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세종보에 물 채우려는 정부...그러다 또 심판 받는다
정부는 지난 6년여간 가동을 중단한 세종보를 수리해 오는 5월 초에 재가동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보를 재담수하면 수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금강유역환경회의’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공동 기획 기사를 내보낸다. <편집자말>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죽은 강엔 새도 날아들지 않는다.
22대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오는 5월 세종보를 기어코 일으켜 세워 물을 채우려는 윤석열 정권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의 민심은 총선 투표 용지의 인주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MB 4대강 망령'을 부활시키려 한다면 또 다른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최근 세종보 재담수를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2017년 11월 담수가 중단되고 수문을 연지 6년이 지났다. 2012년 6월에 완공돼 수위 4m로 물을 가뒀을 때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 금강에 사는 뭇 생명들에게 수문개방 이후와 이전의 생태환경은 천당과 지옥으로 비견될 정도다.
세종보 담수가 새들에게 재앙이었던 까닭... 준설과 깊은 수심
▲ 하중도 주변에서 쉬고 있는 오리들 |
ⓒ 세종보 |
설상가상, 그 뒤에 진행된 세종보 담수로 금강이 사실상 호수로 변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준설에서 살아남았던 하중도와 모래톱, 자갈밭이 있는 비오톱(특정 식물이나 동물 등이 서식하기 위해 필요한 생태공간 또는 서식처)이 거의 없어졌다. 세종보에 물을 채워뒀던 시기에 장남평야와 금강을 찾았던 큰고니와 큰기러기, 쇠기러기, 황오리가 사라진 첫 번째 이유다.
세종보 담수가 치명적인 또 다른 이유는 깊어진 수심이다. 금강의 평균 수심은 약 80cm이다. 깊은 곳과 낮은 곳이 공존한다. 이런 지형의 다양성은 조류의 종 다양성에도 큰 영향을 준다. 각기 선호하는 수심이 있기 때문이다.
▲ 자맥질을 하는 쇠오리의 모습 머리가 바닦에 닿는 낮은 물에 서식한다 |
ⓒ 이경호 |
하지만 담수가 진행된 뒤 앝은 곳이 사라졌다. 결국 세종보 담수 구역은 깊은 물에서 사는 새들만 찾아오는 '세종 호수'가 된 셈이다. 호수가 된 세종보에는 깊은 물에 사는 특정종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버린다. 담수로 인해 획일적으로 수심이 깊어지면 종의 다양성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멸종을 가속시킨다. 담수 이전, 겨울이면 하루에 100종 이상의 새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담수 후인 2015년에는 34종에 불과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 금강운하 예정지에 '멸종위기종' 검독수리·참수리 http://bit.ly/2HgqXf)
▲ 4대강 사업이전 하중도에서 확인한 멸종위기 맹금류 3종 |
ⓒ 이경호 |
멸종위기종 자취 감춰... 민물가마우지 민원 급증
민물가마우지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4대강의 호수화와 무관하지 않다. 깊은 곳을 선호하는 민물가마우지에게 4대강사업은 천혜의 환경을 만들어 줬다. 특정 종의 급증은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민물가마우지 집단번식지가 늘어나면서 양식장과 내수면어업에 피해가 발생한다는 민원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환경부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조수로 지정해 사살, 간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지만, 다시 흐르는 강으로 만들지 않는 한 이는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볼 수 없다.
세종보 담수로 사라진 대표적인 새인 큰고니, 큰기러기는 국내 멸종위기종이다. 황오리와 쇠기러기도 세종보 담수로 갈 곳을 잃었었다. 1m 내의 수심에서 자맥질하며 먹이를 찾고 하중도의 모래와 자갈에서 휴식을 취하는 종이다. 이들에게 담수는 죽음의 강을 의미했다. 그 뒤 큰고니와 황오리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그야말로 침묵의 강이 되어버린 셈이다.
2017년 11월, 5년간 닫혔던 세종보가 다시 열리기 시작하자 썩은 강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강바닥에 쌓인 시궁창 펄이 드러나면서 악취가 진동했고, 산책하는 시민들의 민원도 매우 심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와 세종시가 긴급회의를 하기도 했는데, 이런 대책을 무색하게 한 것은 자연이었다.
▲ 금강에 다시 번식을 시작한 흰목물떼새 |
ⓒ 이경호 |
▲ 2023년 번식한 흰목물떼새 알 |
ⓒ 이경호 |
세종보 개방 이후, 멸종위기종의 귀환
▲ 조류조사 결과 변화 추이 |
ⓒ 대전환경운동연합 |
4대강 사업 이후 담수된 곳에서 한 마리도 확인되지 않던 큰고니도 기러기와 마찬가지로 2019년 수문이 개방된 뒤 9개체가 다시 확인됐다. 지난 겨울에는 43개체로 급증했다, 자연의 복원력이 보여준 놀라운 변화였다. 담수 이전에는 500여 개체가 월동을 하던 황오리도 담수 이후에는 종적을 감췄으나, 2023년에는 328개체가 월동하고 있다.
▲ 23년 대전환경운동연합 큰고니, 황오리 개체수변화 황오리는 조사외지엑 250개체가 합산되지 않은 그래프 |
ⓒ 대전환경운동연합 |
▲ 강을 찾아온 큰고니의 모습 |
ⓒ 이경호 |
멸종위기종인 참수리도 세종보 수문개방 6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참수리가 머무는 모래톱과 하중도가 세종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낮은 물에 사는 수면성 오리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종수와 개체수 모두 담수 때에 비해 월등히 증가했다.
▲ 다시 돌아온 참수리 2024년 |
ⓒ 유승기 |
한 때 세종보 구간에서 지옥을 맛본 새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 때, 환경부가 다시 세종보 담수를 추진하고 있다. 설계 결함으로 인한 잦은 고장으로 매년 정기정검을 진행하고 사고 발생도 많아서 '고물보'라고 명명되던 게 세종보다. 최근 담수를 위해 다시 보를 점검하는데, 이는 사망선고를 받은 보에 주술적 주문을 걸어 회생시키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세종보 담수의 우울한 미래... 악취 풍기는 죽은 강
▲ 2024년 세종보 상류 버드나무를 모두 벌목한 모습 |
ⓒ 이경호 |
이뿐인가. 수문을 닫는다면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큰기러기는 올해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쇠기러기, 황오리, 수면성 오리들도 다시 이곳에서의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참수리, 흰꼬리수리도 종적을 감출 것이다. 환경부의 계획대로 5월 담수가 진행된다면, 여름철 자갈밭과 모래톱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길러 금강의 희망이 되었던 꼬마물떼새와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는 이제 새끼를 기를 곳이 없다.
결국 세종보 담수는 금강을 죽음의 강, 침묵의 강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수문을 개방해서 회복되고 있던 비단강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과학적 근거도 대지 않고,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윤석열 정부의 'MB 4대강 망령' 부활 시도는 이제 멈춰야 한다. 무도한 정권을 심판한 이번 총선 민의에 화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금강은 쫓겨났던 새들이 다시 찾아오는 산 강이어야 한다. (관련 기사 : 끔찍했던 6년의 악몽, 나는 '좀비보' 해체에 투표한다 https://omn.kr/27vw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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