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승계’가 뭐기에…차남에게 물려줬더니 각종 분쟁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4. 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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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은 힘겹고 형제는 싸우고…‘요지경’ K-승계 [스페셜리포트]

“LG는 1947년 창업 이후 LG가(家)의 일관된 원칙과 전통을 바탕으로 경영권을 승계해왔다.”

LG그룹은 지난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모친과 여동생이 상속 분쟁을 일으키자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

지금까지 LG그룹은 원활하게 장자 중심의 승계를 진행해왔다. 구인회 창업주가 타계한 1969년 장남인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이 회장으로 추대됐다. 그러자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사장은 경영에서 퇴진했다. 2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1995년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그러자 구본무 회장의 숙부들은 손을 뗐다.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 별세 후 장남인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받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장자 승계와 관련한 상속 분쟁이 일어났다.

장자 승계는 재계의 오랜 관행이기도 했다. 한화그룹과 코오롱그룹도 장자 승계를 따라왔다.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장남인 김승연 회장이 이어받았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은 이웅열 명예회장에게 넘겼다. 2018년 이 명예회장이 은퇴하며 아들인 이규호 사장을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재편했다.

반대로 장자 승계 원칙을 깼을 때 분란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을 세운 이병철 창업회장은 1987년 장남이 아닌 3남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유교적 가치보다는 경영 능력이라는 실리를 우선시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은 창업주가 남긴 재산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였고, 둘 간은 결국 화해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재계 형제 분란 사례인 2000년 현대그룹 ‘형제의 난’ 역시 장자 승계가 발단이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후계자 자리를 두고 차남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5남인 정몽헌 현대그룹 선대회장이 맞섰다.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몽헌 단독 회장 체제를 공식 승인하며 왕자의 난은 일단락됐다.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계열사를 계열 분리, 재계 서열 3위의 현대차그룹을 키웠다.

롯데그룹에서는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승계를 두고 다퉜다. 신동주 회장은 장남에게 일본을, 차남에게 한국을 맡기기로 한 신격호 회장의 뜻을 신동빈 회장이 거스르고 있다며 여전히 반발하는 중이다.

경영권 분쟁과 상관없이 장자 승계만을 무리하게 고집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아워홈은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온 범LG그룹이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의 부친은 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 故 구자학 아워홈 전 회장이다. 구자학 전 회장은 1남 3녀를 뒀는데, 구 부회장은 막내다. 그는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고 2009년 아워홈의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를 맡아 사세를 급격히 키웠다. 구자학 전 회장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2021년 구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세 자매가 합심해 구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구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구 부회장이 범LG그룹의 장자 승계를 깨고 경영권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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