드가 가진 고민은 2가지다. 우선 강력한 경쟁자의 건재다. 현재 안티푸라민은 소염진통제 시장 매출 순위 3위다. 한독제약의 케토톱, 신신제약의 신신파스가 1·2위로 앞서 있다. 3위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멘소래담, 케펜텍 등 후발 주자들이 꾸준히 따라붙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낮은 2030 인지도’다. 중·장년에는 유명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경쟁 제품 대비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두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한양행은 ‘스포츠 마케팅’을 도입했다. 소염진통제 수요가 높은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한다는 목표다. 인기가 많은 축구부터 시작했다. 2019년 손흥민을 모델로 발탁했고,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FC서울과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현재 경기장과 부스 홍보를 진행 중이다. 올해 들어서 마라톤, 자전거 등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손흥민을 모델로 내세운 손흥민 파스로 인지도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추후에는 다양한 스포츠와 연계해 MZ세대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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