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치료 까다로운 얼굴·목·손 아토피피부염, 조기에 염증 잡아야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배유인 교수 2024. 4.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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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배유인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제공
피부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아토피피부염은 다른 피부 질환 대비 흔한 질환이면서도 어려운 질환이다. ‘어렵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 질환이 면역체계의 이상에 따른 만성염증성 질환의 일종이어서 완치라는 표현을 쓰기 어렵고, 또한 환자마다 질환의 심한 정도를 의미하는 중증도에 차이가 클 뿐 아니라, 증상과 경과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떤 환자는 전신에 병변이 고르게 분포하는가 하면, 어떤 환자는 몸통이나 팔, 다리 병변이 심할 수 있고, 또 다른 환자는 눈에 잘 띄는 얼굴, 목, 손 등에 병변이 더 심한 경우가 있다. 특히 이처럼 얼굴, 목, 손 등 외부로 노출되는 부위의 병변은 일반적으로 치료하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삶의 질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 대외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취업, 연애, 결혼 등 인생의 중대사에도 악영향을 준다. 또, 손의 병변이 심할 경우 밥 먹기, 옷 입기, 자판 치기 등 일상에서 필수적인 활동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실제로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대상의 연구에서 머리와 목(68%), 손과 손가락(58%)등의 병변이 가장 괴롭다고 응답한 환자가 많았고, 불안과 우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병변의 면적이 작다고 해서 환자의 고충까지 작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 년 전부터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염증의 원인 물질에 대한 표적 치료 개념을 도입한 생물학적제제(항체치료제), JAK 억제제 등이 도입되면서 전반적인 치료 성과는 크게 좋아졌지만, 이처럼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따라 어떤 치료제가 가장 효과적일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다만,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얼굴과 목, 그리고 손 등의 신체 말단 노출 부위의 아토피피부염 치료에는 JAK 억제제가 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정확하게 타겟만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에 비해 JAK 억제제는 아토피피부염의 급만성 병변에서 더불어 관찰되는 다양한 계열의 사이토카인들에 의한 신호전달 경로를 함께 차단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 JAK 억제제는 생물학적제제 대비 얼굴, 목 부위의 피부 습진 중증도 평가지수(EASI)를 75% 이상 개선하는 비율, 손 습진 중증도 지수(HECSI)를 75% 이상 개선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또, JAK 억제제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라 투약 편의성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다른 만성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아토피피부염 치료는 즉각적인 증상의 완화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체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치료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삶의 질에 영향이 큰 노출 부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이뤄진 많은 연구에서 질환의 중증도가 높아지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염증이 거의 없는 완치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면 재발 및 악화 위험성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부족했지만 요즘은 거의 깨끗한 피부를 의미하는 EASI 90은 물론, 가려움증이 거의 없는 상태인 WP-NRS 0점 또는 1점 달성률이 높은 치료제가 도입되고 있어, 이 같은 치료 목표의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JAK 억제제의 상대적인 장점은 빠른 가려움증 억제 효과이고, 이에 따라 긁는 행위가 줄어들면서 또 다른 병변 발생의 차단, 피부 장벽의 빠른 회복, 삶의 질 향상 등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치료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의사와 환자 모두라는 점을 기억하고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와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본인이 원하는 치료 목표에 대해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한 후 이를 치료와 관리에 적용한다면 ‘어려운’ 질환인 아토피피부염의 성공적인 조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 칼럼은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배유인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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