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회사 망한다”… 의정갈등에 속 타는 중소 의료기기 업체들
◇비상경영 돌입한 병원들 “수술 절반 가까이 줄어”
대한병원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의 의료수입은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이후 평균 84억7670만원씩 감소했다. 1000병상 이상 병원 역시 의료수입이 전년 대비 19.7%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빅5 병원’에 속하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은 일찌감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병동 폐쇄, 직원 무급 휴가, 희망퇴직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병원 경영난은 2개월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의료진이 현장에서 대거 이탈하며 수술·입원이 급감했고, 대다수 수련병원은 이에 따른 적자를 떠안게 됐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관계자는 “외래는 전년 대비 10% 줄었고, 수술·입원 건수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 또한 “이전과 비교하면 60% 정도만 수술·입원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중소 의료기기 업체 “직원들 월급 지급도 빠듯한 상황”
그 여파는 관련 산업계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 외래‧수술이 급감하면서 기기 구매가 줄어든 것은 물론, 이미 구매한 기기의 대금 결제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에 따르면, 대형 간접납부업체(병원 의료기기 구매 대행 업체) A사는 최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기기 대금 지급 시기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했다. 타 병원 계열 간납업체 또한 의료기기 업체 측에 결제가 지연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관계자는 “매출이 감소하고 납품 대금 지급 시기가 연장되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업계 특성상 중소 규모 회사가 많다보니 경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보유자금이 적은 데다, 자금 동원 능력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회사는 약 80%가 직원 수 10명 미만, 연 매출 10억원 미만 회사다. 이런 회사는 대금이 꼬박꼬박 결제돼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며 “작은 회사들은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간당간당한 상황이다”고 했다.
◇이번 달부터 매출 감소 본격화…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기업들의 경영 상황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의료기기 업계는 당장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매출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A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1~2월은 영향이 적었으나, 3월부터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30%가량 매출이 감소했다”며 “4월부터는 50% 이상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 또한 “지난달 말까진 걱정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달 들어서는 현실화되고 있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파산하는 기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로썬 개선될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좀처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로 인한 경영난으로 대금 결제를 미루는 병원도 늘어만 가는 상황이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병원에서 ‘지급할 여력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대금 지급을 미루면 의료기기 업체는 마냥 기다려야 한다”며 “큰 병원들이 결제 기간을 연장하면 다른 병원에서도 연장을 요구한다. 결국 피해는 기기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본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의료기기 업계만 ‘살려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들과 여러 산업계가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우리만 힘든 것처럼 이야기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 양측 입장이 있겠으나,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라도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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