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21대 국회 매듭짓나
"선구제 땐 사기사건마다 정부 개입 불가피"…기금 활용도 논란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먼저 전세보증금을 내주고 정부 기관은 집주인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선구제 후회수'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과연 21대 국회에서 이제 한 달여 남은 회기 중에 처리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은다.
19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해 상임위 통과 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있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보증금 선(先)구제, 후(後) 회수 방안 도입 △전세 사기 피해자에 외국인 포함 △피해자 요건 보증금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 △신탁 전세 사기 피해자 소송 유예 또는 정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선 구제, 후 회수' 프로그램은 여야간 핵심 쟁점이다. 개정안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 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수해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기관이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돌려받도록 했다. 기관은 공정 가치 평가를 거쳐 채권을 매입한다. 매입 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 변제금 이상이 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장 피해자들 입장에선 구제 받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이철빈 전세 사기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집주인이 사망하거나 후순위 임차인 경우는 불가피하게 경매를 유예한 사례들도 있어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으로 먼저 보증금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며 "전세 사기 피해 사례가 다양해 피해자에 따라선 개정안을 통해서 다른 방식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임차권보증금반환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은 국민들의 청약 통장 예금액과 부동산 매매 시 발생하는 국민주택채권 비용으로 운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누적 기준 전세 사기 피해자는 총 1만5433건에 달한다. 세입자가 신청해서 위원회가 가결한 피해자만 국한한 규모다. 최근 '아이뉴스24'가 단독 보도(https://www.inews24.com/view/1705477)한 서울 신림동 중국인 집주인 전세사기 등 소규모 전세사기 사건은 제외된 수치다.
집값이 지난 2022년 고점 대비 하락한 상황에서 집을 매도해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집주인이 적지 않은 탓에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주택도시기금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3조8598억원억원에 이를 정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더욱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은 지난해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당시 국민의힘과 정부는 '사기' 문제에 정부가 나서 구제를 해주는 선례를 만드는 것은 '모럴 해저드'를 부를 소지가 큰 데다 막대한 비용 부담의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다만 당시에는 전세 사기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어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제외하고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대신 6개월 후 보완 입법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무위원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해줄 필요는 있다"면서도 "재원이 부족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등에 쓰이는 기금의 목적을 고려했을 때 전세 사기 피해에 기금을 투입하면 논란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황으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이 주도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다시 거부권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절차는 마쳐놓은 상태"라며 "민주당이 다수당이기에 21대 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에 본회의 통과 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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