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독립서점 ‘다다르다’가 꿈꾸는 ‘100년’ [공간을 기억하다]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대전 원도심에 ‘풍성함’을 더하는 ‘다다르다’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서점 다다르다는 지난 2012년 1월 운영을 시작했다.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도시여행자’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시작한 다다르다는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가 넘치는 대전에서, ‘책’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10년 넘게 다다르다를 운영하며 생긴 단골은 물론, 유명 제과점인 성심당을 찾은 손님들이 다다르다를 찾기도 한다. 덕분에 규모는 작지만, 제법 유명 서점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전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려야 할 공간으로 꼽는 정도다.
다다르다가 대전의 원도심에 자리한 이유는 단순히 ‘많은’ 손님을 만나기 위함은 아니었다. 처음엔 대전의 중구청 앞에서 여행 관련 도서를 선보이는 서점으로 시작, 이후 지금의 자리로 옮겨 ‘확장’을 시도한 다다르다는 대전의 젊은 인구가 문화예술 콘텐츠를 좀 더 자연스럽게, 가깝게 즐기기를 바랐다. 다다르다의 창업자이자 서점원인 라가찌(김준태) 대표는 “젊은 친구들과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그래서 계속해서 공간과 책, 문화예술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고 다다르다의 의미를 설명했다.
‘다다르다’가 꿈꾸는 ‘연결’
1층 카페를 지나 2층 다다르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이 ‘영수증’이다. 책의 제목과 가격이 적힌 평범한 영수증은 아니다. 서점의 일상이 기록된 ‘긴’ 영수증은 ‘영수증 일기’라는 이름으로 다다르다의 ‘시그니처’가 됐다.
라가찌 대표는 “2017년 3월부터 영수증에 일기를 시작했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된 일이다. 서점원이 읽은 책 중에서 좋아하는 문장을 발췌하기도 하고, 행사가 있으면 행사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고 영수증 일기의 의미를 설명했다. 독자들과 ‘소통’하는 오프라인 서점의 매력을 다다르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셈이다.
북클럽, 북토크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독자들과의 더욱 ‘끈끈한’ 연결을 시도하기도 한다. 라가찌 대표는 서점을 단순 방문하는 것을 넘어, 멤버심에 가입한 멤버들의 숫자가 1만 6000여명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북클럽’ 활동까지 함께하는 ‘단단하게’ 연결된 공동체가 다다르다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200회가 넘는 북토크를 자비로 진행하며 더 다양하고, 풍성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라가찌 대표는 “책을 사고파는 행위도 하지만, 그 수익을 통해 독자에게 다시 투자를 하기도 하고. ‘선순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서점들이 공공의 역할까지 함께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책은 물론, 책을 쓴 작가 또는 새로운 책의 출간 소식 등을 공유하며 주제를 넓히기도 한다. 때로는 다다르다는 서점 앞에 줄을 선 손님들에게 지도를 펼쳐 들고 대전 지역의 다양한 행사 또는 공간 등을 소개하며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라가찌 대표는 “저희가 3명이 일을 한다. 그래서 서점을 방문한 손님들과 굉장히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어떤 책을 살 때 작가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는 출간 소식을 나누기도 한다.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북토크 소식이나 혹은 대전 지역 내 다른 서점의 이야기도 함께 전달해드리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 서점은 ‘책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라고 인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더 활발한 책 구매를 이끌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가찌 대표는 다다르다는 물론, 원도심 내에 또 다른 색깔의 서점들도 함께 운영하며 더 큰 의미의 ‘문화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는 책을 읽고, 사는 것은 물론,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고 실험을 진행 중이다. 더 멀리, 그리고 길게 보면서 수십년, 또는 10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는 서점을 꿈꾸고 있다.
“저희 서점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직접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한다. 그럴 때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충청도식 화법이기도 한데, ‘할머니가될 때까지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이건 저의 포부이자, 100년이 넘는 서점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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