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기 기독인 26명이 순교한 나가사키를 가다… “순교자의 기도 손 보니 선교 향한 마음 뜨거워져”

김아영 2024. 4. 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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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N 나가사키 순교지 탐방단
회유에 굴하지 않고 신앙 지킨
어린 소년들 믿음에 큰 은혜 받아
“마지막 때에 내 믿음 점검하게 돼”
한일연합선교회가 주최한 ‘나가사키 순교지 탐방단’이 16일 일본 나가사키현 니시자카 공원에 마련된 ‘일본 26성인 기념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 남서쪽으로 150㎞가량 떨어진 나가사키는 일본 초기 기독교인의 순교 정신이 깃든 지역이다. 한일연합선교회(WGN·이사장 정성진 목사)의 ‘나가사키 순교지 탐방단’은 16일 ‘일본 26성인 기념비’와 ‘일본 26성인 기념관’이 조성된 니시자카 공원을 방문했다. 1597년 일본 최초로 신자들이 순교한 것을 기념한 곳이다.

소년 순교자들의 믿음을 보다

일본 남서부 규슈 지역에서도 서쪽 끝에 있는 나가사키현은 예부터 대륙과 일본 섬을 잇는 가교 구실을 했기에 외래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선교활동으로 견고한 신앙공동체가 꾸려졌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87년 금교령을 내렸지만 기독교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당시 수도였던 교토와 오사카에서 선교사 24명과 신자를 체포해 나가사키까지 걸어오게 한 뒤 처형했다. 오는 도중 자발적으로 2명이 더해져 십자가에 묶인 26명이 니시자카 언덕에서 순교했다. 이렇게 시작된 기독교 박해는 무려 250여년간 지속됐다.

26성인 기념비는 정면을 응시한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듯한 모습의 순교자들을 형상화했다. 이들 가운데 유독 작은 세 명이 눈에 띄었다. 이상진 WGN 실장은 “당시 12~14세 소년들로 ‘예수를 안 믿으면 살려주겠다’는 회유에도 굴하지 않았다. 소년들은 ‘예수님이 나를 사랑해서 십자가에 돌아가셨는데 그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순교했다고 한다”며 “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과연 이럴 수 있을까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숙연해진 탐방단은 눈을 감고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백복현 천안서부교회 권사는 “신앙생활을 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마지막 때인데 저의 믿음을 점검하게 된다”며 “이곳에서 성령의 역사하심을 체험하고 싶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온 성민경 김포 청운교회 사모는 “선교 열정이 이전만 못 했는데 선교에 대한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일본을 품고 더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노면전차 타고 일본 위해 기도

이후 탐방단은 WGN이 기획한 이색 체험을 했다. 나가사키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노면전차’에 탑승해 20여분간 시내를 누빈 것. 로멘덴샤로 불리는 노면전차는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추세지만 나가사키에서는 여전히 운행된다.

곽승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의 인도로 탐방단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이 땅의 회복을 위해 조용히 중보기도를 했다. 공공장소에서 종교활동이 금지된 일본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는 데에는 2005년부터 나가사키 순교지 개발에 앞장선 WGN을 배려한 지방정부의 협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3년째 일본 오사카에서 사역하는 이성로 선교사는 “평소 일본에서 볼 수 없는 매우 이례적 상황”이라며 “WGN이 순교지 개발을 통해 나가사키의 지역 경제에 기여한 것을 두고 지역 정부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일 시민의 문화 소통

17일에는 문화를 매개로 한·일 시민들의 소통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 나가사키 브릭스홀에서 진행된 WGN 주최 ‘제4회 한일문화교류회’에는 탐방단 500명과 나가사키 시민 100명이 참여했다. 장하은 기타리스트를 비롯해 테너 윤정수와 소프라노 김선덕이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 등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유나이티드문화재단 소속 여성합창단 ‘유나이티드 싱어즈’와 나가사키 교사 등으로 구성된 25인조 남성합창단도 동참했다.

모든 출연진이 일본어로 지역 노래인 ‘나가사키에 오늘도 비가 내렸다’를 부를 때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남성합창단장인 키리노 고이치씨는 “나가사키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를 함께 불러주셔서 감동적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나가사키=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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