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된 어깨힘줄 콜라겐 주입해 재생… 수술 늦추는 보존적 치료법 다양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2024. 4. 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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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톡톡] 연세본병원
어깨 회전근개 파열, 수술만이 답 아냐
힘줄과 같은 성분 주사해 힘줄 재생 도와
골수에 구멍 뚫어 성장 인자 늘리기도
다양한 보존적 치료법 제시하는 병원 찾아야

어깨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 회전하는 관절이다. 4개의 근육과 힘줄로 이뤄진 회전근개가 당겨졌다 늘려지며 팔을 안이나 밖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덕분이다. 그러나 어깨관절은 가동성이 우수한 만큼 불안정성도 커서 다치기 쉽다. 가장 흔하게 다치는 곳은 회전근개인데 실제 회전근개 파열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97만 5969명이다.

연세본병원 관절클리닉 이재욱 원장은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회전근개가 얼마나 파열됐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초음파로 파열 부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콜라겐 주사를 놓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과거에는 회전근개를 다치면 봉합하는 수술 외에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수술적 치료들도 안정성 및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수술까지는 필요 없는 환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추세다. 연세본병원 관절클리닉 이재욱 원장은 "콜라겐을 주입하거나 골수를 자극하는 등 보존적 치료로 어깨힘줄의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스로 버티다가 파열 심해지는 환자 많아"

어깨질환의 양대산맥으로는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을 꼽을 수 있다. 두 질환 환자 수를 합치면 전체 어깨질환 환자 수의 70%에 육박한다. 오십견의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노화, 운동 부족 등의 원인으로 관절낭에 생긴 염증 탓에 어깨가 굳는 질환이다. 오십견은 대부분 수술하지 않는다. 약물, 주사, 운동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수 있어서다. 관절의 유착 정도가 심하다면 마취를 한 다음 굳은 관절을 풀어주기도 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노화, 외상 등의 원인으로 힘줄이 찢어져 관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각각의 힘줄은 두께가 얇아 오랫동안 무리해서 사용하거나 외부에서 충격을 받으면 찢어질 수 있다. 이러한 회전근개 파열의 임상적 특징은 통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파열 부위에 따라 통증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이재욱 원장은 "실제로 진통제, 파스 등으로 버티다가 증상이 심해져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회전근개는 파열 정도와 증상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흔해서 증상만으로 자가 진단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 치료법 수술, 재파열 위험 탓 신중해야…

한 번 파열된 회전근개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회전근개 부분 파열을 방치할 경우 파열 범위는 1년에 4㎜씩 커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부분 파열이 끝내 전층 파열로 진행하기도 한다. 또 힘줄이 퇴축돼 파열 범위가 커지거나 힘줄에 연결된 근조직이 지방조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이는 곧 봉합할 수 있는 힘줄이 없어져 수술이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힘줄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에서 어깨를 계속 사용하면 멀쩡한 관절까지 망가지는데 인공관절 수술까지 가는 지름길이라 볼 수 있다.

수술은 찢어진 힘줄을 봉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봉합된 힘줄이 정상 힘줄의 강도에 이르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전에 외력이 가해지면 재파열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한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회전근개 중파열에서 9%, 대파열에서 33%, 광범위 파열에서는 61%가 봉합술 후 재파열된다. 재파열된 회전근개를 다시 수술하는 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다시 봉합해도 또 파열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국정형외과학회(AAOS)는 보존적 치료를 6~12개월 이상 실시했음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파열의 크기가 3㎝ 이상인 대파열인 경우에만 봉합술을 권고하고 있다. 회전근개 파열 환자 대다수는 회전근개가 명확히 찢어졌지만 수술하기엔 이른 상태에서 병원에 방문한다. 통상 파열 범위가 50%보다 작으면 기본적으로 통증을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춰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를 기본적으로 적용하고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등을 복용한다. 이재욱 원장은 "과거에도 통증을 조절하는 방법은 많았지만 찢어진 힘줄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며 "어깨 사용을 최대한 줄이며 통증을 관리하다가 파열 범위가 커지면 수술을 권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힘줄과 같은 콜라겐 성분 주입해 재생 효과

최근에는 힘줄의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들이 많이 등장했다. '콜라겐 주사 요법'은 콜라겐을 주입해 파열된 힘줄의 재생을 꾀하는 치료법이다. 회전근개의 힘줄들은 '1형 콜라겐'으로 이뤄져 있다. 정상 회전근개를 현미경으로 보면 콜라겐 조직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지만 파열된 회전근개에서는 불규칙적이거나 단절된 모습을 보인다. 정밀 초음파로 단절된 부분에 콜라겐을 골고루 주입하면 힘줄 세포의 분화 및 증식을 통한 회전근개 재생을 꾀할 수 있다.

콜라겐 주사 요법의 효과는 실제 국내 연구 결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연구팀이 회전근개 부분 파열 환자 94명을 ▲1형 콜라겐 0.5㎖주사 군(32명) ▲1㎖ 주사군(30명) ▲치료받지 않는 군(32명)으로 나눈 다음 분석했다. 6개월 후 시행한 MRI 검사 결과, 1형 콜라겐 1㎖ 주사 군의 36.7%, 0.5㎖ 주사 군은 28.1%에서 회전근개 부분 파열 부위가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받지 않은 군에서는 6.3%만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라겐·골수자극 재생술로 수술 시점 늦출 수 있어"

다만 콜라겐 주사 요법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의료현장에서 오랫동안 써왔기 때문에 부작용은 적지만 경우에 따라 효과가 약할 수 있다. 이재욱 원장은 "퇴행성 변화가 너무 오래돼 근기능이 떨어지거나 생리학적인 회복력 자체가 낮은 고령의 노인들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땐 '골수자극 재생술'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골수자극 재생술이란 특수 바늘을 이용해 어깨뼈에 1㎜ 가량의 구멍을 여러 개 만드는 시술이다.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골수에는 여러 성장인자들이 포함돼 있는데 수 개월에 걸쳐 어깨 관절의 환경을 개선해 회전근개의 재생을 돕는다.

어깨 질환의 치료 목적은 어깨의 기능 회복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재욱 원장은 "환자들에게 콜라겐 주사요법과 골수자극 재생술을 동시에 적용하거나 오십견이 동반됐다면 수압팽창술을 함께 적용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보존적 치료법들은 수술을 받을 순 없지만 통증은 심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술까지 가는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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