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디자인 입은 옻칠 가구···밀라노 ADI뮤지엄서 전시
밀라노 ADI뮤지엄서 한 달 전시
반듯한 직선에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다이닝 테이블,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몸체에 유리 상판을 얹은 커피 테이블···. 생김새는 다르지만 두 가구에 공통점이 있다. 디자이너와 옻칠 장인의 협업으로 탄생한 가구다.
옻칠로 만들어진 가구가 세계 디자인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 ADI디자인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양국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가구 전시다.
국민대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OCDC)는 밀라노 ADI디자인뮤지엄과 '2024 DBEW(Design Beyond East and West)' 전시를 공동으로 주최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명성의 '황금 콤파스상'을 수여하는 ADI뮤지엄 초청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제가구디자인박람회 개막에 맞춰 16일(현지시간) 개막했으며 다음 달 5일까지 한 달간 이어진다.
옻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정제해 만들어진 한국 전통의 도막으로 화학 첨가제가 없으며 방부성과 내열성이 강한 소재다. 전시회를 총괄한 최경란 국민대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장 "최근 대두되는 친환경 트렌드와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옻칠을 주제로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이를테면 'OD 절리'(2023)는 다리에 사선으로 깎여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과 색으로 보이게 입체감이 강조됐다. 상판은 삼베 결을 살려 마감돼 스크래치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실용성을 높였다. 과거에는 어두운 옻칠의 색에서 벗어나 칠기의 색상 범위를 넓혔다. 이 작품은 OCDC가 기획하고 최경란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박인주 목공 장인이 몸체를 만들고, 손대현 옻칠 장인이 작업하며 완성했다.
이밖에 형태는 물결처럼 리듬감을 살리고 한국의 태극 색깔인 빨강과 파란색으로 역동감을 표현한 커피 테이블은 정해조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허길량 목공 장인의 작업으로 제작됐다.
이번 전시는 과거 작은 사물에 사용되던 옻칠의 범위가 현대 대형 가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채로운 색을 구현하며 전통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감성을 표현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옻칠 가구도 공개됐다. OCDC가 한국 파라다이스호텔을 위해 기획하고 알렉산드로 멘디니에게 의뢰했던 파사드 패턴(2016)을 사용해 파티션을 제작한 것. 이 작품은 패턴 안을 비우고 칠은 블랙, 블루 어두운 색으로 작업했으며 홍송을 사용해 원목의 짜임 기법으로 제작됐다. 작품 완성에는 알레산드로 멘디니 스튜디오와 김환경 옻칠 장인, 박인주 목재 창호 장인이 힘을 합쳤다.
또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비롯해 한국 디자인 업계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스테파노 조반노니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얇은 선반이자 책장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될 수 있고, 책을 넣어 선반으로, 계단과 같이 세로로 기대 놓을 수도 있게 만들어졌다. 옻칠을 브러시 효과로 그라데이션을 시도해 회화적으로 풀어냈다. 손대현 옻칠장인, 박인주 목공 장인의 작업으로 제작됐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밀라노 디자인위크 기간인 15~21일(현지시간)에서 '2024 밀라노 한국공예전'을 개최 중이다.
올해로 12회째인 이번 전시는 '사유의 두께'를 주제로 현지 갤러리 로산나올란디에서 223㎡(약 68평) 규모로 열리고 있다. 여기에서도전북 무형문화재 제13호 박강용 옻칠장과 옻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유남권·허명욱 작가를 비롯해 도자, 섬유 등 다양한 공예 분야에서 활동하는 공예가와 브랜드 25명(팀)이 참가해 총 630여 점을 선보인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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