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신건강 혁신 방안, 실효성 높이는 게 중요”

민태원 2024. 4. 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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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바이오기자협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혁신 포럼’
정부 정책 개선 방안 등 제시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정신건강 혁신안’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방안 등 전문가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이하 의기협)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대신정)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언론이 묻고 대신정이 답하다’는 주제로 ‘정신건강혁신 포럼’을 진행했다.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중독성 질환의 치료 회복 지원 서비스의 획기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 등은 치유가 필요한 질병임에도 공공 치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잦은 재발로 문제의 심각성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마약 중독 문제에 대해 공중 보건 기반의 예방 및 치료 회복 서비스 체계와 서비스 제공 기관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단기 개선 방안으로 생애 주기별 중독 선별과 조기 개입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정부의 정신건강 혁신 방안 중 예방 증진 영역의 마음건강서비스, 정신건강검진 서비스 등에 중독 문제에 대한 선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동기는 게임, 청소년기는 도박 등 디지털 미디어 중독 문제, 청년기에는 알코올과 마약 등 흔히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선별과 일차 상담 제공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이번에 정부가 혁신의 일환으로 청년층(20~34세)에 대한 정신건강 검사 질환을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까지 확대하기로 했지만 알코올이나 도박, 마약 등 중독 질환은 빠져 있다. 이 시기는 각종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큰 만큼 반드시 중독 질환을 검사 항목에 포함해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이 밖에도 마약, 알코올 등 중독 정신응급 대응체계 강화, 중독성 질환 치료 수가 신설과 현실화, 정신건강 중독 상담 전문인력 양성 시범사업 등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중기 과제로는 마약 사범에 대해 초기부터 철저하게 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체계인 ‘의무치료총괄지원센터’ 설치, 중독치료 회복지원을 위한 법제도 정비, 중독치료전문병원제도 확대 등을 제안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정신응급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교수는 정신 응급과 급성기 치료를 필수 의료로 추진하고 이에 걸맞게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역정신응급센터와 정신건강혁신센터를 설치해 정신응급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외래부터 퇴원 후 사례 관리까지 이어지는 정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우 교수는 정신건강혁신 방안에서 정부가 ‘중증화 이후 치료 관리 중심’으로 인해 ‘일상적 마음 돌봄이 부족했다’며 일상적 마음돌봄 체계 구축 배경으로 언급한 데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중증화 이후 치료 관리 중심 때문에 일상적 마음 돌봄이 부족한 것이 아닌, 전체 정신건강 관련 예산 부족이 우선적 이유”라고 꼬집었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은 지난해보다 12%(13조원/전체 122조원) 증가했고 이 중 보건 분야 예산은 17조원이며 나머지는 사회복지 예산이다.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3.0%(5275억원)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급성기 치료 강화는 정신질환의 만성화와 지역사회 중심의 회복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그간 저비용을 기반으로 진행됐던 게 서비스의 한계로 지적돼왔다. 지역 기반의 치료 및 관리는 더욱 투자·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상적 정신건강 돌봄 및 증진, 조기 발견 개입 체계는 예방적 관점에서 중요하며, 이런 정책이 시작되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일상적 정신건강 돌봄 체계에서 적절한 위기 평가와 분류가 진행돼야 하며 위기의 개입과 치료 연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8만명을 시작으로 2027년 50만명 등 임기 안에 국민 100만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장에서는 대상자들의 위기 평가와 위험도 분류 관련 인력의 전문성과 이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 마련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현재 상담학회, 심리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함께 보건복지부와 매뉴얼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의대 증원 사태 등 여러 사안으로 사실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신건강 정책 추진 체계와 관련해선 “기존 체계를 강화하는 수준이 아닌,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정신의료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관련 인력들의 전문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신과 질환을 보장하는 보험 제도의 개발과 관련 차별을 없애는 방향, 특히 다른 질환의 실손보험 제도와 비교해 보장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신질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포럼이 끝난 뒤 의기협과 대신정이 공동 선정한 ‘올해의 정신건강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해 국내 정신질환자의 실태를 깊이있게 분석한 ‘대한민국 정신건강 리포트’ 기획기사를 보도한 서울신문 전국부 시청팀(이두걸 김동현 오달란 박재홍 장진복 조희선 서유미 기자)이 수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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